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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우주까지 간 무료 광고…아르테미스 II 누텔라 병이 보여준 ‘브랜드·우주·플랫폼’ 삼각 파급력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4월 6일 월요일(현지시간) 아르테미스 II 오리온 우주선 내부 라이브스트리밍 화면에 초콜릿 헤이즐넛 스프레드 누텔라 병 하나가 무중력 상태로 둥둥 떠오른 순간, 화면 뒤에서 진행 중이던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우주 탐사, 글로벌 브랜드, 소셜 플랫폼이 교차하는 새로운 미디어 사건이었다.

 

인류가 아폴로 13호를 넘어 사상 최장 거리 우주 비행 기록을 경신하기 불과 4분 전, 한 병의 스프레드가 ‘역사상 최고의 무료 광고’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타임라인을 장악한 것이다.

 

인류 최장 거리 비행의 ‘사이드 쇼’가 된 누텔라


NASA에 따르면 아르테미스 II 승무원인 리드 와이즈먼, 빅터 글로버, 크리스티나 코크, 제러미 핸슨은 4월 6일(현지시간) 오후 12시 56분(CDT·미 중부시간)께 1970년 아폴로 13호가 세웠던 지구로부터 24만8,655마일(약 400,171㎞)의 비행 거리 기록을 넘어섰다.

 

이후 오리온 우주선은 지구로부터 최대 25만2,756마일(약 40만6,800㎞)까지 멀어지며 종전 기록을 4,000마일 이상 상회, 인류가 지구에서 가장 멀리 이동한 우주 비행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아폴로 시대 이후 약 반세기 만에 재개된 첫 유인 심우주 탐사였다는 점에서 기술·과학적으로는 ‘본편’이 분명 아르테미스 II였다.

 

그러나 수백만 명이 시청하던 라이브스트리밍에서 역사적 순간 직전 카메라 프레임 중앙으로 천천히 떠오른 것은 우주선이 아니라 누텔라 병이었다. 라벨 면을 카메라 쪽으로 향한 채 부드럽게 회전하며 화면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별도의 조명이나 촬영 장비 없이도 완벽한 ‘제품 컷’에 가깝게 연출됐다.

 

폭스뉴스는 “무중력 상태에서 병이 떠다니다가 회전하며 마치 포즈를 취하듯 라벨이 정면으로 향한 채 완벽하게 프레임 안에 담겼는데, 마치 콘티라도 짠 듯한 순간”이라고 평했고, 일부 소셜 이용자는 이를 두고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료 광고”라고 평가했다.

 

NASA “제품 협찬 아니다”…식단·브랜드 분리 원칙 재확인

 

장면이 확산되자 가장 먼저 제기된 의문은 “NASA와 페레로가 사전에 협의한 제품 협찬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실제로 민간 우주기업과의 협력, 스폰서십이 늘어난 최근 우주 산업 흐름을 감안하면, 역사적 미션에 특정 브랜드가 ‘동승’하는 그림은 충분히 상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NASA의 공식 입장은 단호했다. NASA 대변인 베서니 스티븐스는 과학·기술 매체 퓨처리즘(Futurism)에 “NASA는 브랜드 파트너십과 연계해 승무원 식사나 식품을 선정하지 않는다”며 “이번 노출은 제품 협찬이나 광고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누텔라 병은 마카로니 앤 치즈, 바비큐 비프 브리스킷, 스크램블드 에그 등과 함께 승무원들의 ‘승인된 식량 목록’에 포함된 수많은 식품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장기 우주 비행에서 식단은 영양 균형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사기 유지에 중요한 요소로 간주된다. 이번 아르테미스 II 승무원 역시 각자 선호 간식과 익숙한 메뉴를 일부 반영한 다양한 식단을 준비했으며, 빵가루가 장비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빵 대신 토르티야에 스프레드를 발라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NASA 케네디 우주센터 공식 X 계정이 “아르테미스 승무원이 달의 멋진 사진을 찍는 동안 달콤한 간식을 즐기고 있다”는 농담 섞인 글을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번 누텔라 노출은 NASA의 상업 정책과 무관한 ‘우연의 산물’이지만, 그 우연이 포착된 플랫폼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사상 최장 거리 유인 비행의 라이브 화면이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증폭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페레로의 ‘노 터치, 풀 활용’ 전략…조회수·브랜드 자산 두 마리 토끼


