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상법 1·2·3차 개정 이후 처음 맞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사회 규모를 축소하고 관련 정관을 손질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모습이 확인됐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담은 2차 개정안 시행(9월 10일)을 앞두고, 경영권 행사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외부 세력의 진입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이사 정원 자체를 줄이는 ‘방어적 슬림화’ 현상이 나타났다.
4월 7일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50대 그룹 상장사 중 전년도와 비교 가능한 269개사 주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주총 이후 전체 이사 수는 총 1733명으로 집계됐다. 전년(1780명) 대비 47명(2.6%) 감소한 수치다.
특히 사내이사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사내이사는 843명에서 807명으로 4.3% 줄어든 반면, 사외이사는 937명에서 926명으로 1.2% 감소하는 데 그쳤다. 사내이사 감소율이 사외이사보다 3배 이상 높은 셈이다.
그룹별로는 카카오 감축 폭이 가장 컸다. 카카오는 10개 계열사에서 총 14명의 이사를 줄였는데, 이 중 사내이사가 8명으로 더 많았다. 이어 롯데(-13명, 사내7·사외6), 삼성(-9명, 사내6·사외3), LS(-7명, 사내5·사외2), 한화(-6명, 사내3·사외3), 영풍(-4명, 사내3·사외1) 순으로 이사 수가 감소했다. 현대백화점(-2명), 미래에셋(-1명), 효성(-1명), LX(-1명), 이랜드(-1명) 등의 그룹은 사외이사 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내이사만 줄였다.

이는 사내이사 축소를 통해 전체 이사 정원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사외이사 최소 선임 인원까지 줄이려는 선제적 방어 전략으로 해석된다. 통상 정관상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규정되는데, 정관 변경 없이도 조정이 가능한 사내이사를 줄이면 전체 이사 수가 감소하고, 그에 따라 사외이사 최소 선임 기준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결국 외부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자리 자체를 축소하는 효과를 낸다.
이사회 축소와 함께 올해 주총에선 정관 변경을 통한 대응 징후도 포착됐다. 이사회 구조 변화에 대비해 제도적 여지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우선 이사 수 조정이다. 올해 주총 부의안건 2494개 가운데 이사 수를 비롯한 이사회 관련 변경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184곳이었다. 다만 실제로 이사 수를 줄인 경우는 15곳(8.2%)이었고, 상당수는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만 변경하는 수준이었다.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 수를 조정한 케이스를 그룹별로 보면 효성이 5개 계열사(효성,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효성중공업은 해당 안건이 부결됐다. 또 LS 4개(LS일렉트릭, LS네트웍스, E1, 예스코홀딩스), 한국앤컴퍼니 2개(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이 뒤를 이었고 한진(한진칼), GS(GS글로벌), 롯데(롯데케미칼), 셀트리온(셀트리온) 등도 포함됐다.

정관상 이사 임기를 조정한 기업은 14곳으로 집계됐다.
한화가 7개 계열사(한화,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엔진, 한화비전,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로 과반을 차지했고, 효성 4개(효성,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롯데 1개(롯데케미칼), 카카오 1개(넵튠)가 뒤를 이었다. 역시 효성중공업만 부결되고 나머지 기업의 해당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특히 효성그룹은 효성,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4개 계열사에서 이사 수와 임기 조정 관련 정관 변경을 동시에 추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상법 개정 흐름과 궤를 같이 해 살펴볼 수 있다.
1차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것으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고, 2차 개정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골자로 올해 9월 10일부터 적용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개정은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지배구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2차 개정안이다. 소수주주가 선호하는 인사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 운영에 일정 부분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1차 개정으로 주주로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이사회 내 의사결정 부담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로 돌아가는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불편한 동거’를 사전에 완화하기 위해 이사회 규모 축소나 임기 조정 등을 통해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관리하려는 필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