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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이슈&논란] "이 가격 밑으론 팔지 마" 집값담합 제보하면 2억 준다…54주 연속 집값 폭주 속 '담합 카르텔' 칼 빼들다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서울시가 아파트 매매가격 54주 연속 상승이라는 전례 없는 과열장 속에서 온라인 단체대화방(단톡방)을 통한 조직적 집값 담합 행위에 대해 6월 말까지 집중 수사에 착수한다. 결정적 증거를 제보한 시민에게는 심의를 거쳐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파격적 인센티브까지 내걸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2월 23일, 오는 6월 말까지 '부동산 가격 담합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인위적 집값 담합·허위거래 신고 등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고강도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5년 2월 첫째주 상승 전환 이후 53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2월 둘째주 기준 전주 대비 0.22% 상승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서울 집값은 8.7% 급등해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송파구(20.92%), 성동구(19.12%), 마포구(14.26%), 서초구(14.11%), 강남구(13.59%)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의 가격 급등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장기 상승장이 집주인들의 담합 유인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톡방 집값 담합은 단순한 가격 합의를 넘어 조직적·폭력적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4년 7월 서울시 최초 적발 사례에서, 서초구 A아파트 소유자 100여명이 모인 단톡방의 '방장'은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매물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매매가격을 높이도록 유도했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광고한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는 "가격이 너무 낮다", "그런 부동산은 응징해야 한다"며 실명과 사진을 올리는 이른바 '좌표찍기'가 벌어졌고, 허위 매물 신고를 통해 중개사의 정당한 영업 행위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서울 은평구 B아파트에서도 2023년 5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최소 10억원은 넘어야 한다"며 집값을 끌어올리는 글을 지속 게시한 소유자 2명이 2025년 1월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적발한 집값 담합 사례만 총 60건에 달한다.

 

이 같은 담합 행위는 서울을 넘어 경기도까지 확산됐다. 2026년 2월 경기도 부동산 조사 전담팀이 하남·성남·용인 일대에서 조직적 가격 담합을 적발했다. 하남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179명의 주민이 익명 닉네임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참여해 "10억원 이하로 팔지 말자"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조직적으로 가격을 유지했다.

 

이들은 시세 이하로 매물을 등록한 공인중개사에게 항의 전화를 퍼붓고, 포털 사이트에 허위 매물로 집단 신고하며, 하남시청에 릴레이식 민원을 넣어 정상적 행정 업무까지 마비시켰다. 채팅방 기록에는 "2~3월에 민원 폭격으로 5000만원 이상 가격을 올리자", "민원 넣고 전화하고 문자하는 걸 당분간 회사 업무처럼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담합을 주도한 A씨는 2023년 7억8700만원에 매입한 아파트를 10억8000만원에 매각해 약 3억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는 민원 신고가 집중된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대단지 아파트 밀집 지역을 우선 대상으로 삼되, 필요시 다른 자치구로 범위를 확대한다. 중점 수사 대상은 ▲시세보다 현저히 높게 표시·광고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특정 공인중개사 단체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동중개를 거부하는 행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매물을 특정 가격 이하로 내놓지 못하게 유도하는 행위 ▲실제 거래되지 않는 매물을 올려 시세를 왜곡하는 행위 등 네 가지다.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 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허위 거래 신고나 공동중개를 거부한 공인중개사는 등록 취소 또는 최대 6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다. 결정적 혐의 입증 증거(화면 캡처 등)와 함께 제보해 공익에 기여한 시민에게는 심의를 거쳐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서울시 단독 움직임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하반기 부동산 이상거래 기획조사에서 총 2,216건을 점검해 1,002건의 위법 의심 거래를 적발했다. 특히 실거래가 신고 후 계약 해제를 반복하는 '가격 띄우기' 의심 건 437건 중 142건에서 161건의 위법 의심 행위가 확인됐고, 10건은 경찰에 수사의뢰됐다. 2024년 '8.8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강남 3구·마포·용산·성동구 일대 45개 단지 현장점검에서도 498건의 위법 의심 행위가 적발된 바 있다. 현재까지 누적 의심거래 2,696건이 국세청·금융위 등에 통보됐고, 35건은 경찰에 수사의뢰됐다.

부동산 가격 담합은 글로벌 이슈이기도 하다. 미국 법무부(DOJ)는 2025년 1월, 부동산 기술업체 RealPage와 6개 대형 임대업체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43개 주에 걸쳐 130만 가구 이상을 관리하면서 RealPage의 가격 알고리즘을 활용해 임대료를 동기화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알고리즘을 매개로 한 '디지털 담합'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단톡방 담합과 수법은 다르지만 플랫폼을 이용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본질은 동일하다.

 

변경옥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집값 담합 적발은 시민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적극적인 제보와 관심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고는 서울시 홈페이지 '민생침해 범죄 신고 센터'와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 앱을 통해 가능하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자치구 등과 긴밀히 공조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53주 연속 상승장 속에서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단톡방 카르텔'이 근절될 수 있을지, 이번 수사의 실효성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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