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8 (수)

  • 흐림동두천 6.6℃
  • 흐림강릉 8.8℃
  • 서울 6.0℃
  • 대전 8.1℃
  • 대구 9.0℃
  • 울산 8.8℃
  • 광주 10.0℃
  • 부산 9.9℃
  • 흐림고창 6.0℃
  • 제주 10.8℃
  • 구름많음강화 7.0℃
  • 흐림보은 8.8℃
  • 흐림금산 8.5℃
  • 흐림강진군 10.3℃
  • 흐림경주시 8.4℃
  • 흐림거제 9.2℃
기상청 제공

Opinion

[Moonshot-thinking]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정책 “한 손에 고삐, 다른 손에 당근”…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던진 메시지

 

새 정부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이 질문은 오래 뒤로 밀려 있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작된 이후,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는 일관되게 ‘주거’에 쏠려 있었다. 초고강도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세금 논쟁, 공급 확대와 전세 사기 대책까지. 대부분의 정책 보도와 논의는 주택 시장 중심이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주택과는 다른 규칙, 논리로 움직인다. 오피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대형 빌딩 등은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상업용 시장에 대한 정부 정책의 영향은 주거 못지않게 심대하며, 때로는 여파가 더 구조적이다.

 

2024년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4.6만 건으로 2023년 대비 11.6% 감소했다. 연간 거래량이 5만 건 이하로 줄어든 것은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수도권은 0.9% 하락에 그쳤지만, 비수도권은 8.3%나 떨어졌다.

 

흥미롭게도 전국 평균 가격은 0.4% 상승했는데, 이는 수도권 거래 비중이 48.6%에서 54.9%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안전자산 선호’로 급격히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수사와 현실 사이의 간극

 

이재명 정부는 ‘시장 안정화’라는 기조를 내세우며, 공급 확대와 규제 합리화를 강조했다. “가급적 손을 대지 않겠다”고 밝히며, 세금 중심의 수요 억제보다 시장 친화적 접근을 천명했다.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게는 ‘돈 벌어서 비싼 집에 사는 것’을 죄악시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다주택자에게도 ‘세금을 열심히 내면 된다’는 현실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정부 출범 후 약 한 달 만에 발표된 첫 부동산 대책은 ‘초고강도 대출 조이기’였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DSR 3단계 시행, 유주택자 대출 금지까지. 세금이 아닌 대출로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이지만, 결국 직접적인 시장 개입이었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런 정책 변화를 두고 복잡한 시선을 보낸다. 서울대 이준구 명예교수 등 진보 경제학계는 “서민이 꿈꾸는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몇 채씩 보유한 투기 세력에 세금을 중과할 수밖에 없다”며 세금·금융 규제 강화를 촉구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모든 유형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상시적 규제 틀을 만들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일부 진보 논객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수요 억제 정책이 오히려 집값 폭등을 자극했다는 진단 아래, 이재명 정부가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지원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점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다만 “진보 정권 때마다 집값이 오른다”는 비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투기 차단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는 우려도 함께 표한다.

 

이 정책은 주택 시장을 겨냥했지만, 여파는 고스란히 금융 전반으로 번졌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대형 자산을 운용하거나 매입하는 투자자에게는 자금 조달 환경이 빠르게 악화됐다.

 

◆ 네 개의 다른 운명, 오피스 시장: 양극화의 가속화

 

2024년 한국 오피스 시장은 이미 뚜렷한 양극화를 보였다. 대형 프라임급 자산은 0.9%라는 초저공실률을 유지하며 임대료 재계약 시 고율 인상이 이뤄졌다. 반면 연면적 9,900㎡ 미만 소형 오피스는 5.4%의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평균(2.4%)의 2.5배, 프라임급의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의 대출 규제는 이 격차를 좁히기보다 벌려놓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임차인·투자자에게는 더 큰 장벽이 되었고, 반대로 전략적 투자자(SI)나 리츠, 연기금 등 자본이 충분한 주체들은 시장을 선점하는 구조가 강화됐다.

 

◆ 대형 빌딩 매입: 매수자 풀의 축소

 

아크플레이스(7,920억원), 더에셋(1.1조원), 돈의문 D타워(8,950억원) 등 2024년에도 대형 거래는 이어졌지만, 이는 자본력이 있는 기관 위주였다. 초고강도 대출 규제는 매입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투자자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살 수 있는 사람만 사는’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자는 빠지고, 자체 자본이 풍부하거나 대체 자산 운용에 능한 기관들이 중심이 되는 변화다.

