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6 (일)

  • 구름조금동두천 0.6℃
  • 구름많음강릉 8.2℃
  • 구름조금서울 5.7℃
  • 구름조금대전 4.6℃
  • 구름많음대구 3.1℃
  • 맑음울산 5.5℃
  • 구름많음광주 6.8℃
  • 맑음부산 11.2℃
  • 흐림고창 4.7℃
  • 맑음제주 11.4℃
  • 구름많음강화 4.0℃
  • 구름많음보은 1.6℃
  • 흐림금산 2.0℃
  • 구름조금강진군 3.6℃
  • 구름조금경주시 2.2℃
  • 맑음거제 7.7℃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공간사회학] '슬픔·아픔의 역사' 이태원, Tolerance·Openness 갖춘 다인종·다문화 공존의 공간 '재탄생'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이태원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역사적으로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 공간이다. 현재 이태원(梨泰院)의 이름은 한자만 3번 변했을 정도로 파란만장함을 담고있다. 조선 초에는 '오얏나무 李'를 써서 '李泰院' → 임진왜란 이후에 '異胎院(다른 민족의 태를 가지고 있는 곳)' →효종 이후에는 '배나무가 많은 역원'이라는 뜻의 '梨泰院'으로 글자와 의미가 변했다.

이는 당시 왜군이 주둔하며 저지른 만행과 그 후에 남은 왜군과 조선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이곳에 모여 살았기 때문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당시 한양에 들어 온 '가등청정(加籐淸正)'은 이태원(梨泰院)에 주둔(駐屯)한다. 주둔중에 '가등청정과 부대'는 온갖 만행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대부분 여자들은 피난을 가버린 상황이라 겁탈(劫奪)의 대상은 피난을 가지 못한 여자와 이태원 황학골에 있는 '운정사'의 비구니들이 주 대상이었다. 불교 신자인 가등청정은 여승들을 겁탈하고 운정사까지 불살라 버린다. 왜놈에게 겁탈당한 부녀자등이 애를 낳고 기를 보육원을 지어 정착케 하였는데, 당시 왜병들의 피가 많이 섞인 곳이라 하여 이태원(異胎圓, 다른 민족의 태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 부르게 됐다.

 

선조(宣祖 1552-1608)는 왜놈들의 피가 섞인 자식들과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한 포로나 귀화한 일본인들을 한 곳에 몰아서 일종의 이방인(異邦人) 공동체 지역으로 만들어 버린다. 인조때도 병자호란에 끌려갔다 돌아온 환향녀인들과 그 여인의 자식들까지 상당수가 결국은 이곳으로 흘러오게 된다. 

 

 

이후 북벌(北伐)을 준비하던 효종(孝宗 1619-1659)은 지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배나무가 많다는 의미로 지명을 교체하면서 현재의 명칭을 가지게 됐다.​ 공무상 지방으로 왕래할 때 거칠 수밖에 없는 곳이고, 이 역시도 교통이 편했기 때문이다. 이태원은 물론이고 장호원, 조치원, 인덕원, 사리원, 퇴계원 등이 모두 역참이 있던 마을이었다.

 

이태원(梨泰院)은 서울을 벗어나 처음 만나는 원(院)이었다. 서쪽의 홍제원(弘濟院). 동쪽의 보제원(普濟院), 남쪽의 이태원(梨泰院)과 인덕원(仁德院)은 서울 부근의 중요한 원이었다. 이태원(梨泰院)은 지금 용산고등학교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또 이태원은 역사적으로 외국인 또는 이방인의 거주지, 즉 ‘이방인의 땅’으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군과 청나라 군대, 일제강점기의 일본군, 그리고 광복 후 미군이 연이어 주둔했다. 1957년 미군의 외박과 외출이 허용되면서 기지촌(基地村)까지 생겨났다. 1970년대 미군기지에서 나온 물품들로 상권이 형성된 이태원은 이후 미군을 위한 유흥가로 거듭나 기지촌과 미국식 클럽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후 정부는 이태원 미군기지 중심으로 서빙고동, 한남동, 동부 이촌동 일대에 외국인 전용주택, 아파트, 고급 외국인 주택단지까지 건설한다. 그러자 한국에 들어온 각국의 대사관이 이태원 지역에 대거 입주했고, 그 영향으로 197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고급주택단지도 조성됐다.

