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8 (목)

  • 맑음동두천 -3.8℃
  • 맑음강릉 4.5℃
  • 맑음서울 -1.2℃
  • 박무대전 -1.9℃
  • 박무대구 -0.9℃
  • 연무울산 4.3℃
  • 박무광주 0.7℃
  • 맑음부산 5.3℃
  • 맑음고창 -2.2℃
  • 맑음제주 5.5℃
  • 맑음강화 -3.1℃
  • 맑음보은 -3.7℃
  • 맑음금산 -3.9℃
  • 맑음강진군 -0.8℃
  • 맑음경주시 -0.2℃
  • 맑음거제 2.1℃
기상청 제공

Opinion

[Moonshot-thinking]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정책 “한 손에 고삐, 다른 손에 당근”…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던진 메시지

 

새 정부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이 질문은 오래 뒤로 밀려 있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작된 이후,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는 일관되게 ‘주거’에 쏠려 있었다. 초고강도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세금 논쟁, 공급 확대와 전세 사기 대책까지. 대부분의 정책 보도와 논의는 주택 시장 중심이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주택과는 다른 규칙, 논리로 움직인다. 오피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대형 빌딩 등은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상업용 시장에 대한 정부 정책의 영향은 주거 못지않게 심대하며, 때로는 여파가 더 구조적이다.

 

2024년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4.6만 건으로 2023년 대비 11.6% 감소했다. 연간 거래량이 5만 건 이하로 줄어든 것은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수도권은 0.9% 하락에 그쳤지만, 비수도권은 8.3%나 떨어졌다.

 

흥미롭게도 전국 평균 가격은 0.4% 상승했는데, 이는 수도권 거래 비중이 48.6%에서 54.9%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안전자산 선호’로 급격히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수사와 현실 사이의 간극

 

이재명 정부는 ‘시장 안정화’라는 기조를 내세우며, 공급 확대와 규제 합리화를 강조했다. “가급적 손을 대지 않겠다”고 밝히며, 세금 중심의 수요 억제보다 시장 친화적 접근을 천명했다.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게는 ‘돈 벌어서 비싼 집에 사는 것’을 죄악시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다주택자에게도 ‘세금을 열심히 내면 된다’는 현실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정부 출범 후 약 한 달 만에 발표된 첫 부동산 대책은 ‘초고강도 대출 조이기’였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DSR 3단계 시행, 유주택자 대출 금지까지. 세금이 아닌 대출로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이지만, 결국 직접적인 시장 개입이었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런 정책 변화를 두고 복잡한 시선을 보낸다. 서울대 이준구 명예교수 등 진보 경제학계는 “서민이 꿈꾸는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몇 채씩 보유한 투기 세력에 세금을 중과할 수밖에 없다”며 세금·금융 규제 강화를 촉구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모든 유형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상시적 규제 틀을 만들고,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일부 진보 논객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수요 억제 정책이 오히려 집값 폭등을 자극했다는 진단 아래, 이재명 정부가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지원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점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다만 “진보 정권 때마다 집값이 오른다”는 비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투기 차단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는 우려도 함께 표한다.

 

이 정책은 주택 시장을 겨냥했지만, 여파는 고스란히 금융 전반으로 번졌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대형 자산을 운용하거나 매입하는 투자자에게는 자금 조달 환경이 빠르게 악화됐다.

 

◆ 네 개의 다른 운명, 오피스 시장: 양극화의 가속화

 

2024년 한국 오피스 시장은 이미 뚜렷한 양극화를 보였다. 대형 프라임급 자산은 0.9%라는 초저공실률을 유지하며 임대료 재계약 시 고율 인상이 이뤄졌다. 반면 연면적 9,900㎡ 미만 소형 오피스는 5.4%의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평균(2.4%)의 2.5배, 프라임급의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의 대출 규제는 이 격차를 좁히기보다 벌려놓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임차인·투자자에게는 더 큰 장벽이 되었고, 반대로 전략적 투자자(SI)나 리츠, 연기금 등 자본이 충분한 주체들은 시장을 선점하는 구조가 강화됐다.

 

◆ 대형 빌딩 매입: 매수자 풀의 축소

 

아크플레이스(7,920억원), 더에셋(1.1조원), 돈의문 D타워(8,950억원) 등 2024년에도 대형 거래는 이어졌지만, 이는 자본력이 있는 기관 위주였다. 초고강도 대출 규제는 매입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투자자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살 수 있는 사람만 사는’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자는 빠지고, 자체 자본이 풍부하거나 대체 자산 운용에 능한 기관들이 중심이 되는 변화다.

