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기자] 최근 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국제 공동연구가 기존의 납 독성은 산업화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는 통념을 뒤집었다.
Phys.org, news.asu.edu, ScienceAlert, bioengineer에 따르면, 서던크로스대학교, UC 샌디에이고, 마운트 시나이 의과대학 연구진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전역에서 출토된 51개의 화석 치아를 고정밀 레이저 절단 기술로 분석한 결과, 73% 표본에서 간헐적 납 노출의 흔적인 ‘납 띠’를 확인했다.
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네안데르탈인, 현생 인류까지 다양한 호미닌 종에서 공통으로 발견됐으며, 납 노출이 산업혁명보다 훨씬 이전인 약 200만 년 전부터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자연 환경이 납 오염의 주요 원인
과거 납 노출은 동굴 내 오염된 물, 화산재, 자연 지질학적 작용 등으로 음식 사슬에 축적됐다. 현대 산업용 납과 같이 인위적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닌 자연 발생적 납 노출이 반복되며 인류 진화 과정에 일상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20세기 납 휘발유 사용 시기 태어난 인물들의 치아에서 거의 동일한 납 노출 경향을 발견해 진화적 지속성을 확인했다.
유전자 NOVA1의 변이와 신경독성 방어막
현대인과 네안데르탈인은 단일 염기 차이의 NOVA1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다. UC 샌디에이고의 알리손 무오트리 교수팀이 실험실에서 성장시킨 뇌 오르가노이드(미니 뇌 모델)를 통해 두 변이형의 납 노출 반응을 비교한 결과, 네안데르탈인형(NOVA1 고대 변이) 오르가노이드는 인간 언어 능력 발달 핵심 유전자인 FOXP2 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반면 현대인형 NOVA1 변이는 FOXP2 기능이 더 적게 손상되어 신경독성에 대한 일종의 보호 효과를 보였다.
납 독성이 네안데르탈인 멸종에 미친 영향 가능성
만성 납 노출이 네안데르탈인의 뇌 발달과 복잡한 소통 능력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 인류가 가진 NOVA1 유전자 변이는 납으로부터 뇌를 보호해 언어 능력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게 했으며, 이는 사회 조직과 의사소통 능력 향상이라는 중대한 진화적 이점을 제공했다. 무오트리 교수는 “언어는 인류가 조직적 사회를 구축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초능력과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시사점
이번 연구는 자연 발생 납 노출이 인류 진화의 중요한 환경 압력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주며, 인간 두뇌와 언어 능력 발달에 영향을 미친 결정적 유전적 적응 사례를 제시한다. 납 독성 문제는 단순한 현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 역사 전반에 걸친 생물학적·문화적 진화에 밀접히 연결된 복합적 현상임을 새롭게 인식시킨다.
이 연구는 고대 인류의 납 노출이 인류 진화와 언어 능력 발달에 기여한 신경독성 및 유전학적 연구의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NOVA1 유전자의 진화적 변이가 고대 환경 독성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선택압을 받았다는 점은 향후 인류 진화 연구 및 환경 독성학 연구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