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금융시장에서 '신뢰'는 금융기관의 존립 근거이며, 특히 증권업계는 고객 자산의 안전을 담보받는 투명한 내부통제체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투자증권 한 직원이 고객들의 예탁금 수억원을 빼돌려 도박자금으로 탕진한 사실이 드러나며 증권업계 전체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강남지점에서 근무하던 30대 남성 직원이 최소 6~7명의 고객 계좌에서 수억원대 자금을 자신의 계좌로 불법 이체해 빼돌렸다.
사측은 "지점 직원의 횡령 사실을 인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피해 규모는 현재 집계 중이나, 수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는 피해 고객과의 면담과 피해액 산정 후 수사기관 결과에 따른 보상절차를 예고했으나, 이미 빼돌린 자금은 대부분 도박에 탕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아내와 동료에게 도박 사실을 고백한 뒤 잠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직원들의 일탈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성을 더한다. 2015년에도 한국투자증권 강서지점 직원이 고객들로부터 수년간 약 20억원을 받아 잠적한 사례가 있다. NH투자증권에서는 2015년 고객돈 49억원을 횡령한 직원이 적발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근 국내 금융권의 내부 직원에 의한 횡령·사기 사고 금액은 2024년 기준 4000억원에 육박했으며, 이 중 금융투자업권(증권사·자산운용사 등)에서는 업무상 배임 815억원, 횡령·유용 27억원, 사기 1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사고금액의 회수율은 고작 5% 남짓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한다.
이처럼 반복되는 증권사 직원의 횡령 사건은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업계 내부통제 전반의 허술함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2019년 131억원이던 금융권 횡령 피해액은 2022년 7월 기준 약 870억원으로 폭증했다. 저축은행과 투자증권 등에서도 7년간 250회에 걸쳐 수억원을 횡령하거나 임직원 단독 서명 등 내부 시스템 결함을 악용한 사기·유용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내부 직원 범죄는 금융사의 신뢰도 하락과 기관 신용등급 하락, 사법처리 및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다. 실제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들도 정기적인 내부감사, 강력한 외부감사,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등으로 내부통제 고도화를 채택하고 있으나, 한국 증권업계의 사고는 아직 미온적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실질적 처벌 강도 상향, 내부고발자 보호, 고객자산 실시간 검증 프로세스 강화, 정기적 직원윤리교육 도입 등 강력한 재발 방지책이 시급하다"면서 "금융사의 사소한 내부 사고는 곧바로 '신뢰도 실추→고객 이탈→주가 급락'으로 직결되는 준엄한 사실을 직시, '도둑맞은 신뢰'는 금융회사 존립을 위협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반성해야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