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여성은 문화와 역사적 시기를 막론하고 다양한 동물 종에서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현상이 관찰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 생물학적 이유를 밝힌 연구결과가 나왔다.
2025년 10월 2일 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이 획기적인 연구는 진화 인류학자인 요한나 스터크(Johanna Stärk)가 이끄는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와 일본, 호주 등의 연구진이 1176종 이상의 포유류와 조류를 분석해 이뤄졌다.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 발표자료, newscientist, phys.org, popular science에 따르면, 이번 연구들은 성별 수명 차이를 단순한 환경 요인이 아닌 진화생물학적 염색체 구조와 번식 전략 차원에서 설명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냈다.
이번 연구들에 따르면, 포유류에서 암컷은 두 개의 X 염색체(동형접합)를 지니는 반면, 수컷은 X와 Y 염색체(이형접합)를 가지며, 이로 인해 수컷이 X 염색체의 유전적 결함에 더 취약해 평균 수명이 약 12~20%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형접합 성 가설(heterogametic sex hypothesis)"로, X 염색체가 한 개뿐인 수컷은 유해 돌연변이나 손상을 상쇄할 수 있는 여분의 X 염색체가 없어 손상 회복이 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조류는 성 결정 체계가 도치되어 암컷이 ZW형(이형접합), 수컷이 ZZ형(동형접합)으로 수컷이 다소 더 오래 사는 경향이 관찰되어, 성염색체 구조와 수명 간 상관관계를 더욱 확실히 뒷받침한다. 다만 모든 종에서 이 패턴이 완벽한 것은 아니며, 맹금류 등 일부에서는 암컷이 더 크고 오래 사는 예외가 존재해 염색체 외 요인도 관여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한, 번식 전략과 사회적 행동도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다처제 포유류에서는 수컷 간의 치열한 경쟁과 육체적 부담으로 인해 수명이 단축되는 반면, 일부 조류 종에서는 일부일처제가 완화된 경쟁 구조와 높은 부성 투자로 수컷이 더 오래 사는 경향이 확인됐다.
번식과 생존의 상충관계(trade-off)에서 번식 성공에 높은 에너지를 투입할수록 신체적 부담과 위험이 늘어나 수명이 짧아지는 것으로 설명된다.

인간 사회에서의 통계도 이에 부합하여,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4~6년 더 높으며, 통계에 따르면 여성은 90세를 넘어서는 반면 남성은 86세대에 머무르고 있다. 남성 수명 짧음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생활습관, 심혈관 질환, 암 발병률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근본적인 유전적·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지속적으로 성별 수명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학계는 분석한다.
이번 연구들은 특히 생식세포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했다. 일본 연구진이 어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암컷의 생식세포를 제거하자 수명이 단축되었고 수컷은 오히려 늘어났는데, 이는 생식세포가 각 성별의 신체적 대사와 노화 속도에 영향을 끼침을 시사한다.
이처럼 진화학적 염색체 구조, 생식 전략, 그리고 번식에 따르는 생리적·행동적 차이가 여성의 상대적인 장수 우위를 설명하며, 인간에 적용 시에도 성별 맞춤형 노화 방지 및 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기초가 될 전망이다. 의학과 생명과학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남녀 간 수명 격차 원인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하고 성별 특화된 건강 증진법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