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6월 4일, 국내 증시가 2% 넘게 급등하며 17년 만에 대통령 취임일 ‘하락 징크스’를 깼다.
코스피는 2.66% 오른 2770.84에 마감, 연중 최고치이자 10개월 만의 2770선 회복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1.34% 오른 750.21에 마감했다.
정치 불확실성 해소, 정책 기대감에 ‘허니문 랠리’
증시 급등의 배경에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증시 부양 의지, 구체적 자본시장 정책 기대감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하며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MSCI 선진지수 편입, 주주환원 확대,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자본시장 친화 정책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증권, 금융, 지주사, 신재생에너지, AI, 반도체, 지역화폐 등 정책 수혜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부국증권(22.67%), 미래에셋증권(13.25%), 신영증권(12.62%), SK증권(11.34%), 한화투자증권(9.61%) 등 증권주가 신고가를 경신했고, 한화(20.98%), SK스퀘어(13.06%), CJ(12.19%), 두산(11.00%) 등 지주사도 강세를 보였다.
내수주와 신성장 업종, 삼성전자(1.76%), SK하이닉스(4.82%) 등 반도체주도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내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식품주인 삼양식품과 오리온홀딩스는 각각 4,44%, 19.11% 급등했으며, 소비재업종인 KT&G(3.15%), 영원무역(3.02%) 등도 강세를 나타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업종과 코스피의 83%에 달하는 종목이 상승한 가운데 정책 이행 기대감이 반영됐다”며 “대선 기간 중 증시 부양을 강조한 만큼 증권주가 급등했고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기대되는 지주사, 금융지주들도 랠리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수’…예탁금 3년 만에 60조원 돌파
외국인은 이날 현물 1조550억원, 선물 4901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 랠리를 주도했다. 기관도 2050억원 순매수에 나섰다. 반면 개인은 1조2260억원을 차익 실현하며 순매도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60조원을 돌파,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통령 취임 첫날 증시가 오른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1.34%) 이후 17년 만이다. 그간 13~20대 대통령 취임일에는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13대 노태우 대통령(취임 당일 휴장, 다음날 2월26일 기준)은 3.30%, 14대 김영삼 대통령은 2.56%, 15대 김대중 대통령은 4.53% 각각 내렸다. 이어 16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했던 지난 2023년 2월 25일에는 3.90% 하락했으며, 18대 박근혜, 19대 문재인 대통령 때도 취임 당일 각각 0.46%, 0.99% 떨어졌다. 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당일인 지난 2022년 5월 10일에도 0.55% 하락하며, 징크스를 피해 가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새 정부의 정책 동력과 외국인 자금 유입,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맞물리며 코스피가 연내 2900~3000선, 중장기적으로는 ‘코스피 5000’ 시대까지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새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 의지, 상법 개정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기대감 등이 지수에 반영되고 있다"며 "특히 현재 여당 의석수가 과반 이상 차지한 가운데 정부의 정책 시행 동력이 매우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도 대통령 선거 후 1년간 코스피 평균 상승률은 15~16%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책 기대감, 밸류에이션 정상화, 외국인 수급 개선이 긍정적”이라면서도, "특히 하반기에는 미국 관세정책, 수출 경기, 글로벌 금리 등 대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금리 인하, 글로벌 반도체·AI 업황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