 

어떤 사람들은 이태원의 어원이 이타인(異他人, 외국인)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외국인이 많은 지역이었다는 의미다. 위치는 서빙고와 영남로를 연결하는 사이에 있고, 그 사이에 험한 산이 없어서 이동하기에 좋다. 한강을 건넌 후 남산과 용산의 사잇길을 빠져나가서 남대문으로 가기에도 편하다. 조선시대부터 교통이 편하니 외국인이 몰려들 수밖에 없던 것이다. 

 

문화적 측면에서 이태원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공간으로 변모하며, 한국 내 성소수자 문화의 중심지로도 자리 잡았다. 단층 집단에서 벗어나 자유와 소통을 표방하는 젊은이들의 해방구로서 기능해왔다. 이 같은 다문화적 특성은 국내외 미디어와 뉴스 담론에서 이태원을 경계 공간(liminal space) 혹은 탈경계화된 다문화 공간으로 해석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태원은 핼러윈 축제를 비롯한 대규모 인파 몰림으로 인해 비극적인 압사 사고가 발생한 곳으로도 기억된다. 2022년 10월 29일 승강이 좁은 골목길에서 인파가 급증해 159명이 사망하고 195명이 부상당한 사고는 한국 현대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인명피해였다.

 

이 사고는 과잉 인파 대비 경비 인력 부족과 치안 관리 미흡, 신속한 구조 장애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도시 공간과 안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태원의 공간사회학적 의미는 단순히 외부인과 다문화가 공존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상처와 현대 사회의 위험이 교차하는 복합공간이라는 점에서 깊은 철학적·문화적 해석이 가능하다.

 

명칭의 변천은 역사적 폭력과 생존, 정체성에 대한 은유이며, 현재의 핫플레이스로서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관광과 소비 자본주의, 미디어에 의해 재구성된 소비 중심적 코뮤니타스(communitas)로 볼 수 있다. 동시에, 광복 이후 외세와 군사 문제로 점철된 상흔, 기지촌 여성 착취, 그리고 대형 참사의 트라우마가 내재된 기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결국 이태원은 한국 도시 공간에서 역사와 문화, 사회적 상처가 얽힌 다층적 공간으로, 과거의 비극과 현재의 생동감이 공존하는 독특한 장소다. 이 공간이 가진 이중성은 역사 이해와 공간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더욱 깊게 조명될 필요가 있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6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공간사회학] 완공 10개월 만에 붕괴됐다고?…中 홍치대교, ‘두부공사(철근빼돌리기)’가 빚어낸 人災 '논란'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중국 남서부 쓰촨성과 티베트를 연결하는 758미터 길이의 홍치대교가 개통 10개월 만에 붕괴되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글로벌타임스, 뉴스위크, 뉴욕포스트, 로이터, 중국중앙방송(CCTV),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현지 시간 11월 11일 오후, 다리 진입부와 인근 경사면에서 균열이 발생한 지 하루 만에 교량 일부가 산사태로 인해 무너졌다. 다행히 당국이 사전에 통행을 전면 차단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대형 기반 시설의 안전 관리와 시공 품질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붕괴 과정과 현장 상황 홍치대교는 쓰촨성 마얼캉시에 위치한 G317 국도 구간에 건설된 대형 교량으로, 총 길이 758미터, 높이 172미터에 달한다. 올해 1월 완공된 이 다리는 중국 중부와 티베트를 잇는 핵심 교통망으로, 쓰촨도로교그룹이 시공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 10일 순찰 중 다리 진입부와 인근 경사면에서 균열과 지반 변형이 확인되자 당국은 즉각 교통을 통제하고 현장 차량을 모두 대피시켰다.​ 11일 오후,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교량 접근로와 도로 기반이 함께 무너졌고, 현장 영상에는 다리 상판과 잔해가 계곡 아래로 추락하며 흙먼지가 치솟는

