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6월 4일, 임기를 3개월여 남기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KAI 수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첫 사례로,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KAI 사장 교체 관행이 또다시 현실화됐다는 평가다.
공군 출신 강구영 사장,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성과 책임·정권 교체 영향
강구영 사장은 2022년 9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됐으며, 임기는 올해 9월까지였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한국수출입은행(지분 26.41% 보유, 최대주주)을 찾아 사퇴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KAI 측은 “차기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임기를 유지하며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사장은 공군사관학교 30기 출신으로, 공군 제5전술공수비행단장, 공군 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한 군 출신 인사다. 국내 1세대 시험비행 조종사로 KT-1, T-50 등 국산 훈련기 개발에도 참여했다.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인 모임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 포럼’ 운영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정권 바뀔 때마다 사장 교체…KAI 구조적 문제 지적
KAI는 정부 지분이 높은 사실상 반(半)공기업으로, 역대 사장 대부분이 정권 교체 시기에 맞춰 교체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과거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KAI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경영 전문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방산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강 사장의 사의 표명 역시 정권 교체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KAI 관계자는 “사임 이유가 성과 책임 등 불명예스러운 것은 아니다”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외적 영향을 고려해 자의적으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사장 인선, 정치권 출신 유력…전문성 논란 재점화
차기 KAI 사장으로는 이재명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인사나 정부 핵심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동시에 내부 승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KAI 사장직이 낙하산 논란과 정치 논공행상의 오명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국방안보포럼 김민석 연구위원은 “KF-21, FA-50 등 수출 성공을 위해 부품 국산화와 경쟁력 있는 무기·전자장비 성능개량이 필수적”이라며, “연구개발과 내실 있는 운영에 능한 엔지니어형 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AI, 방산 수출 호조 속 ‘경영 연속성’ 확보 과제
KAI는 최근 필리핀과 FA-50PH 12대(약 7억달러 규모)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방산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수장 교체로 경영 연속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방산 프로젝트는 10년 이상 장기 소요되는 사업이 많은 만큼, 잦은 최고경영자 교체가 기업 신뢰도와 글로벌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권 입맛에 맞춘 CEO 임명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면서 "KAI는 국가 전략산업을 대표하는 중책인 만큼,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