 

◆ 물류센터: 기회와 리스크의 교차점

 

2024년 물류센터는 상업용 부동산에서 유일하게 투자 규모가 줄어든 섹터였다. 국내 투자자들이 오피스로 시선을 돌린 반면, 해외 투자자는 여전히 물류를 주목했다

 

이재명 정부의 부산 ‘트라이포트’ 전략은 이 시장에 새로운 변수다. 항만-항공-철도 연계, 가덕도 신공항, 해양금융 육성까지 종합적인 물류 인프라 확충 계획은 부산 지역의 물류센터 개발 수요를 구조적으로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안전운임제의 재도입과 확대는 불확실성을 더한다. 이재명 정부가 화물연대본부와의 정책 협약을 통해 약속한 ‘지속가능한 안전운임제’의 재입법과 적용 범위 확대는 운송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물류기업의 운영비를 늘려 임대료 전가나 임차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데이터센터: 정책의 총애를 받다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있다면 단연 데이터센터다. 이재명 정부는 AI 3강을 선언하며, 울산 AI 데이터센터(7조원 규모)를 포함한 초대형 클러스터 개발에 착수했다. 정부의 직접 투자 세제 혜택, 규제 완화, 지역 분산 전략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참여하는 울산 프로젝트는 2027년까지 40MW, 2029년까지 103MW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다. 그리고 향후 1GW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첨단 기술 산업도 지방에서 가능하다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 국가 전략 산업의 인프라로 위치시킨다. 자산으로서의 희소성과 중요성은 한층 높아졌으며, 리츠와 글로벌 자본의 유입 가능성도 커졌다.

 

◆ 균열을 읽는 법

 

업계에 따르면 2025년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금리 인하와 한국은행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긍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경제적 호재도 정책의 구조적 변화 앞에서는 차별적으로 작용한다.

 

이재명 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두를 위한 안정’이 아니라 ‘선택된 성장’이다. 한 손에는 대출 규제라는 고삐를, 다른 손에는 전략 산업 투자라는 당근을 들고 있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뚜렷한 명암을 만들어내고 있다.

 

진보진영이 우려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소상공인과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들은 발표되고 있지만, 상가 공실 등 상업용 부동산의 구조적 문제 해결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고 권리금 회수 보호를 강화했지만, 이것만으로 골목상권의 근본적 활력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는 지금 이 정부가 만든 가장 명확한 신호다. 정책이 자산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에서는 그 흐름을 타는 것이 전략이다. 울산, 부산 등 수도권 이외의 성장 거점은 인프라 확충과 함께 새로운 가치 축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자금 조달 구조의 점검은 필수적이다. 대출 환경 변화에 따른 자기자본 비중 재설계, 기관과의 협업 구조 강화가 생존의 조건이 됐다. 물류나 상가 섹터는 운영비·임대차 규제가 수익성을 좌우할 수 있다. 규제가 수익모델에 미치는 영향을 선제적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시장은 모든 정책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다. 때로는 조용히, 그러나 깊게 균열이 생기고 나서야 반응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지금, 정책의 온도차 위에 서 있다. 그 균열의 경계에서 기회를 찾는 것, 그것이 2025년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4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콘텐츠인사이트] Only God Knows Everything… 하지만 우리는 ‘인간’ 입니다

영화감독인 과거 직장 후배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연출과 각색을 맡은 작품이라 더 끌렸습니다. 응당 극장에 가서 큰 스크린으로 보며 응원해도 모자랄 판에, 회사를 옮긴 시점과 맞닿아 사실 놓쳤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다 주말, 넷플릭스 신작을 살펴보던 중 ‘따끈따끈한’ 신작 목록에서 이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미안한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소파에 몸을 맡긴 채 두 눈과 귀를 텔레비전 앞으로 가져갔습니다. 예전부터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적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 역시 중요한 장치로 사이비 종교가 등장합니다. 과거 드라마 <구해줘>의 분위기가 떠오르기도 했고, 신부가 주인공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열혈사제>도 자연스레 겹쳐 보였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구원’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역설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묻습니다. ◆ 코치는 전지전능하지도, 모든 것을 알지도 않는다…그저 함께하는 동반자일 뿐 코칭을 하다 보면, 때때로 고객은 코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재촉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답답하면 그러실까요.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문제를 대신

[콘텐츠인사이트] 다가올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이번 칼럼은 질문으로 시작해 봅니다. 만약 우리가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그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요? 반대로 짐이 될까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보며 이 질문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관찰자’라는 설정은 코칭에서 다루는 ‘시점 전환’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 ‘시점’이 바뀌면 질문도, 해답도 달라진다 챗GPT의 설명에 따르면 ‘전지적 독자 시점’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독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실제로 미래를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코칭에서는 현재의 나를 잠시 미래의 나로 이동시키는 시점의 전환을 자주 활용합니다. 고객은 ‘미래의 나’로부터 들려오는 조언을 상상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지금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단순한 역할극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는 자기 자신을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게 하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비슷한 기법으로 ‘빈 의자’ 코칭이 있습니다. 눈앞의 빈 의자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고 가

