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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Moonshot-thinking] ‘팬덤’이 예약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자산시장이 움직였다

 

방탄소년단(BTS) 컴백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서울 도심 특급호텔들이 들썩였다. 3월 광화문 쇼케이스와 4월 고양 본 공연 발표 직후, 포시즌스호텔서울과 더플라자서울은 조기 만실을 기록했다. 더플라자는 정부 승인 보도 이후, 일주일간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11배 폭증했다. K-콘텐츠가 만든 글로벌 관광 수요가 호텔 시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해 12월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은 3208억원에 매각되며 2025년 호텔 거래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거래는 단순히 큰 금액의 딜이 성사됐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호텔 자산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시장은 때로 예상보다 빠르게 변한다. 변화가 일시적 현상인지 구조적 전환의 시작인지 판단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호텔 시장에서 목격한 변화가 바로 그런 경우다.

 

알스퀘어 RA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서울 상업·업무용 부동산의 1000억원 이상 대형 거래 33건 가운데 호텔 자산이 7건을 차지했다. 비중으로 환산하면 21.2%에 달한다. 2024년 대형 거래 32건 중 호텔이 단 3건(9.4%)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다.

 

한층 흥미로운 점은 거래가 연중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월에는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2542억원)과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 명동(2463억원)이 거래됐다. 12월에는 스위스그랜드호텔과 호텔 유파이브(1450억원)가 매각됐다. 두 달 연속 월간 상위 3대 거래에 호텔이 2건씩 포함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무엇보다 호텔 운영 지표의 개선이 컸다. 2024년 서울 호텔 거래규모는 약 2조 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객실가동률과 평균 단가 모두 2019년을 넘어섰다. 외래관광객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문화관광 활성화가 이를 뒷받침했다.

 

공급 측면의 제약도 한몫했다. 팬데믹 기간 서울의 4·5성급 호텔 약 4000개 객실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폐업한 호텔이 다시 문을 여는 경우는 드물고 개발비 상승으로 신규 공급도 제한적이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다. 수도권 주요 호텔의 객실당 거래가가 4억원대 중반까지 오른 것도 이러한 시장 환경을 반영한다.

 

흥미롭게도 숙박업 전체로 보면 양극화가 뚜렷하다. 특급 호텔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전통적인 여관·모텔 사업자는 2019년 2만 939명에서 2025년 11월 1만 7621명으로 15.8%나 감소했다. 1인 가구 증가 불법 숙박업소 확산 여행 트렌드 변화 등으로 중저가 숙박시설의 입지가 좁아졌다. 반면 차별화된 서비스와 입지를 갖춘 호텔은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는 구조적 분화가 진행 중이다.

 

투자자 관점도 달라졌다. 과거 호텔은 경기 민감도가 높고 운영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투자 대상으로서 선호도가 낮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운영 목적의 거래가 늘고 있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 명동처럼 2040년까지 장기 임차 계약이 체결된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피스 빌딩 못지않은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투자자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 호텔 시장은 아시아 주요 도시 가운데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으면서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최근 거래 사례를 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한국 호텔 시장을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구조적 전환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한 해의 데이터만으로 시장의 방향을 확신하기 어렵다. 2025년 호텔 자산의 비중 확대가 팬데믹 이후 일시적 수요 급증에 따른 현상일 수 있다. 향후 몇 년간 이 흐름이 지속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몇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첫째 투자자의 자산 선택 기준이 다변화되고 있다. 오피스 빌딩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벗어나 숙박 물류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둘째 호텔 자산의 투자 매력도가 실질적으로 개선됐다.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거래는 지속되기 어렵다. 셋째 시장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대형 거래의 자산 구성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이는 시장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배운 것이 있다면 시장은 절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변화의 조짐을 포착하되 그것이 추세인지 잡음인지 구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최근 호텔 시장의 약진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것이 일시적 반등인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인지는 2026년 이후의 데이터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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