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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가짜였던 그림, AI가 진품으로 판정번복 "루트 연주자, 진짜 카라바조"…미술품 진품판별에 큰 혼란이자 혁신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영국 글로스터셔 배드민턴 하우스에 소장된 한 그림이 주요 경매장과 박물관이 그동안 단순 복제품으로 판단했던 기존 평가를 뒤집고 인공지능(AI) 기술로 진품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의 작품임이 과학적으로 인증되면서 전 세계 미술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Independent, Art Recognition 공식 홈페이지, WebProNews에 따르면, 스위스 기술회사 아트 레코그니션(Art Recognition)이 리버풀 대학교와 협력해 진행한 AI 분석은 배드민턴 하우스에 소장된 이 작품 ‘루트 연주자(The Lute Player)’가 85.7%의 높은 확률로 17세기 바로크 거장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손에서 그려진 것이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진 전문가들의 합의가 뒤집혔고, 작품의 가치가 수천만 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카라바조는 현존하는 작품이 약 60여점에 불과할 정도로 희소성이 높은 작가다. 2019년 새로 발견된 카라바조 작품은 약 9600만 파운드(한화 약 1500억원) 가치로 평가된 바 있다.

 

이 그림은 1969년 소더비 경매에서 ‘카라바조 이후 화가의 작품’으로 평가받아 단 750파운드에 팔렸으며, 2001년 다시 약 7만 1000파운드에 거래될 때에도 ‘카라바조 서클’ 즉 주변 화가의 작품으로 취급됐다.

 

진품 논쟁은 20여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영국 미술사가 클로비스 휘트필드(Clovis Whitfield)는 2001년 수집가 알프레드 베이더와 함께 그림을 구매한 이후 진품임을 꾸준히 주장해 왔으며, 작품의 디테일—특히 꽃에 맺힌 이슬방울의 반사 효과—이 1642년 조반니 바글리오네(Giovanni Baglione)가 기록한 카라바조 작품 묘사와 놀랍도록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유럽 회화 부문장이었던 키스 크리스티안센(Keith Christiansen)은 2007년 “현대 학자 중 어느 누구도 이 그림이 카라바조의 작품일 거라 믿지 않는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이번 AI 판정 결과에 대해 휘트필드는 “AI 결과는 크리스티안센 씨를 그의 자리에서 끌어내렸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아트 레코그니션의 카리나 포포비치(Carina Popovici) 박사는 “80% 이상의 확률은 매우 높은 신뢰도를 의미한다”고 밝혔으며, 해당 AI 시스템은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과 비전 트랜스포머(Vision Transformers) 기술을 활용, 카라바조의 붓질과 명암 표현, 스타일적 특성을 200여 점 이상의 진품 데이터와 비교해 분석했다.

 

특이하게도 이번 AI 평가는 배드민턴 하우스 소장 버전이 진품인 것으로 판명한 반면, 오랫동안 원본으로 간주된 뉴욕 와일덴슈타인(Wildenstein) 소장 작품은 “진품이 아니다”라는 부정적 결과가 나와 미술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은 예술품 감정 분야에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중요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전문가 감정과 달리, AI는 미세한 붓질 패턴과 스타일적 미묘함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어 향후 미술품 진품 판별에 큰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휘트필드와 포포비치는 새 팟캐스트 ‘Is It?’을 통해 이번 연구 결과와 미술계 진위 논쟁을 자세히 공개할 예정이며, 현재 배드민턴 하우스 작품은 런던에 머물고 있으나 공공 미술관으로의 이관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이번 AI 인증은 전통적인 미술계 권위에 도전하는 기술 혁명의 성공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며, 앞으로 미술품의 진위 감별에 AI가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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