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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엔비디아 창업자, 추수감사절에도 대만行…‘노 TSMC 노 엔비디아’ 상징하는 5번째 방문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를 반납하고 다시 대만을 찾으면서, ‘AI 칩 동맹’의 심장부로 떠오르는 대만과의 관계가 한층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에만 최소 다섯 번째로 이뤄진 대만 방문에는 건강이 악화된 장중머우(張忠謀) TSMC 창업자에 대한 ‘의리 방문’과 더불어, 대만을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시키려는 전략 구상이 겹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수감사절 반납한 ‘의리 방북(訪台)’


28일 대만 연합보·중앙통신(CNA) 등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타이베이를 방문해 북부 타이베이 시내 쓰핑제 인근 식당에서 배우자, 딸과 함께 약 40분간 식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현지 소식통들은 황 CEO가 식사 후 최근 건강 이상으로 공식 행사에 불참해온 장중머우 TSMC 창업자의 자택이 있는 타이베이 다즈(大直)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하면서, 이번 방문의 1차 목적이 장 창업자 문안에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장중머우 창업자는 올해 94세로, 이달 8일 열린 TSMC 연례 체육대회에도 건강상 이유로 불참해 시장의 우려를 키운 바 있다. 황 CEO는 당시 행사에서 “조만간 다시 대만을 찾아 장 창업자를 직접 찾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11월 하순 다시 대만을 찾으면서 ‘약속을 지킨 방문’이라는 평가가 대만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노 TSMC, 노 엔비디아’…3나노 동맹의 실체

 

황 CEO의 연이은 대만행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생산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TSMC와의 공급망 공고화라는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테크 전문매체 테크노드 등에 따르면 황 CEO는 11월 초에도 대만을 방문해 TSMC와 3나노(3nm) 공정 생산 능력 증설 문제를 논의했으며, TSMC는 남부 타이난(台南) 남부과학원구 Fab 18B 공장의 월 3나노 웨이퍼 처리량을 기존 10만장 수준에서 16만장으로 50% 증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이 과정에서 ‘노 TSMC, 노 엔비디아(No TSMC, no Nvidia)’라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GPU인 블랙웰(Blackwell)·차세대 루빈(Rubin) 칩이 사실상 TSMC의 첨단 3나노, 향후 2나노 공정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2025년 기준 약 60% 안팎으로 추정되며, 3나노·2나노 등 최첨단 공정에서는 8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타이베이 북부에 ‘실리콘밸리급 해외본부’ 건설


대만과 엔비디아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묶어주는 축은 타이베이 북부에 조성될 ‘실리콘밸리급’ 해외본부다. 대만 아시아경제 영문판과 대만 경제부(MOEA)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타이베이 베이터우·스린(北投·士林) 과학단지 내 T17·T18 부지에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와 맞먹는 규모의 해외 지사 본부 ‘엔비디아 콘스텔레이션(NVIDIA Constellation)’을 짓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타이베이시는 해당 부지의 지상권을 보유한 신광인수보험(Shin Kong Life)과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해지보상금으로 44억3000만~44억7000만 대만달러(약 1억4000만~1억5000만 달러, 한화 약 1,900억~2,000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 경제부는 11월 21일 엔비디아의 대만 현지 법인 설립 신청을 승인하면서, 초기 자본금 규모가 10억 대만달러(약 3,200만 달러, 한화 약 440억원)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기존 홍콩·BVI·싱가포르 법인 명의의 지사 3곳과 별도로 자산 보유, 대규모 투자 계약, 세제·R&D 지원 등을 독립적으로 운용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5대 거점 잇는 ‘AI 과학·기술 회랑’


대만 및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번 대만 투자를 통해 다섯 개의 핵심 거점을 잇는 이른바 ‘AI 과학·기술 회랑’을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베이터우·스린 해외본부, 기존 타이베이 네이후(內湖) 과학단지 내 지사, 연말 가동 예정인 난강(Nangang) R&D 센터, TSMC·미디어텍과 협업을 담당할 신주(新竹) 사무소, 가오슝(高雄) 아완 바나나 부두에 연말 준공 예정인 ‘생성형 소버린(주권형) AI 사무소’ 등 5곳을 네트워크로 엮는다는 구상이다.​

 

특히 가오슝시는 ‘주권형 AI’ 플랫폼 구축을 통해 도시 데이터와 공공 서비스, 산업 데이터를 자체 AI 인프라 위에서 처리하겠다는 스마트시티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의 생성형 AI 거점이 여기에 연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구상은 엔비디아가 각국 정부·도시와 손잡고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국가 단위 AI 공장(AI factory)’를 구축하겠다는 글로벌 전략의 대만 버전이기도 하다.​

 

블랙웰 1만개…대만 남부에 ‘AI 슈퍼컴퓨터 공장’


엔비디아의 대만 전략은 사무·연구 거점을 넘어서 ‘AI 공장’ 구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영국 IT매체 더레지스터와 엔비디아·폭스콘 발표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폭스콘은 대만 남부에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 GPU 1만개 이상을 탑재한 초대형 AI 슈퍼컴퓨터 겸 ‘AI 팩토리’를 건설 중이다. 엔비디아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GB300 NVL72 랙스케일 시스템 64개 랙, 텐서 코어 GPU 4,608개를 포함하며, 완공 시 대만 최대 AI 슈퍼컴퓨팅 센터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폭스콘은 이 인프라를 통해 자율주행·전기차, 스마트 제조,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등 자사 ‘3대 플랫폼’ 사업에 AI를 접목한다는 계획이며, TSMC와 대만 국립고성능컴퓨팅센터(NCHC)도 같은 인프라를 활용하게 된다. 대만 과학기술부 격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남부 지역에 AI 집중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AI 스마트 아일랜드’ 비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전략축으로 명시했다.​

 

‘대만발 AI 인프라’ 구상과 지정학적 함의


젠슨 황 CEO는 올해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AI 인프라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수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그 출발점으로 대만을 강조했다. 그는 타이베이에서 발표한 ‘엔비디아 콘스텔레이션’ 계획과 대만 정부·폭스콘·TSMC와의 AI 공장 협력을 통해 “대만이 세계를 위한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데서 나아가 대만을 위한 AI도 함께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런 대만 중심 AI 전략은 미·중 갈등과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황 CEO가 런던 AI 콘퍼런스에서 에너지 비용과 규제 환경을 언급하며 미국·중국의 AI 경쟁을 언급한 발언, 그리고 중국 내 AI 사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강화는 엔비디아로 하여금 ‘친미 진영 내 안정된 AI 생산기지’로서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키우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젠슨 황의 잦은 대만행과 장중머우 창업자와의 ‘깊은 우정’은, 감성적 서사와 냉정한 공급망 전략이 겹쳐진 상징적 장면이 되고 있다. TSMC의 첨단 공정 없이는 엔비디아의 블랙웰·루빈 칩이,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비전 없이는 대만의 ‘AI 스마트 아일랜드’ 전략이 완성되기 어려운 만큼, 양측의 밀착 행보는 향후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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