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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공간혁신] 에스토니아, ‘북유럽 GX(녹색대전환)’ 밸류체인 들고 韓 찾았다…수입국에서 재생에너지 수출국 노리는 이유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에스토니아가 ‘디지털 강국’ 위에 재생에너지·기후테크를 얹은 북유럽형 GX(녹색대전환) 모델을 내세워 한국과의 에너지·산업 동맹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력 수입국에서 재생에너지·클린테크 기반의 수출국으로 전환하려는 국가 전략과 한국의 에너지 전환·배터리·원전 역량이 맞물리면서, 양국 협력이 단순 프로젝트를 넘어 구조적 파트너십 단계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4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에스토니아 친환경 에너지 사절단 방한 기념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은 에스토니아가 자국형 GX 패키지를 한국 시장에 본격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관과 에스토니아 기업청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기후에너지부 관계자와 6개 기후테크·클린테크 기업이 동행해 태양광·풍력·ESS·탄소활용·송배전망·순환경제까지 ‘GX 밸류체인’ 전 영역을 한 번에 선보였다.

 

타넬 셉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는 “양국은 혁신·기술·지속가능성이라는 공통 기반 위에 수소, ESS, 소형모듈원전(SMR) 등에서 협력 성과를 만들고 있다”며 “에스토니아의 기술력과 한국의 산업화 역량이 결합하면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모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 측이 ‘기술 패키지형 GX 협력’을 전면에 세운 것은 개별 프로젝트 수주보다, 전력·산업·소재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한국과 함께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에스토니아는 현재 자국 전력 소비의 약 60%를 자가 생산하고, 40%를 주변국에서 수입하는 전형적인 ‘전력 수입 의존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가스·전력 가격 급등을 경험한 후,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에스토니아 정부가 제시한 주요 수치는 ▲현재 재생에너지 설비: 태양광 약 1.2GW, 풍력 약 0.7GW ▲2035년 목표 설비: 태양광 1.6GW, 풍력 1.8GW, BESS(배터리 ESS) 1.5GW ▲2035년 목표 에너지 믹스: 청정에너지 생산 비중 최소 66%, 전력 기준 청정 전력 비중 최소 80%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함께 에스토니아는 2035년까지 에너지 자립을 넘어 ‘전력 수출국’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풍력 확대, 대규모 ESS 구축, SMR 등 원자력 옵션, 전력망 고도화, 탄소저감·활용 기술을 동시에 추진하는 ‘혼합 포트폴리오 전략’을 가동 중이다.

 

에스토니아는 약 96억톤 규모 인광석과 600억톤 이상의 점판암 등 전략 광물 자원을 확보하고 있어, 향후 배터리·소재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소재–제조업이 결합된 GX 생태계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방한 기업 6곳이 보여준 ‘GX 밸류체인’


이번 사절단에 포함된 6개 기업은 에스토니아가 구상하는 GX 밸류체인의 실물 모델을 압축해 보여준다.

 

▲에스티 에네르기아 (Eesti Energia) : 풍력·태양광·폐기물 에너지화(WtE)를 결합한 국영 에너지 그룹으로, 저탄소 전원 포트폴리오 구축과 전력 수출 기반 확보의 핵심 축이다. ▲스켈레톤 테크놀로지 (Skeleton Technologies) : 그래핀 기반 초고속 충·방전 슈퍼커패시터 기술을 보유한 에너지저장 전문 기업으로, 한국 효성중공업과 함께 ESS와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e-STATCOM’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는 전력계통 안정화와 재생에너지 변동성 완화를 동시에 겨냥한다. 

 

▲업 캐털리스트 (UP Catalyst) : 산업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나노튜브, 배터리용 흑연 등 고부가 소재로 전환하는 탄소포집·활용(CCU) 스타트업이다. 배출가스를 비용이 아닌 전략 자원으로 바꾸는 모델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점에서 한국 배터리·자동차 업계와의 연계 가능성이 크다. ▲뉴윈 (New Win) : 110~330kV급 고압 변전소 유지보수 및 송·변전 설비 구축을 전문으로 하는 전력 인프라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연계 전력망 안정화 프로젝트에서 협력 파트너를 찾고 있다. 

 

▲카네피 에네르기아 (Kanepi Energia) : 태양광 발전과 배터리 ESS를 결합한 통합 재생에너지 생산·저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으로, 분산형 전원·마이크로그리드 분야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마테리아 소르테 (Materia Sorte) : 산업·도시 폐기물을 선별·처리해 재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순환경제 기업으로, 에너지·자원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GX 후방부를 담당한다.

 

이들 기업을 한 덩어리로 보면, 재생에너지 생산(태양광·풍력·WtE)–저장(ESS·슈퍼커패시터)–송배전망–탄소활용–폐기물 자원화까지 ‘풀 밸류체인 패키지’를 한국에 통째로 들고 온 셈이다.

 

 

왜 한국인가…IT·원전·배터리·전력망이 맞물린다


에스토니아가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지목한 배경에는 양국의 기술 포지셔닝이 맞물려 있다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은 세계 1위권 배터리·ESS 기술, 원전·SMR 설계 역량, 대규모 송배전망 운영 경험,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행정·데이터 인프라, 소규모·민첩한 규제 샌드박스, 재생에너지·기후테크 스타트업 생태계, EU 단일시장 접근성을 강점으로 가진다.

 

이미 삼성물산·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은 에스토니아의 에너지 저장시설 구축과 SMR 검토 과정에서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며 협력 기반을 쌓아왔다. 여기에 스켈레톤–효성의 e-STATCOM 프로젝트, 업 캐털리스트의 CO₂ 기반 배터리 소재 구상 등 민간 협력이 더해지며, 양국 관계는 ‘단일 프로젝트’에서 ‘포트폴리오 협력 구조’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마리 리스 쿠파 에스토니아 기업청 이사는 “양국 협력은 단순 교류를 넘어 장기적이고 상업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한국은 청정하고 안정적이며 회복력 있는 차세대 에너지 시스템 구축의 핵심 파트너”로 재차 규정했다.

 

인구 140만의 강소국 에스토니아가 기후부를 앞세워 디지털-재생e-소재가 결합된 GX 실험실로 나가는 흐름은,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한국의 정책·산업 전략에도 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에스토니아식 ‘북유럽 GX’와 한국의 ‘산업화 역량’이 어디까지 결합할지, 이번 사절단 방한은 그 리트머스 시험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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