 

◆ 물류센터: 기회와 리스크의 교차점

 

2024년 물류센터는 상업용 부동산에서 유일하게 투자 규모가 줄어든 섹터였다. 국내 투자자들이 오피스로 시선을 돌린 반면, 해외 투자자는 여전히 물류를 주목했다

 

이재명 정부의 부산 ‘트라이포트’ 전략은 이 시장에 새로운 변수다. 항만-항공-철도 연계, 가덕도 신공항, 해양금융 육성까지 종합적인 물류 인프라 확충 계획은 부산 지역의 물류센터 개발 수요를 구조적으로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안전운임제의 재도입과 확대는 불확실성을 더한다. 이재명 정부가 화물연대본부와의 정책 협약을 통해 약속한 ‘지속가능한 안전운임제’의 재입법과 적용 범위 확대는 운송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물류기업의 운영비를 늘려 임대료 전가나 임차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데이터센터: 정책의 총애를 받다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있다면 단연 데이터센터다. 이재명 정부는 AI 3강을 선언하며, 울산 AI 데이터센터(7조원 규모)를 포함한 초대형 클러스터 개발에 착수했다. 정부의 직접 투자 세제 혜택, 규제 완화, 지역 분산 전략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참여하는 울산 프로젝트는 2027년까지 40MW, 2029년까지 103MW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다. 그리고 향후 1GW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첨단 기술 산업도 지방에서 가능하다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 국가 전략 산업의 인프라로 위치시킨다. 자산으로서의 희소성과 중요성은 한층 높아졌으며, 리츠와 글로벌 자본의 유입 가능성도 커졌다.

 

◆ 균열을 읽는 법

 

업계에 따르면 2025년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금리 인하와 한국은행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긍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경제적 호재도 정책의 구조적 변화 앞에서는 차별적으로 작용한다.

 

이재명 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두를 위한 안정’이 아니라 ‘선택된 성장’이다. 한 손에는 대출 규제라는 고삐를, 다른 손에는 전략 산업 투자라는 당근을 들고 있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뚜렷한 명암을 만들어내고 있다.

 

진보진영이 우려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소상공인과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들은 발표되고 있지만, 상가 공실 등 상업용 부동산의 구조적 문제 해결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고 권리금 회수 보호를 강화했지만, 이것만으로 골목상권의 근본적 활력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는 지금 이 정부가 만든 가장 명확한 신호다. 정책이 자산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에서는 그 흐름을 타는 것이 전략이다. 울산, 부산 등 수도권 이외의 성장 거점은 인프라 확충과 함께 새로운 가치 축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자금 조달 구조의 점검은 필수적이다. 대출 환경 변화에 따른 자기자본 비중 재설계, 기관과의 협업 구조 강화가 생존의 조건이 됐다. 물류나 상가 섹터는 운영비·임대차 규제가 수익성을 좌우할 수 있다. 규제가 수익모델에 미치는 영향을 선제적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시장은 모든 정책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다. 때로는 조용히, 그러나 깊게 균열이 생기고 나서야 반응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지금, 정책의 온도차 위에 서 있다. 그 균열의 경계에서 기회를 찾는 것, 그것이 2025년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5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콘텐츠인사이트] 웃음도 감동도 놓쳤지만…<매드 댄스 오피스> 리뷰

그녀를 처음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연기 잘하는 조연 배우, 외모를 뛰어넘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기억한다. 염.혜.란. 세 글자만으로도 존재감을 설명할 수 있는 배우다. 그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목도 심상치 않았고, 예고편과 소개 글만 봐도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버무려진 작품일 것 같았다. 주말, 생일 주간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와이프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 (*아내 역시 염혜란 배우를 좋아하기에 기꺼이 동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표현하기가 조금 난감하다.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었다. 함께 본 아내의 한마디가 가장 정확한 평가였을지도 모른다. “그냥… 뭐… 음….” 굳이 정리하자면 죽도 밥도 아니었다는 표현이 가까울 것 같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따뜻한 결말 정도. 그 한 가지를 제외하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을 찾기 어려웠다. ◆ 현실감도, 유머 코드도, 감동 포인트도 부족 공무원 조직을 묘사하는 장면부터 다소 진부했다. 어린 시절 보던 드라마 <TV 손자병법>이 떠오를 정도로 과장된 장면들이 이어졌다. 과장님(5급)의 호통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엄마에서 '나'로 출근하는 아침, 불안을 무기로 바꾸다

월요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길은 누구에게나 괴롭다. 나 역시 지독한 월요병을 겪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역설적으로 출근이 기다려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회사 내 자리에 앉아, 따뜻한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침 메일함을 여는 그 짧은 시간이다. 주말 내내 젖병을 씻고 아이들을 안고 재우며 쌍둥이 엄마로 살다가 마침내 나만의 책상, 나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 앉는 그 순간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온전한 '나'로 다시 출근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작은 의식이 나에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커피 맛 때문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역할을 전환하며 사는 직장인에게 의도적으로 '나'를 켜는 스위치가 없으면 어느 순간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아침 의식은 오늘도 나를 버티게 하는 소중한 동력이다. 그래서 8개월에 가까운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직해서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때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회사에서는 나를 믿어주고 곧바로 굵직하고 큰 프로젝트들을 맡겨 주었고, 난 전속력으로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마음 한구석에서 낯선 감정이 올라왔다. 바로

