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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Moonshot-thinking] 코워킹의 역습, 대기업이 스타트업 공간에 들어온 이유

 

하이브리드 근무 정착에 대기업들 공유 오피스로

 

미국 코워킹(Co-working) 시장이 뜻밖의 손님을 맞이했다. 화이자와 아마존, JP모건 체이스.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노트북 하나 들고 모여 앉던 코워킹 공간에 입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왜 수십 층짜리 본사 빌딩을 두고 코워킹 공간을 찾았을까. 그 답을 찾다 보면 우리나라 오피스 시장의 미래도 함께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코워킹 시장은 한동안 얼어붙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굳이 사무실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이 확산했다. 실제로 코워킹 업계 대표 주자였던 위워크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많은 사람이 코워킹 시대의 종말을 예상했다. 하지만 3년 만에 상황은 뒤집혔다. 미국 코워킹 공간은 약 1억 1560만 제곱피트에서 1억 5830만 제곱피트로 늘었다. 오피스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가 됐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대기업이 코워킹을 찾는 진짜 이유

 

비밀은 ‘하이브리드 근무’에 있다. 완전 재택도, 완전 출근도 아닌 상태가 되면서 기업들은 고민에 빠졌다. 10년 계약으로 큰 사무실을 빌렸는데 직원 절반만 출근한다면 낭비다. 그렇다고 계약을 해지하고 작은 사무실로 옮기자니 다시 인력이 늘어나면 어쩌나. 경기는 불확실하고 인공지능(AI) 때문에 조직 구조는 계속 변한다. 장기 계약은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코워킹은 시원한 해답이다. 필요할 때 빌리고, 필요 없으면 그만두면 되니까.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새 공장을 지을 때를 생각해보자. 현지 사무실이 필요한데, 당장 건물을 짓거나 임대 계약을 하기에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해 부담스럽다. 이럴 때 코워킹 공간은 유용하다. 일단 들어가서 사업을 시작하고,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면 된다.

 

요즘 미국 대기업들은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 글로벌 보험 컨설팅 회사 WTW는 새로운 도시에 진출할 때 코워킹 공간부터 알아본다고 밝혔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본사는 따로 있지만, 새로운 지역에 ‘위성 사무실’이 필요할 때 코워킹을 선택한다. 단순히 돈을 아끼려는 게 아니다. 속도와 유연성이 핵심이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시대에, 10년 임대 계약은 무거운 짐이다. 코워킹은 가볍게 시작해서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는 본사 못지않은 시설을 제공하면서도, 기업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시장 구조의 변화다. 과거 위워크 같은 대형 브랜드가 전국에 수백 개 지점을 내면서 시장을 장악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최근 3년간 미국에서 한두 곳만 운영하는 작은 코워킹 업체가 66%나 늘었다. 대형 체인의 성장 속도를 훨씬 앞질렀다.

 

뉴욕주 버펄로에 있는 ‘한사(Hansa)’가 그 예다. 원래 트럭 부품 창고였던 건물을 코워킹 공간으로 바꿨다. 처음엔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올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큰 회사들이 사무실을 줄이면서 임시로 쓸 공간을 찾아왔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전환 공간’으로 코워킹을 활용한 것이다. 이런 작은 업체들이 잘되는 이유가 있다. 지역 사정을 잘 알고, 그 지역 기업들이 원하는 걸 정확히 제공할 수 있다. 전국에 똑같은 인테리어로 수백 개 지점을 내는 것보다 안정적이다.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지역 특성에 맞게 운영할 수 있다.

 

‘본사급’ 코워킹 공간의 시대…우리나라는 어디쯤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코워킹 공간의 기준 자체가 올라갔다. 예전엔 책상, 의자, 와이파이만 있으면 됐다. 지금은 다르다. ‘인더스트리어스’ 같은 업체는 100명 이하 팀을 위한 ‘본사급’ 코워킹 공간을 만든다. 고급 회의실, 라운지, 카페, 심지어 디자인까지 본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에는 직원들이 ‘형식적으로 출근’하는 게 아니라 ‘진짜 일하러’ 오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데 굳이 사무실에 나오는 이유는 뭘까. 집중해서 일하거나, 동료와 협업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공간이 좋아야 한다. 초라한 공간은 직원들의 발길이 머물지 않는다.

 

국내는 어떨까. 서울 도심 오피스 공실률이 올라가고 있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했다.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코워킹 시장은 아직 다르다. 한국의 코워킹은 여전히 스타트업과 프리랜서가 주로 쓰는 모양새다. 스파크플러스, 패스트파이브 등 같은 대형 브랜드 중심이다. 동네마다 특색 있는 작은 코워킹 공간이 생겨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기업이 위성 사무실로 코워킹을 쓴다는 얘기는 아직 많지 않다. 한국 대기업은 아직 ‘본사 중심’ 문화가 강하다. 위성 사무실이나 유연한 공간 전략에 익숙하지 않다. 10년, 20년 계약으로 큰 건물을 통째로 쓰는 게 익숙하다.

 

하지만 이것도 곧 바뀔 수 있다. 미국에서는 코워킹이 전체 오피스의 2.2%를 차지한다. 앞으로 10%까지 늘어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많은 기업이 사무실의 20~30%를 유연한 형태로 쓸 계획이라고 답했다. 코워킹이 ‘보조 공간’이 아니라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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