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AI가 반복 업무를 덜어주는 구세주가 아니라, 고성과 지식노동자의 뇌를 가장 먼저 태우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매일 인공지능 도구를 감독하고 상호작용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근로자들이 'AI 브레인 프라이(AI Brain Fry)'라고 명명한 독특한 형태의 인지적 피로를 경험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Harvard Business Review에 게재됐다.
HBR, Axios, Futurism에 따르면, Boston Consulting Group(BCG)과 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UC 리버사이드)가 수행한 이 연구는 약 1500명의 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집중적인 AI 감독이 더 높은 오류율, 의사결정 피로, 그리고 더 큰 퇴사 욕구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AI 브레인 프라이, 무엇이 다른가
연구진은 AI 브레인 프라이를 “개인의 인지 능력을 넘어서는 AI 도구의 과도한 사용·상호작용·감독에서 비롯된 정신적 피로”로 정의한다. 다.
연구자들은 AI 브레인 프라이를 "개인의 인지 능력을 넘어서는 AI 도구의 과도한 사용 또는 감독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로 정의하며, "핵심은 ‘AI 사용량’이 아니라 ‘AI를 둘러싼 업무 설계’와 ‘감독 강도’라며, 지속적인 인간 모니터링을 필요로 하는 멀티 에이전트 AI 시스템의 등장으로 심화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번아웃이 아닌 역설적 현상
AI 결과물을 끊임없이 검수·교정·검증해야 하는 역할일수록 피로도가 치솟는다. 멀티 에이전트, 즉 여러 AI 툴을 동시에 돌리는 고급 사용자·초기 수용자가 가장 취약 계층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단순·반복 업무를 AI가 대체해 인간이 고부가가치 판단에 집중하도록 설계된 경우에는 번아웃 지표가 오히려 15% 감소했다.
연구가 강조하는 지점은 “AI는 인지 부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주 재배치한다”는 역설이다. 업무는 ‘직접 생산’에서 ‘감독·검증·조율’로 이동했고, 사람들은 “문제를 푸는 사람”에서 “AI가 문제를 제대로 풀었는지 감시하는 관리자”로 변했다.
숫자로 본 인지 비용: 오류 39%, 의사결정 피로 33%↑
AI 워크플로우로 인해 근로자들이 인지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게 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매우 암울한 그림을 보여줬다.
BCG의 정신과 의사이자 전문 파트너인 수석 저자 Gabriella Rosen Kellerman에 따르면, 브레인 프라이(Brain Fry)를 경험한 직원들은 업무상 중대한 오류 발생률이 39% 더 높았고, 의사결정 피로도가 33% 더 높았으며, 퇴사 의향이 39% 더 높았다. 공동 저자 Julie Bedard 역시 "AI 감독 업무의 과중함은 근로자들의 정신적 피로를 12% 더 증가시켰고, 영향을 받은 직원 중 34%가 적극적으로 퇴사 의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고용주들이 점점 더 AI 도입을 의무화하고 도구 사용을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시점에 발표되었습니다. 프로그래머 Steve Yegge의 오픈소스 플랫폼 Gas Town은 사용자들이 여러 AI 코딩 에이전트를 동시에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것이 바로 문제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한 초기 사용자는 시스템이 "나에게는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명백한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설명했습니다.
UC 버클리 “생산성 기적 뒤에 숨은 ‘워크로드 크리프’"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점점 더 많은 증거가 도출됐다. 2월에 발표된 UC 버클리 연구((Aruna Ranganathan, Xingqi Maggie Ye)는 8개월 동안 200명의 직원을 추적한 결과, AI 도구가 일관되게 업무를 줄이기보다는 강화시켰으며, 초기의 생산성 향상은 "업무량 증가", 인지 피로, 그리고 의사결정 능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성형 AI 도입의 효과를 '워크로드 크리프(workload creep)'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것. 즉 개별 업무는 AI 덕분에 더 빨리, 더 많이 처리됐다. 그러나 절약된 시간은 휴식·심층 사고로 전환되지 않고, 즉시 새로운 업무·멀티태스킹으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별도 연구도 유사하게 AI 사용이 "인지 능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업무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AI가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했는지 검증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누가 인지 비용을 지불하는가
연구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머릿속이 웅웅거리는(buzzing) 느낌”, “안개처럼 뿌연 정신적 포그(mental fog)”, “집중력 저하와 두통, 느려지는 판단 속도”를 호소했다. 한 시니어 매니저는 “생각 자체가 망가진 건 아닌데 머릿속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태였다”고 표현하며, “문제를 푸는 것보다 도구를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걸 깨닫고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한 가지 공통된 메시지에 수렴한다. AI는 ‘도입’ 그 자체보다 ‘업무 설계’에 따라 인간의 뇌를 구원할 수도, 소모품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BCG 파트너 줄리 베다르(Julie Bedard)는 “우리가 이 연구를 시작한 이유는, 특히 ‘고성과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에게서 이 현상이 먼저 관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CG와 UC 리버사이드 연구팀은 "팀, 관리자, 조직 차원에서 신중한 업무 설계를 통해 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으며, 이는 낮은 수준의 정신적 피로와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그러나 AI 도구가 늘어나고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누가 인지적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및 AI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도 AI 도입 여부보다 '어떤 구조로 도입할 것인가', 그리고 '고성과 디지털 인재의 뇌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묻는 쪽으로, 질문의 방향을 바꿀 시점이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