[Future Hands up] 박테리오파지 치료법으로 스트레스 해소하기

“의사선생님이 본하 독감이라네. 또 항생제를 먹으라는 데 계속 이렇게 먹여도 되나.” 딸아이의 손을 잡고 황급히 병원을 다녀온 와이프가 걱정스러운 듯 읊조렸다. 항생제 (Antibiotic)는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물질로서 세균 감염에 효능이 있다. 이처럼 유효한 항생제의 사용에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생제는 유해균뿐 만 아니라 유익균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잦은 사용은 체내 세균의 내성을 유발하여 점점 그 효능이 줄어들게 된다. ◆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치료 그래서 2000년대에 재조명 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박테리오파지’ 치료법이다. 박테리오파지란 박테리아를 뜻하는 ‘박테리오’와 먹다 라는 의미인 ‘파지’의 합성어로 ‘특정 세균을 감염시켜 파괴하는 바이러스’를 뜻하는데, 그 모양이 마치 달착륙선이나 로봇같이 독특하게 생겨 ‘자연의 나노 로봇’이라고도 불린다. 박테리오파지가 미래 항생제의 대안으로 불리는 근본적 이유는 바로 특정 세균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스나이퍼 기질 때문이다. 박테리오파지는 머리와 꼬리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파지의 꼬리 섬유는 특정 세균 표면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유전물질을 주입한다. 그리

[콘텐츠인사이트] ‘카오스(chaos)’ 속 ‘코스모스(cosmos)’란…<콘크리트마켓> 리뷰

포스터 한 장만으로도 묘한 충격과 전율을 안겨준 영화가 있었다. 흥행 면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수세미를 꽉 쥐어짜면 틈새가 드러나듯 서사의 빈틈도 있었던 작품. 그럼에도 신선했고 제법 재미있게 봤던 영화, 바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콘크리트마켓>은 그 세계관을 확장한 스핀오프 같은 작품이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나름 좋아했던 영화였는데도 이 작품이 나왔다는 사실을 넷플릭스 신작 소개로 보기 전까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요즘은 한국 영화나 시리즈물이 신작으로 올라오면 거의 자동으로 넷플릭스 1위를 찍는 분위기다. 그래서 이제 그 순위 자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저 다시 봐도 좋을 콘텐츠, 혹은 새로 올라온 한국 영화나 드라마라면 웬만하면 섭렵하는 CHU(Contents Heavy User)일 뿐이다. 오늘따라 서두가 길어졌다. 금요일, 내 생일을 핑계 삼아 칼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가족들과 케이크를 자르고 난 뒤 소파에 몸을 맡겼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내가 무엇을 하든 방해받지 않을 분위기였다. 생일이라는 것이 묘하다. 나이가 들어도 축하를 받으면 기분은 좋다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벼랑 끝에서 쓴 기적, "논문 대신 케이스 스터디"

일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나름 인정받고 있었고, 대학원에서는 마지막 관문인 '졸업 논문' 착수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논문만 딱 끝내고, 예쁜 쌍둥이 낳아서 완벽하게 졸업해야지." 모든 계획은 내 머릿속에서 완벽했다. 하지만 삶은 결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졸업 논문 주제 선정 후 본격적으로 착수하려던 찰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임신성 고혈압'. 몸이 비명을 질렀고, 아이들은 예고도 없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예정일보다 3개월이나 빠른, 1kg 남짓한 칠삭동이 쌍둥이였다. 태어나자마자 내 품이 아닌 차가운 인큐베이터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무너져 내렸다. 내 계획, 내 커리어, 그리고 엄마로서의 기쁨까지 산산조각 난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내 욕심만 부렸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학원을 오갔던 날들, 회사 일을 놓지 못해 자처했던 야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나를 괴롭혔다. 아이를 가진 채로 내가 너무 무리해서, 내 욕심이 아이들을 저 차가운 유리 상자 안에 가둔 건 아닐까? 말로 하기 어려운 죄책감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논문이 발목을 잡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기업 현장에 나가 설

[콘텐츠인사이트] 브라운관 복귀한 이나영, 보는 것만으론 2% 아쉬움… <아너: 그녀들의 법정> 1–3화 리뷰

“아, 이 작품이었구나.” 당대 톱스타였던 배우 이나영의 복귀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이 먼저 일었다. 결혼 이후 오랜 시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의 선택이 어떤 이야기와 만났을지 궁금했다. 솔직히 말하면, CF 속 이미지로만 소비되던 그의 근황에는 거리감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연기를 통해 마주한 이나영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훤칠한 체구와 또렷한 이목구비, 장면을 밀고 가는 딕션과 눈빛의 집중력까지. 시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안정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함께 출연한 이청아, 정은채 역시 각자의 결이 분명한 배우들이지만, 초반부에서는 이나영의 아우라에 다소 가려지는 인상이다. 문제는 설정이다. 재벌가 후계자가 공익변호사 단체에 헌신한다는 서사는 이상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드라마적 설득력은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느낌이다. 세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고, N번방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범죄 서사, 사회 지도층의 뒷배까지 겹겹이 얹히며 무게를 더하지만, 초반 전개는 다소 ‘가져올 수 있는 요소를 모두 끌어온’ 인상을 준다. 원작이 있는 작품임을 감안하더라도, <비밀의 숲>처럼 초반부터 밀도 높은 서사로 몰아붙이는 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