[콘텐츠인사이트] 무엇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다음 주를 맞이하는 직장인들에게 넷플릭스 신작 콘텐츠는 가뭄에 단비처럼 찾아옵니다. 새로 올라온 작품 한 편을 보고 나면, 과거 ‘개그콘서트’로 월요일을 버티던 시절처럼 지친 일상에 잠시나마 회복제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연말이고 월초라 그런지, 몸과 영혼이 서로를 밀어내듯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연극, 때로는 뮤지컬 감상을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짧은 리뷰로 올려왔는데, 여기에 제가 배운 ‘코칭’을 결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소파에 기대 리모컨을 넘기던 중, 마침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백의 대가> 전도연, 김고은 주연의 12부작 스릴러. 오프닝이 주는 겨울의 스산함이 오히려 나쁘지 않았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영어 제목이었습니다. The Price of Confession. ‘Price’를 ‘대가’로 번역한 점이 인상적이었죠. (참고로 올바른 표기는 ‘댓가’가 아닌 ‘대가’입니다.) ◆ ‘대가’ 없이 ‘열매’는 없다 지난해는 예기치 못한 일이 연달아 닥친 해였습니다. 제가 옮겼던 회사의 재정이 급격히

[플라이미투더문]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큰 이유…복잡계의 창발적 현상

얼마 전 AI 관련 포럼을 양일간 다녀왔는데 상당히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었다. 바로 ‘창발적 현상’ 이라는 녀석과의 만남이었다. ‘벌목’이라는 단어를 벌의 머리아래 목 언저리 부위로 이해하는 요즘 세대의 어느 친구라면 발이 달린 창문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으나, ‘창발’이라는 단어는 기대 이상으로 심오한 뜻을 지녔다. “창발(Emergence)이란 개별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부분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속성, 구조, 패턴, 혹은 기능이 전체 수준에서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창발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잡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복잡계란 ‘많은 구성요소들이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패턴이나 질서가 스스로 형성되는 시스템’을 뜻한다. 즉 ‘복잡계’라는 ‘과정’을 통해 ‘창발적 현상’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 경제의 창발적 현상 주위를 둘러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온 국민이 글로벌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각자가 개별 경제주체로써 올바른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일 텐데, 신기하게도 각 개인은 오로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독립적으로

[마음 회복 연구실] 코칭은 깊은 호기심…진심어린 호기심에 대한 20번의 실험을 마치며

◆ 당신은 지금 무엇을 듣고 있습니까 회의실에서 팀원이 말한다. “우린 늘 이렇게 해왔는데요?.”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스치는가? “관행을 고집하는 완고함”? “변화를 두려워하는 저항”? 혹은 “검증된 방식에 대한 신뢰와 안전에 대한 욕구”? 같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전혀 다른 세 개의 의미가 숨어 있다. 나는 코칭을 배우며 깨달았다.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려면 단어가 아니라 맥락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지난 20주 동안 한 편씩 글을 써오며 내 안에서도 일어났다. ◆ 스무 번째 글, 그리고 나를 마주한 시간 어느덧 스무 번째 칼럼이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쓴다’는 약속이 작지만 버거웠다. 주말이면 노트북을 열고 생각을 정리하려 할 때마다 피곤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글을 쓰면 쓸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맑아졌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안의 흐트러진 생각을 한 줄로 세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 되었고, 그건 셀프 코칭의 과정으로 발전했다. 이 시리즈를 써오며 나는 ‘코칭의 정의’를 머리로가 아니라 손끝으로 익혔다.

[눈치코치] ‘자기계발’과 ‘자기개발’

스무 번째 칼럼을 앞두고 문득 저 네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함께 필진으로 참여한 두 명의 동기 코치와 ‘각자 20편씩, 도합 60편의 칼럼으로 1단원을 마무리하자’며 ‘도원결의’를 했는데, 정말 그 시간이 다가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의 차이를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어학사전과 챗GPT를 찾아보니 이렇게 정의되어 있더군요. ‘자기계발’은 내면을 닦는 과정이고, ‘자기개발’은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즉, 자기계발은 사람으로서의 성장, 자기개발은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뜻합니다. 코칭을 공부하며 첫 단계 인증코치(KAC)가 된 저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커리어(Career)’에 천착했습니다. 5번의 이직, 성격과 업태가 모두 다른 기업들 -대기업, 외국계, 중견기업까지 - 약 20여 년 동안의 다양한 경험이 있었기에, 나름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습니다. 정작 저는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을 명쾌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 순간,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직장인은 조직 안에서 좋은 구성원(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핵심인재(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싶어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