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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랭킹연구소] 자사주 보유 비중 TOP30…SK>미래에셋증권>두산>DB손보>삼성화재>LS>KT&G>HD현대>삼성생명>유한양행 順

자사주 살 땐 ‘주주가치’ 94%, 팔 땐 ‘보상·자금확보’ 75%…이중 행보
국내 상장사 5년치 전수조사 결과, 매년 19~24% 자사주 매입 참여
소각률은 30% 그쳐…취득 계획·처분 용도 대부분 달라
상법 3차 개정시 깜깜이 활용 제동…자사주 비중 높은 그룹 지주사·대기업 영향권 전망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최근 5년간 국내 상장사들의 약 20%가 매년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이 가운데 실제 소각까지 이행한 기업은 30%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이 자사주 취득 목적으로 대부분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처분 단계에서는 임직원 보상이나 자금 확보, 교환사채 발행 등 주주가치와 직접 관계 없는 용도로 활용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말 국회 통과가 예상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하고 처분 방식 변경시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명시한 만큼, 그간 관행처럼 이어졌던 ‘깜깜이 자사주 활용’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2일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상장사 2658개(2025년 11월 12일 기준)를 대상으로 최근 5년간 자사주 취득 흐름을 살펴본 결과,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 비중은 해마다 19~24%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2591개 상장사 가운데 641개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며 24.7%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고, 올해도 연초부터 현재(11월 12일 기준)까지 508개사(19.1%)가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때 내세운 명분은 대부분 ‘주주가치’였다. 5년간 제출된 자사주 취득 계획 공시 2067건 가운데 1936건(93.7%)에서 ‘주주가치 제고’가 명시됐다. 이에 비해 ‘임직원 성과보상’은 61건(3.0%), ‘주주가치 제고&임직원 보상’을 병기한 경우는 51건(2.5%)이었으며, ‘주식교환’ 목적은 단 1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처분 결과는 이와 완전히 달랐다. 자사주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여주는 처분 공시 1666건을 분석한 결과, ‘임직원 성과보상’이 1066건으로 64.0%를 차지했다. 이어 ‘자금 확보’ 목적이 188건(11.3%), ‘교환사채 발행’ 172건(10.3%), ‘주식교환’이 81건(4.9%)으로 뒤따랐다. 이는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회사의 재무적 필요나 우호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보호 성격이 강한 방식들이다.

 

자사주 활용의 이중 행태는 실제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진칼은 2022년 9월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해 43만9989주를 취득했다. 해당 주식은 2025년 상반기까지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가 2025년 8월 임직원 성과보상을 목적으로 전량 처분됐다. 당초 명분과 실제 용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 드림씨아이에스 역시 비슷하다. 이 회사는 2021년 11월 주주가치를 내세워 자사주 20만주 취득을 결정했지만, 해당 물량은 타법인 주식취득 대금 충당, 임직원 성과보상, 투자재원 확보 등으로 나뉘어 모두 처분됐다. 주식 소각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다른 코스닥 상장사인 디지캡 역시 2022년 1월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 두 달 동안 32만3295주를 매입했으나 이후 신사업 및 연구개발 투자재원 마련을 이유로 2024년 12월 계열사로 넘겼다.

 

이들 사례는 자사주가 당초 목적과 달리 M&A 자금, 내부 보상, 우호지분 확보 등 경영권과 재무 목적에 치우쳐 사용돼 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사주를 소각하더라도 시장 전반의 관행 자체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자사주를 취득한 880개 기업(중복 제외) 가운데 한 번이라도 자사주를 소각한 곳은 315개사로 35.8%에 그쳤다. 소각량은 전체 취득량(17억673만여주)의 54.6%(9억3263만여주)로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지만, 이는 소수 대기업이 대규모 소각을 단행한 데 따른 착시효과였다. 실제로 소각 참여 기업 315곳 중 상위 15개사가 전체 소각 물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편중돼 있었다.

 

 

올해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 상법 3차 개정안은 이같은 자사주 관행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개정안은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물론 기존 보유 물량까지 포함해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의무 소각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한 자사주 처분 목적을 변경하거나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려면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특별결의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자사주 처분이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사주 활용 목적을 ‘주주가치 제고·소각’ 중심으로 되돌리려는 취지가 뚜렷하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영권 측면에서 직접적 영향을 받는 곳은 자사주 비중이 높은 대형 상장사들이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SK㈜(24.8%), 미래에셋증권(23.0%), 두산(17.9%), DB손해보험(15.2%), 삼성화재(13.4%), LS(12.5%), KT&G(12.0%), HD현대(10.5%), 삼성생명(10.2%) 등은 모두 발행주식 대비 높은 비율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상당수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이거나 핵심 주력 계열사이기에 경영권 방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소각’ 원칙이 적용되면, 그간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활용해 온 자사주 물량을 단기간에 정리해야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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