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테슬라가 미국 텍사스주에서 안전 요원 없이 로보택시를 운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과 함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반등 효과가 겹치며 주가가 장중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랠리를 연출했다. 11월 판매량은 3년 만의 최악 부진을 기록했지만, 미국 전기차 시장 전체가 더 큰 폭으로 얼어붙으면서 테슬라만 홀로 점유율을 키우는 ‘기형적 역전’이 연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 최고가 재도전한 테슬라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장중 7% 이상 급등하며 481.37달러까지 치솟아, 전일 대비 7.71% 급등한 수준에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 12월 18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가 488.54달러에 불과 1.5%포인트가량 못 미치는 수준으로, 테슬라 주가가 사실상 사상 최고 박스권을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같은 날 종가는 475달러 안팎에서 형성되며 연간 고점에 바짝 다가섰고, 연초 이후 상승률도 약 18%로 확대됐다.
콕스 오토모티브, 블룸버그, 야후파이낸스, Teslarati 등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이번 랠리의 1차 동인으로 ‘무인 로보택시’ 현실화를, 2차 동인으로는 “판매 둔화 속에서도 시장 지위를 되찾고 있다”는 점유율 반등 스토리를 꼽고 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 주가가 1년 만에 다시 사상 최고가 영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상용화 기대가 밸류에이션 부담 논란을 잠재우고 있다고 전했다.
11월 판매 23% 급감…그런데 점유율은 56%
표면적으로 테슬라의 11월 미국 판매는 최악이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가 집계한 EV 마켓 모니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11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3만98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23% 급감했다. 2022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올해 들어 이어진 가격 인하와 프로모션에도 수요가 둔화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더 눈에 띄는 숫자는 ‘점유율’이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전기차 판매는 연방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 종료 여파로 41% 폭락했다. 세제 혜택 만료를 앞두고 3분기까지 수요가 앞당겨지면서, 11월에는 사실상 수요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테슬라의 미국 EV 시장 점유율은 10월 43% 수준에서 11월 56.7%로 13%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콕스는 “전반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 테슬라가 상대적 피해를 덜 보며 점유율을 되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올해 내내 이어지던 ‘테슬라 점유율 하락’ 흐름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콕스와 로이터가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의 미국 EV 시장 점유율은 8월 38%까지 떨어지며 2017년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내려갔고, 올해 들어 6월 48.7%, 7월 42%, 8월 38%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11월 반등은 세제 종료라는 특수 요인이 작용한 ‘기술적 반등’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미국 EV 시장의 과반을 쥔 플레이어”라는 기존 서사를 다시 확인한 계기로 작용했다.
휴스턴·오스틴에서 ‘안전요원 없는’ 로보택시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텍사스에서의 로보택시 ‘무인 운행’ 소식이다. 6월부터 테슬라는 텍사스 오스틴에서 모델 Y 기반 로보택시를 투입해 제한된 지오펜스 구역에서 요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초기에는 조수석에 안전 요원이 탑승하는 조건으로 운행됐지만, 12월 들어 테슬라 차량이 운전석은 물론 조수석에도 사람이 없는 상태로 공공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이 잇따라 목격됐다.
일론 머스크 CEO는 자신의 X 계정에서 “탑승자 없이(testing without occupants)” 로보택시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오스틴에서는 앞으로 수 주 내에 조수석 안전요원 없이 완전 무인 운행을 상시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로이터와 야후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테슬라의 로보택시 시험 차량은 현재 오스틴 도심과 사우스 콩그레스 일대를 중심으로 운행 중이며, 향후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애리조나·네바다 등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안전요원 무인화’가 단순 기술 시연을 넘어 수익모델 전환의 시그널로 해석된다. 테슬라가 수년 내 로보택시 네트워크를 통해 차량 판매 기업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 피지컬 AI(로봇)”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월가 시나리오가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월가가 그리는 로보택시·AI 밸류에이션
월가의 로보택시 관련 밸류에이션은 이미 현실 주가를 선행해 ‘2차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웨드부시, 베어드, RBC 등은 앞선 리포트에서 로보택시와 옵티머스(휴머노이드 로봇) 등 AI·로봇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2026~2030년 사이 2~3조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최근 RBC는 옵티머스와 로보틱스 사업 기여도를 반영해 테슬라 목표주가를 500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베어드는 548달러까지 제시한 바 있다.
로보택시의 경제성에 대한 수치도 구체화되고 있다. 윌리엄블레어 등 일부 증권사는 오스틴에서의 시범 데이터를 토대로 테슬라 로보택시의 호출 요금이 우버 대비 절반 수준이면서도, 차량당 운영비는 라이다·고가 센서를 쓰는 경쟁사 대비 30~50% 수준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카메라 기반 단일 센서 구조와 자체 설계 칩, 그리고 수억 마일에 달하는 FSD 주행 데이터가 결합한 덕분에, 기존 로보택시 사업자 대비 구조적으로 낮은 단가를 실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로보택시와 FSD를 둘러싼 규제·안전 리스크는 여전히 테슬라의 ‘아킬레스건’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올해 상반기부터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과 관련한 사망·중상 사고를 추가 조사했고, 안개·폭우·역광 등 시야 불량 환경에서의 안전성 입증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발송한 상태다. 로보택시 상용화가 확대될수록, 실제 사고 데이터와 보험·책임 체계가 밸류에이션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판매 둔화 vs 점유율 방어’ 엇갈린 신호
이번 11월 수치는 테슬라 투자자에게 상반된 메시지를 동시에 던진다. 한쪽에서는 23%라는 두 자릿수 판매 감소율이 전기차 성장 둔화, 제품 라인업 노후화, 중국·전통 완성차의 공세 등 구조적 부담을 상기시킨다. 다른 한쪽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41%나 빠지는 극단적 수요 충격 속에서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56.7%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이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미국 EV 시장의 사실상 표준”이라는 판단을 가능케 한다.
이날 주가 랠리는 후자, 즉 ‘점유율 방어 + 로보택시 상용화’ 스토리에 베팅한 결과에 가깝다. 테슬라가 전통적인 자동차 지표(분기 인도량·마진)에서 오는 피로감을 로보택시·AI·로봇이라는 새로운 성장 서사로 덮을 수 있을지, 그리고 급락했던 미국 내 EV 점유율을 50%대 이상으로 다시 고정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의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