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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아마존 동물들, '숲의 인터넷'으로 포식자 경보 전달…새·원숭이가 엮어낸 초고속 생존 경보망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아마존 열대우림의 새와 원숭이들은 포식자를 발견했을 때 단순히 도망치지 않는다. 이들은 경보음을 내보내 임관층 전체로 퍼뜨리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나무 꼭대기를 타고 흐르는 광섬유 시스템에 빗대어 일시적인 통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İndigo Dergisi, ScienceAlert, theconversation, BBC에 따르면, 이처럼 아마존 열대우림 상공에서 새와 원숭이들이 촘촘한 ‘청각 네트워크’를 구성해 포식자 정보를 공유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을 ‘숲의 인터넷(internet of the forest)’이라 부르며, 임관층 전체가 일종의 살아 있는 경보망으로 기능한다고 분석했다.


‘숲의 인터넷’이 포착한 순간


호랑이·재규어가 아니라 맹금류 한 마리만 숲 위로 스쳐 지나가도 아마존 열대우림의 소리 풍경은 몇 초 안에 급변한다. 디킨대학교 에토레 카메를렝기(Ettore Camerlenghi)와 UC 산타크루즈의 아리 마르티네스(Ari Martínez)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맹금류 등장과 동시에 수관층에서 “종(種)을 가리지 않는 경보 파동”이 번져가는 과정을 정량적으로 포착했다.

 

이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특정 구역에 맹금류를 통제된 방식으로 풀어놓고, 주변 조류·포유류의 울음과 침묵 패턴을 고감도 녹음장비와 시각 관찰로 추적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것은 단순한 ‘경보음의 합창’이 아니라 종간을 가로지르는 정보 네트워크였다. 한 종이 포식자를 인지하고 경보음을 내면, 이를 직접 포식자를 보지 못한 이웃 종들이 일종의 “도청(eavesdropping)”을 통해 받아들여 다시 주변으로 퍼뜨리는 구조다. 그 결과, 실제 시야에서 포식자를 확인한 개체는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몇 초 안에 임관층 넓은 구간이 동시에 긴장 상태로 들어가는 ‘생태계 차원의 경보 방송’이 이뤄진다.

 

누가 경보를 쏘고, 누가 중계하나

 

연구진은 특히 체중 100g 미만의 소형 조류가 이 네트워크의 핵심 노드로 기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포식자를 직접 목격했을 때뿐 아니라, 다른 새의 경보음을 들었을 때도 반응해 추가 경보를 내보내는 경향이 컸다. 임관층 상단의 수관에 서식하는 작은 새들은 시야가 넓고 포식자 접근을 상대적으로 빨리 감지할 수 있어, 정보의 ‘초기 송출자이자 중계자’ 역할을 동시에 맡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경보의 효과가 단지 “소리를 더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포식자 경보가 울린 뒤, 임관층의 소형 조류는 노래와 일반적인 울음을 거의 완전히 멈추는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수관 아래층의 일부 동물들은 여전히 소리를 내는 등, ‘위층은 정적·아래층은 잔향’이라는 층위별 차별화된 반응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패턴이 “포식자에 가장 노출되기 쉬운 상층부에서 먼저 침묵을 택하고, 상대적으로 은폐가 쉬운 하층부에서는 제한된 활동을 유지하는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경보 네트워크에는 새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게재된 연구자 해설에 따르면, 원숭이 등 포유류도 새의 경보음을 듣고 갑작스럽게 움직임을 멈추거나 몸을 숨기며, 일부 종은 자체 경보음을 내 인근 개체들에게 경고를 전달한다. 다만 각 종이 어느 정도까지 ‘중계자’로 나서는지에 대한 정량적 수치(예: 종별 중계 확률, 지연 시간 등)는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600만㎢ 위에 펼쳐진 ‘청각 네트워크’


아마존 열대우림, 이른바 ‘아마조니아’ 지역은 남미 여러 나라에 걸쳐 약 600만㎢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을 차지한다. 이 거대한 공간은 지구 최대의 열대우림이자, 세계 최대 담수 유역인 아마존 강 수계를 품고 있다. 그중에서도 임관층(canopy)은 여전히 “가장 신비로운 층”으로 불릴 만큼 직접 관찰과 장기 모니터링이 어려운 구역이다. 연구진은 이번 작업을 통해 “임관층이 생물다양성의 보고를 넘어, 정보가 분·초 단위로 흐르는 ‘정보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사이언스알러트(ScienceAlert)》와 《더 컨버세이션》 등 해외 과학 매체는 이 시스템을 광섬유망에 비유한다. 나뭇가지와 잎이 얽혀 형성한 수관 구조가, 실제로는 종간 경보라는 ‘데이터 패킷’을 수 초 단위로 전달하는 살아 있는 네트워크처럼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자들은 논문과 해설에서 이를 “숲의 인터넷(internet of the forest)” 혹은 “엿듣기의 네트워크(a network of eavesdropping)”로 표현하며, “단 몇 초 만에 중요한 생존 정보를 퍼뜨리는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라고 정의했다.

 

기후위기 속 흔들리는 생존 인프라

 

이번 연구의 정치·경제적 함의는 단순한 생태학적 호기심을 넘어선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아마존이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BBC 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아마존은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말라붙은 강과 낮아진 수위로 과거 한 번도 드러난 적 없는 모래톱과 하상 지형이 노출되는 장면들이 다수 포착됐다. 숲이 건조해지면서 농경지 확보를 위한 작은 화전(火田) 불씨가 대규모 산불로 번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2024년 기준, 아마존 열대우림의 3분의 1 이상이 반복되는 가뭄과 산불로 인해 회복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별도 연구는 장기 기상 데이터와 조류 모니터링 자료를 분석해, 아마존 조류 개체 수가 기온 상승과 함께 “수십 년에 걸친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기후위기와 산림 파괴가 겹치면, 숲의 물리적 구조뿐 아니라 그 위에 구축된 ‘청각 네트워크’ 역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수관층이 벌목·산불·가뭄으로 끊기면, 포식자 경보가 전달되는 “경로” 자체가 사라지거나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한 그루 나무, 한 종의 멸종”이 아니라, “정보 인프라가 통째로 붕괴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인간 사회의 경보 시스템이 배울 점


아마존의 ‘숲의 인터넷’은 결국 생존을 위한 초연결 경보 시스템이다. 포식자—피식자 관계에서 진화한 반(反)포식자 적응(anti-predator adaptation) 연구에 따르면, 먹이 동물은 포식자를 빨리 감지하고, 이를 주변에 알리며, 무리 전체의 도피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을 진화시켜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슴의 꼬리 치기, 어치(jay)와 같은 새의 경고음 등으로, 이는 포식자에게도 “이미 들켰다”는 신호를 보내 불필요한 추격을 줄이는 ‘정직한 신호(honest signal)’로 작동한다. 아마존 임관층에서 관측된 종간 경보 네트워크는 이 원리가 시·공간적으로 극대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아마존의 새와 원숭이는 이런 시스템을 코드 한 줄 없이 구현하고 있다. 위협이 감지되면, 가장 노출된 위치의 개체가 먼저 알리고, 주변 종들이 그 정보를 검증 없이 신뢰해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 경보의 비용(잠시 먹이 활동을 멈추는 손실)보다 경보를 무시했을 때의 위험(포식에 의한 사망)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진화적 학습의 결과다.

 

인간이 설계하는 조기경보·재난 알림 시스템 역시, “위험 신호를 조금 과도하게라도 공유하는 편이 총체적 실패를 막는다”는 이 자연의 알고리즘에서 배울 지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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