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테슬라(Tesla)가 장기간 예고해온 보급형 전기차 모델인 ‘모델 3 스탠다드’(Model 3 Standard)와 ‘모델 Y 스탠다드’(Model Y Standard)의 생산을 공식화하며 가격 경쟁력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와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차가웠다.
테슬라는 이번 신형 차량의 미국 내 판매가를 각각 3만6990달러(모델 3), 3만9990달러(모델 Y)로 책정하고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모델 대비 약 5000달러 낮은 수준이지만, 기능 감축을 통해 달성한 가격 절감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기능보다 ‘가격’ 우선한 테슬라
Business Insider, Reuters, ABC News, International Banker, TeslaNorth.com, TESLARATI에 따르면, 신형 보급형 모델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함께 9월 말 만료된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7500달러)의 효과 상실 이후 매출 반등을 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프리미엄 옵션 대다수를 제거했다.
모델 Y 스탠다드는 321마일(약 517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며, 오토스티어 기능과 뒷좌석 터치스크린,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제외됐다. 유리 루프 대신 패브릭 라이너가 적용됐고 시트는 천소재로 교체됐다.
모델 3 스탠다드는 후륜구동 방식, 5.8초 제로백, 약 321마일의 주행거리 등 기본 성능만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 “가격 인하 효과 미흡”…주가 -4.45%
웨드부시증권(Wedbush)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Dan Ives)는 “테슬라가 내놓은 가격은 여전히 경쟁 모델 대비 높다”며 “이번 출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신차 발표 다음 날 4.45% 급락했다.
테슬라 장기 투자자인 로스 거버(Ross Gerber)는 “테슬라 브랜드가 럭셔리에서 대중 브랜드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며 “이 전략은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V 대부’ 팔머 “중국차 못 이긴다”
전 닛산 부회장이자 ‘전기차의 대부’로 불리는 앤디 팔머(Andy Palmer)는 테슬라의 다운그레이드 전략이 "기능은 줄고 가격만 내리는 방식"이라며 “BYD 등 중국 제조사들이 고성능·저가 차량을 내놓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BYD의 질주 속 흔들리는 독주
중국 시장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순수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글로벌 시장점유율 15.7%를 기록할 전망이다. BYD의 전기차 판매는 2025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4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BYD는 2025년 2분기 세계 판매량에서 37만7628대를 기록하며 테슬라의 판매를 크게 앞질렀다.
공장 확대와 생산 확충은 지속
비판과는 별개로, 테슬라는 생산 확대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기가팩토리(Giga Texas)는 이달 들어 누적 생산량 50만대를 돌파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 공장은 모델 Y, 사이버트럭, 향후 출시 예정인 로보택시 모델 ‘사이버캡(Cybercab)’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핵심 거점이다. 최근에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의 최초 공장 출하를 실현하면서 생산 공정의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업계 전망: “중저가 전쟁은 중국의 무대”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이번 제품 전략을 “단기적 방어 조치”로 평가하면서, 본질적 혁신 없이 가격 인하만으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하락세를 뒤집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리즈 리(Liz Lee)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글로벌 EV 판매는 2025년에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이라며 “BYD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의 공격적 확장이 테슬라의 최대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의 새 보급형 모델은 오는 11월 모델 Y 스탠다드, 12월 모델 3 스탠다드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빅테크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신모델이 테슬라의 전환점이 될지, 혹은 브랜드 정체성 약화의 신호탄이 될지”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