[공간사회학] 프랑스 문화유산 위협한 1500억원 루브르 7분 절도…비밀번호가 ‘LOUVRE’였다

[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지난 2025년 10월 19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1480억원 상당(8800만 유로)의 프랑스 왕실 보석 컬렉션 8~9점이 대담한 낮 도난 사건으로 사라졌다. 절도범 4명은 사다리차를 타고 박물관 외벽 창문을 통해 침입, 불과 7분 만에 두 개의 고강도 유리 진열장을 절단기로 깬 뒤 보석을 훔쳐 전동 스쿠터를 타고 도주했다. 범행은 개장 직후 인파가 많은 아폴롱 갤러리에서 발생해 충격을 줬다. 현재 피의자 4명은 체포되어 구속됐으며 공범 1명은 도주 중이다.​ 보안 취약성 논란과 감찰 결과 사건 이후 밝혀진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시스템 상태는 극도로 취약했다. 2014년 프랑스 국가사이버보안국(ANSSI)의 영상 감시 시스템 감사에서 보안 서버 비밀번호가 단순하게 ‘LOUVRE’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박물관이 이후 비밀번호를 교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역시 20년 이상 된 구식으로, 여러 차례 실시된 보안 감사에서도 보안 강화보다는 작품 구입에 더 중점을 뒀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랑스 감사원 보고서(2018~2024년)에 따르면 2004년 수립한 화재 대응 기본계획이 20년이 지난 시점

[내궁내정] 한 국가의 문화·역사·민족성을 한글자?… 한국 情, 미국 法, 영국 格, 독일 哲, 프랑스 맛, 이탈리아 멋, 중국 中, 일본 和, 인도 敬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한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를 한글자(또는 짧은 단어)로 문화·역사·민족성의 핵심을 표현하는 것은 각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직관적이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이들 국가에 대해 수집한 문화적 특징을 바탕으로 각각을 상징하는 단어를 선정하고, 그 의미와 함의를 분석해보았다. 한국 : 정 (情) – 사람과 관계를 중시하는 정(情)의 문화 한국 문화의 핵심은 ‘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유교문화 속에서 가족과 사회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사람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정(情)의 진액이 사회를 이어주는 근간이다. 충성과 예, 가족주의가 근본을 이루며, 현대에 와서도 K-팝·드라마·한류로

[공간혁신] 47년 된 경로당의 변신…강남구, ‘AI 피트니스’ 갖춘 선정시니어센터 개관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어르신들의 대표 복합문화시설인 경로당이 AI 기반의 헬스기구를 갖춘 스마트피트니스센터로 변신했다. 강남구(구청장 조성명)가 10월 31일 어르신복합문화시설 ‘선정시니어센터’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 센터는 1978년에 건립된 선정경로당을 철거한 후 신축한 건물로, 어르신 복지 수요에 맞춘 스마트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번에 문을 연 선정시니어센터는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605㎡ 규모로 ▲지하 1층 다목적실 ▲2층 스마트피트니스센터 ▲3층 사무실 및 할아버지방 ▲4층 할머니방 ▲5층 라운지로 구성돼 있다. 특히 2층에 조성된 ‘스마트피트니스센터’는 AI 기반 운동기구를 도입한 특화 공간으로, 전담 트레이너의 맞춤형 지도를 통해 고령자의 체력 증진과 건강 관리를 지원한다. 스마트피트니스센터는 강남구가 ㈜론픽과의 ESG 업무협약을 통해 조성했다. 이는 지난해 논현노인복지관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성된 AI 헬스 특화 시설이다. 이 기기는 이용자의 체력 수준에 따라 자동으로 운동 강도를 조절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동이 가능해 어르신 건강 증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선정시니어센터는 강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