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호화 사저 ‘마러라고(Mar-a-Lago)’에 2025년 10월 18일(현지시간) 한국 재벌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한국의 주요 재벌기업 총수들이 집단적으로 미국 대통령과 골프를 즐긴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가진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만남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으로 성사됐으며, 대규모 투자 유치와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 협력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총 12개조(4인 1조)로 진행된 골프에서 각 조는 미국 정부 관계자 1명, 미국 골프 선수 1명, 해외 경영자 2명으로 구성됐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이재용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조로 편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번 회동은 현재 교착 상태에 있는 한미 관세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민간 차원의 지원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같은 시기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관세 후속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정부와 민간이 동시에 미국에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2 백악관’이라 불리며, 미국과 글로벌 정치·경제권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부동산·휴양시설을 넘어, 공간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현대권력 유지와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의 상징적 교차로라 할 수 있다.

마러라고 역사의 진화
1927년, 시리얼 회사 ‘포스트(POST)’의 상속녀 마조리 메리웨더 포스트가 8만 달러를 들여 세운 이 리조트는 이탈리아 프레스코 양식과 스페인 궁전 양식이 혼합된 화려한 건축미를 자랑한다. 내부는 16세기풍 미술품과 이탈리아산 석재, 스페인산 타일 등으로 장식되었으며, 총 126개의 방, 9홀 골프 코스, 수영장, 레스토랑, 스파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포스트가 1973년 유언으로 마러라고를 미 정부에 기증했으나, 관리비용 부담 등으로 소유권이 다시 포스트 재단에 넘어갔다. 1985년 도널드 트럼프가 1000만 달러에 매입해 대대적 리모델링과 회원제 리조트화했다. 2019년부터는 자신의 주거지로 지정해 ‘제2 백악관’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공간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재탄생하며, 단순한 부동산을 넘어 글로벌 ‘권력장치’로 자리 잡았다.
공간의 유래와 문화적 의미: ‘호수로 가는 바다’의 철학적 함의
‘마러라고(Mar-a-Lago)’는 스페인어로 ‘호수로 가는 바다(Sea to Lake)’라는 의미를 지니며, 플로리다 워스 호수와 대서양 사이에 위치한 입지를 상징한다. 즉 자연이 만들어낸 경계와 그 경계를 넘어서는 상징적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이름은, 공간의 한계와 영역을 넘는 권력자의 상징적 행위와도 맞닿아 있는데, 이는 공간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경계의 해체’와 ‘권력의 확장’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내포한다.
이 리조트의 건축양식은 16세기 스페인 궁전 양식을 따르며, 내부의 고급 석재와 미술품은 서구문화와 권력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는 공간이 문화적 상징성과 정체성을 표출하는 방식임을 보여주며, 역사적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역사적 건축물’로 등재된 배경에서도 드러난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마러라고 리조트
마러라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리조트 중 가장 고급 시설을 갖춰 58개의 침실과 33개의 욕실이 있으며, 고급 레스토랑과 스파, 수영장도 갖추고 있다. 1년 관리비용이 100만 달러가 넘었고, 소음 문제와 경호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대통령 별장으로서는 비전통적인 장소로 평가받기도 했다.
2022년 한 해에만 2200만 달러의 순익을 낸 상업적 리조트이기도 하다.
권력과 커뮤니케이션의 신성한 공간: ‘제2 백악관’ 마러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을 2019년부터 주거지로 사용하며, 마러라고는 미국 정치권력의 상징물이 되었다. ‘제2 백악관’ ‘남부의 백악관’이라는 별명처럼 미국 내부뿐 아니라 글로벌 정치 지도자들, 기업인들의 집단적 모임장소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정권 인수단을 꾸렸고, 트럼프의 ‘마가(MAGA)’ 지지 세력의 본부 역할도 하며, 대선 유세와 집회가 이곳에서 열리면서 정치적으로도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글로벌 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등 주요 인사들도 자주 이 곳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대규모 AI 투자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총 5000억 달러 규모)를 마러라고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다양한 글로벌 인사들이 이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공간의 정치적·사회적 결합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공간은 궁극적으로 ‘권력의 교차로’ 역할을 하며, 권위, 대화, 영향력의 메타포로 작용한다. 플로리다 해변의 고풍스러운 풍경과 역사적 건축물, 그리고 현대적 권력 조합이 합쳐진 이곳은 ‘권력의 장’이자 ‘문화적 아이콘’이다.
공간의 재생산과 현대 권력의 미학
‘마러라고’는 더 이상 단순한고급 부동산이 아닌, 현대 권력의 집합체와 문화적 표상이다. 공간사회학적으로 보면, 이 장소는 권력의 ‘상징적 장치’이자, 글로벌 네트워크와 문화적 상징성을 재생산하는 ‘문화적 공간’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2025년 10월의 한국 재벌 총수 골프 회동은 한미 경제협력의 심층화를 상징하며, 단순 관례를 넘어 한국 대기업과 미국 권력층 간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의 ‘상징적 공간’으로서 마러라고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