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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Moonshot-thinking] 썰물과 밀물, 그리고 가뭄 - 2026년 상업용 부동산 3색(色) 전망

 

오피스 '공급 아닌 수요 위기', 물류 '공실 회복 시동', 데이터센터 '전력 목마름'

 

신규 공급이 없는데 공실률은 치솟고, 120만평이 쏟아졌는데 시장은 멀쩡하다. 같은 해, 같은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한달이 채 남지 않은 2026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전체'로 읽히지 않는다.

 

오피스는 썰물처럼 빠지고, 물류는 밀물처럼 차오르며, 데이터센터는 가뭄에 목마르다. 누군가는 수익을 거두고, 누구는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섹터별 분화의 시대가 본격화됐다.

 

서울 오피스, 공급보다 무서운 '수요 증발'

 

알스퀘어가 최근 내놓은 '2025-2026 부동산 시장 종합 분석 보고서'는 이 역설의 정체를 데이터로 해부한다. 서울 오피스 시장은 2026년 공실률 6.5%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CBD(도심권)는 임대인이 실질 임대료 인하 없이 현 조건을 고수할 경우 공실률이 일시적으로 10%까지 높아질 수 있다. 2025~2031년 서울에 공급 예정된 약 230만평 중 CBD에만 94만평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공급이 아니다. 2025년 현재 서울 핵심권역과 분당의 신규 공급이 많지 않았는데도 공실률이 상승했다. 과거에는 대규모 신규 공급이 약 2년의 시차를 두고 공실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공급 요인보다 '수요 감소'가 공실을 주도한다.

 

임차인 이동 패턴은 크게 바뀌었다. 2015~2023년에는 공유오피스를 통해 벤처·스타트업이 CBD·강남·여의도 핵심권으로 진입하며 'Flight-to-Quality(상향 이전)' 흐름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24년 이후에는 코리아세븐이 시그니쳐타워(CBD)에서 강동구 이스트센트럴타워로, SSG닷컴이 강남 센터필드에서 영등포 KB타워로, 11번가가 서울스퀘어에서 광명 유플래닛타워로 이전하는 등 '비용 절감형 다운그레이드'가 증가했다.

 

임대료 부담도 커졌다. 2010~2019년 렌트프리 등으로 임대료 상승이 정체되며, 임차인의 임대비용 부담이 감소했다. 이는 증평 등으로 빠른 공실 해소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24년 3분기부터 높은 임대료로 인한 부담 증가로 임대료 상승이 둔화되고, 임차인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며 공실이 상승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권역별 중심성 재편이다. 성수와 마곡의 중심성은 최근 크게 증가했다. 반면 CBD는 노후 빌딩 비중이 높고(평균 건물연령 26.3년 vs 서울 평균 20.4년), 통근 인구가 1990년 20.8%(종로구 9.3%, 중구 11.5%)에서 2020년 15.0%(종로구 7.0%, 중구 8.0%)로 감소하며 중심성이 약화됐다. CBD의 많은 신규공급은 단기적으로 공실률을 상승시키지만, 다소 약화된 CBD의 중심성과 매력을 다시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류센터, 최악의 터널 빠져나올 듯


물류센터 시장은 2027년까지 공실률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5% 이상 공급이 증가하며 2025년 3분기 기준 상온 공실률 15.7%, 저온 공실률 39.2%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환점이 왔다. 수도권 기준 2025~2027년 연평균 신규 공급은 약 37만평으로, 2024년 신규 공급(120만평)의 3분의 1 수준이다. 2024년 한 해 120만평이 공급됐는데도 공실률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시장이 연간 120만평을 흡수했다는 의미다. 연 40만평의 신규 공급을 감안해도 매년 80만평(총공급의 6.5% 수준)의 기존 공실이 해소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상온 공실률은 2026년 12%, 2027년 9%로, 저온은 2026년 33%, 2027년 27%로 개선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온라인쇼핑의 증가세가 호재다. 더 중요한 변수는 1~2인 가구 증가다. 4인 가구가 4kg을 한 번에 주문하던 것이, 1인 가구 4명이 각각 1kg씩 주문하면 배송 횟수는 4배가 된다. 국민 1인당 택배건수는 2000년 대비 2024년 4배 이상 증가했다.

 

입지 경쟁도 치열해진다. 알스퀘어가 전국 5,000여 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총교통비용(거리×물동량)을 분석한 결과, 성남·용인·화성·광주 등 경기 남부가 '전국 수요 대상 광역물류'의 최적 입지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들 지역의 냉장냉동 식료품 사용면적 비중은 용인 16.7%, 화성 17.1%, 광주 31.7%, 성남 57.9%로 총공급 대비 비율이 높다.

 

자동화는 입지 중요성을 강화한다. 자동화로 처리물량이 2배 증가하면 임대비용은 같지만 교통비용도 2배가 돼 교통비용 비중이 50%에서 67%로 증가한다. 임대료가 50% 비싼 지역이라도 교통비용이 50% 저렴하면 총비용이 오히려 감소(6,000→5,000)하므로, 교통비용이 저렴한 입지로의 수요 쏠림이 가속화된다.

 

데이터센터, 갈증 나는 성장산업

 

데이터센터는 AI·클라우드 성장으로 장기 수요가 확실하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3,728억 달러(약 518조원)에서 2029년 6,241억 달러(약 867조원)로 약 1.7배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2010년 이후 민간 데이터센터 공급량이 연평균 20.3%씩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자산운용사, 오퍼레이터 등의 시장 진입이 증가하며 최근 5년간 공급 증가폭이 확대됐다. 2025년 7월 정부는 AIDC(AI Data Center)를 차세대 국가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급은 제약투성이다. 가장 큰 병목은 '전력'이다. 전국 전력 예비율은 10%를 하회하며 여유가 거의 없다. 수도권은 최대 전력수요가 공급능력을 넘어서며 예비율이 5% 수준까지 떨어진다.

 

규제도 강화됐다. 2018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데이터센터는 '방송통신시설' 용도로만 신설될 수 있게 됐다. 2023년부터 전력 수전 예정통지서 활용한 적정성 검토 및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으로 인허가가 감소했다. 2019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던 인허가 건수는 2023년부터 감소세로 전환됐고, 2025년 9월 기준 10건으로 2024년의 절반 수준이다.

 

주민 반발도 변수다. 경기 안양(에브리쇼)은 전자파·소음 우려로 계획이 철회됐고, 경기 용인(네이버)은 전자파·환경 파괴로, 경남 김해(NHN클라우드)는 전자파·열섬현상으로 개발이 무산됐다. 경기 김포(디지털 리얼티), 경기 고양(GS건설), 인천 서구(AWS), 인천 부평구(디지털 엣지), 서울 구로구(하양 에너지발전) 등은 착공이 지연되거나 공사가 일시 중지됐다.

 

AI,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 핀테크 등 모든 디지털 서비스가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해 장기 성장성은 확실하다. 다만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들이 완공되는 향후 5년간은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앞지르며 일시적 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

 

2026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섹터별로 전혀 다른 국면을 맞는다. 오피스는 수요 둔화와 비용 부담으로 공실 증가가 예상되지만, CBD 재편을 통한 장기 도약 기회가 열려 있다. 물류는 공급 급감과 전자상거래 회복으로 최악의 시기를 지나 입지 경쟁 시대로 진입한다. 데이터센터는 AI 수요 폭발에도 전력·인허가 제약으로 중장기 공급 부족 자산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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