브랜드 입장에서 이런 ‘예기치 못한 노출’은 두 번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다. 누텔라의 모기업 페레로는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NASA의 공을 가로채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파급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페레로는 문제의 장면을 편집한 짧은 클립을 공식 소셜 채널에 올리며 “역사상 어떤 스프레드보다 멀리 여행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새로운 높이에서 웃음을 전파하고 있습니다(Honored to have traveled further than any spread in history. Taking spreading smiles to new heights)”라는 문구를 달았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해당 게시물은 공개 수 시간 만에 약 20만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고, 야후뉴스, CNN, 디자인러시 등 다수 해외 매체가 이를 재인용하면서 ‘2차, 3차 파급’이 이어졌다.

 

같은 장면을 두고 SNS에서는 “휴스턴, 우리는 누텔라가 있다(Houston, we have Nutella in space)”라는 패러디 문구가 밈(meme)처럼 회자됐고, X·틱톡·레딧 등 주요 플랫폼에서 관련 클립이 수 시간 내 급속히 재생산되면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스프레드”라는 서사가 자연스럽게 공동의 화법으로 굳어졌다. 특히 인류 최장 거리 비행이라는 우주 탐사의 ‘본 서사’와, 그 앞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한 병의 스프레드라는 대비 구조가 사용자들의 창작 욕구를 자극한 측면이 크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페레로는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며 ‘노 터치, 풀 활용’ 전략을 구사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첫째, 우연성을 인정하고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NASA가 제품 협찬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페레로는 어디까지나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 우주에서 우연히 포착된 팬”의 톤을 유지했다.

 

둘째, 메시지의 초점을 ‘우주 탐사’와 ‘기쁨을 전하는 브랜드 정체성’에 맞췄다. “스프레딩 스마일(spreading smiles)”이라는 표현은 누텔라가 수년간 일관되게 사용해 온 브랜드 아키텍처와도 맞물린다. 셋째, 퍼포먼스보다 상징성에 방점을 찍었다. 직접적인 매출 증대나 프로모션 코드 대신, ‘역사상 가장 멀리 간 스프레드’라는 상징 문장을 남김으로써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공짜 광고’ 넘어선 함의: 공공 우주·민간 브랜드·플랫폼의 새 공존 모델


이번 사건은 단순한 바이럴 마케팅 사례를 넘어, 공공 우주 기관과 민간 브랜드,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얽히고 또 선을 긋는지 보여주는 교본에 가깝다.

 

우선 NASA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 유지해 온 “공공 탐사 미션과 상업 광고의 분리”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민간 로켓, 민간 달 착륙선과의 협력을 전제로 하면서도, 최소한 공식 미션 화면 속 브랜드 노출만큼은 ‘우주 탐사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통제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럼에도 식단과 개인 물품 차원에서는 민간 브랜드가 ‘우연한 손님’으로 프레임에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동시에 드러났다.

 

브랜드에게는 또 다른 교훈이 남는다. 수백억원을 들인 TV 캠페인도 얻기 어려운 ‘문화적 순간(cultural moment)’이 예기치 않은 맥락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순간을 과도하게 소유하려 들기보다, 우주 탐사라는 더 큰 서사 속에서 ‘조연’에 머무를 때 오히려 호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짜 광고’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팬덤과 제품 친숙도가 있었기에 전 세계 이용자들이 누텔라 병 하나만 보고도 즉시 브랜드를 인지하고 농담과 패러디를 덧입힐 수 있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차원에서는 “라이브가 만드는 예측 불가성”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NASA의 공식 유튜브·X 라이브 방송에서 포착된 몇 초짜리 우연한 장면이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숏폼, 레딧 스레드로 이어지는 다단계 확산 구조를 거치면서, 인류 최장 거리 비행과 초콜릿 스프레드 간의 엮이지 않을 것 같은 서사가 하나의 거대한 인터넷 이야기로 수렴됐다.

 

아르테미스 II의 오리온 우주선은 4월 1일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지 9일째 되는 4월 10일,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태평양에 해상 착수할 예정이다. 인류는 다시 달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우주선’과 함께 ‘가장 멀리 날아간 스프레드’라는, 어쩌면 이 시대를 상징할 법한 이중의 기록을 얻게 됐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런 예기치 않은 브랜드·우주 교차 순간이 과열된 상업 경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공공성과 창의성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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