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 10명 중 7명이 가구 연 소득 1억4000만원을 넘는 고소득층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로스쿨의 경우 고소득층 비율이 76%에 달해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으며, 저소득층 비율은 5%에 그쳐 교육 기회의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소득 불균형은 로스쿨 입시부터 졸업 후 변호사시험 준비까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를 '현대판 음서제'로 비유하기도 한다.
국내 로스쿨의 소득 쏠림 현상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1학기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로스쿨 재학생 6163명 중 고소득층으로 추정되는 비율은 69.7%(4299명)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68.2%보다 1.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고소득층은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소득 9·10분위(상위 20%) 재학생과 학비 납부가 가능해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을 포함해 산정한다. 다만 교육부는 비영리단체나 기업의 외부 장학금을 받는 학생도 있어 고소득층 비율이 과다 집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Y 로스쿨의 고소득층 비율은 평균 76.3%로 전체 평균보다 6.6%포인트 높았다. 학교별로는 영남대가 77.6%로 가장 높았고, 서울대·이화여대가 각 77.5%, 연세대 77.4% 순이었다. 반면 저소득층 비율은 충북대(9.8%), 서울시립대(8.5%)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SKY 로스쿨은 평균 3.7%에 그쳤다.
로스쿨 졸업생은 법학적성시험(LEET) 준비부터 입학 후 변호사시험을 위한 과외·학원비까지 등록금 외에도 막대한 사교육비가 부담된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진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미국 로스쿨과의 비교: 높은 학비와 재정지원
미국 로스쿨은 연간 학비가 5만~8만 달러(약 6750만~1억800만원)에 이르며, 상위권 로스쿨일수록 비용이 높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 로스쿨의 2026학년도 학비는 8만8390달러(약 1억1900만원)로, 미국 로스쿨 평균(5만3868달러)보다 64% 이상 높다. 버지니아 로스쿨의 경우 주거주자 기준 6만8500달러(약 9250만원)이며, 비주거주자는 7만1500달러(약 9650만원)를 부담한다. 이는 한국 로스쿨의 평균 연간 등록금(약 1422만원)보다 6~8배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로스쿨은 재정지원 체계가 상대적으로 발달해 있다. 일부 T14 로스쿨은 국제학생에게도 재정지원을 제공하며, 예일대, 하버드대 등은 가족의 재정 자원을 고려해 필요 기반 장학금을 지급한다. 로스쿨 졸업 후 대형 로펌(Big Law)에 취업하면 평균 연봉 12만2000달러(약 1억6500만원)를 받으며, 이를 통해 학자금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완화된다.
2023년 미국 로스쿨 졸업생의 85% 이상이 졸업 후 10개월 이내에 J.D. 학위가 필수적이거나 결정적인 우위를 제공하는 일자리에 취업했으며, 이는 10년 만에 최고치다.
교육 기회의 평등성 논란
한국 로스쿨은 등록금 외에도 LEET 학원비, 사설 모의고사 응시료, 자기소개서 컨설팅비 등 입시 사교육 시장이 과점화되며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소득 3분위 이하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지만, 2025년 1학기 기준 3분위 이하 비율은 13.9%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학자금 대출 시스템이 발달해 있어 경제적 배경이 다양한 학생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결국 한국 로스쿨은 고소득층 중심의 '금수저 사다리'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으며, 이는 법조계의 다양성과 사회적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춰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의 학생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입학 문턱을 낮추고, 과잉 경쟁을 완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