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지난해 국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한 환자가 사상 처음 3000명을 넘어섰다는 보건복지부 공식통계가 국회에서 공개되면서, 장기이식 기회의 절대적 부족과 생명나눔문화 확산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 사망자 급증
10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구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장기이식 대기중 사망자 수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는 309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2191명 대비 41.3% 증가한 것으로, 주요 장기별로 신장 대기 사망자가 1676명, 간장 1117명, 췌장 72명, 심장 142명, 폐 88명 등으로 나타났다.
뇌사 기증자, 글로벌 대비 현저히 낮아
반면 국내 뇌사 기증자 수는 2020년 478명에서 2024년 397명으로 16.9% 감소했으며, 이식 실적도 2020년 5883건에서 2024년 5030건으로 853건 줄었다. 특히 미국·스페인 등 이식 선진국과 비교하면 인구 100만명당 뇌사기증 비율은 미국 28.40명, 스페인 26.22명, 스웨덴 17.10명, 독일 11.44명, 영국 10.28명인데 반해 한국은 7.75명으로 크게 뒤처졌다(보건복지부, 2024).

장기이식 대기자·대기기간 ‘이중고’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도 2020년 3만5852명에서 2024년 4만6416명(6월 기준)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대기자의 평균 대기기간도 신장은 2222일에서 2888일, 간장은 132일에서 204일, 췌장은 1391일에서 2604일로 늘어나, 신장·췌장 대기자는 수년간 극한 대기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심장과 폐는 대기기간이 단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기관 신고 증가에도 가족 동의율은 저조
2023년부터 도입된 뇌사추정자 신고 의료질평가 시범지표 영향으로, 해당 환자 신고 건수는 2022년 2163건에서 2024년 2986건으로 늘었으나, 법적 가족의 실제 기증 동의율은 2022년 31.8%, 2023년 31.4%, 2024년 31.2%로 30%대에 머물렀고, 올해 8월 국내 기준 27.5%까지 하락했다. 대형병원의 신고율은 66.2% 증가했지만 실제 기증 연결은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다.
전문가 분석 및 정책적 제언
남인순 의원은 "현행법상 살아있는 자, 뇌사자, 사망자 등 다양한 형태의 장기기증이 가능함에도 실제 절차는 뇌사에 한정된다"면서 “연명의료결정법과 연계한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 도입, 의료기관의 환자 의무기록 발급 제도 개선 등 신속한 기증·이식 절차를 위한 시스템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주요 매체인 뉴욕타임스, 가디언, 엘파이스 등은 생명나눔문화 확산과 국가적 캠페인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3년까지 장기기증 관련 교육 캠페인에 연방정부 기금만 1억 달러 이상이 집행됐으며, 스페인 역시 국가 주도하에 환자 가족 상담자 및 전문 코디네이터 시스템 확대로 뇌사기증율을 크게 높였다.

국제 비교로 본 한국의 과제
세계보건기구(WHO) 및 글로벌 이식학회(Transplantation Society)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장기이식 대기자 증가율과 대기기간 연장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식성공률이나 환자 생존율은 의료기술 수준에 비해 낮지 않지만, '기증 연결' 단계에서 병목이 뚜렷해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혁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