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한국의 부자들이 급속도로 해외로 이주하며 2025년에는 약 2400명의 백만장자가 한국을 떠날 전망이다.
닛케이, 블룸버그, 헨리 앤 파트너스 보고서(2025)에 따르면, 이는 3년 전 400명에 비해 6배나 증가한 수치로, 영국,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의 백만장자 순유출국으로 기록된다.
이에 따른 금융자산 유출액은 약 152억 달러(한화 약 2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대규모 이주의 배경에는 한국의 높은 상속세, 불리한 사업 및 거주 환경,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부자들의 해외 이주의 주된 원인
부자들은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가장 크게 지적한다. 한국의 상속세는 최대주주 할증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에 달해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OECD 내 14개국은 아예 상속세가 없는 상황과 대조된다. 이 외에도 낮은 세금, 호의적인 사업 환경, 양질의 거주 여건을 이유로 들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10억원 이상 자산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6.8%가 ‘해외 투자이민을 고려해봤다’고 답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세계 부자 이동, UAE ‘세금 천국’ 선호 현상
세계적으로는 아랍에미리트(UAE)가 가장 많은 백만장자를 순유입하며 1위를 차지했다. 2025년 UAE는 약 9800명의 백만장자가 순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UAE는 개인소득세, 자본이득세, 상속세 등이 전무한 ‘세금 천국’으로 부자들의 대규모 자금 및 인구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장기거주권인 ‘골든 비자’ 제도, 고급 생활환경, 전략적 지리적 위치도 부자의 유입에 기여한다. 이에 따라 UAE 내 패밀리오피스(고액자산가 자산운용 전문기관)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측도 시장규모와 중요도가 크게 확대 중임을 확인했다.
영국의 ‘백만장자 이탈 1위’ 사례
영국은 ‘비거주자 제도’ 폐지 후 대규모 부자 이탈을 겪으며 2025년 약 1만6500명이 영국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도는 거주자가 해외 소득과 자본이득을 영국 내로 들여오지 않으면 과세하지 않던 혜택으로, 4월 폐지 후 부자들의 탈출이 가속화됐다. 유명 억만장자들도 런던을 떠나 이탈리아, 스위스, UAE 등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있다. 영국 정부가 런던의 글로벌 금융 중심지 지위를 과신했던 점이 뒷북으로 비판받고 있다.
한국 부자 이탈, 경제 및 사회적 영향 우려
전문가들은 한국이 상속·증여세율을 낮추지 않는 한, 젊은 부자와 기업가들의 해외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이로 인해 국내 투자 감소, 일자리 축소, 세수 기반 약화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파급이 예상된다. 특히 고액자산 증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세부담과 부실한 사업, 거주 환경 개선 미비가 심화되는 점은 정부의 정책 시정 과제로 지목된다.
이슈의 핵심은 ‘세금과 투자 환경’이다.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한국 부자들이 대거 해외로 이주하는 현상은 조세 정책과 경제 환경 재설계의 긴급함을 반영한다. 특히 UAE와 미국 등 부자 친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높은 한국이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따라 경제 경쟁력과 자본 유출 위험 사이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