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미국 육군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와 10년간 최대 10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기업형(Enterprise) 소프트웨어 조달 계약'을 체결하며, 가장 대대적인 기술 조달 개편에 나섰다.
이같은 내용으로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Barron's, DefenseScoop, Army.mil 등의 매체와 자료를 밝혔다.
육군은 이번 계약으로 기존 75개의 개별 소프트웨어 계약(15개 주계약, 60개 연계계약)을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통합함으로써, 조달 효율성 및 비용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대규모 통합 계약과 조달 혁신
미군은 "이번 기업 협정으로 소프트웨어 획득 일정을 대폭 단축하고, 군인들에게 데이터 통합·AI 툴을 보다 신속하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판매업체의 중간마진과 각종 수수료 폐지를 통해, 연방정부 차원의 소프트웨어조달 OneGov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규모의 경제'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육군 최고정보책임자(CIO) 레오넬 가르시가(Leonel Garciga)는 "조달방식 혁신은 군 역량 현대화, 비용절감, 구매력 극대화 등 재정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육군 개혁의 상징"이라며, "다른 주요 IT 벤더와도 유사한 기업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유연한 구조, AI 도입 가속
팔란티어 계약은 단일 기업 독점이 아닌 '수량 기반 할인' 모델을 적용, 육군 및 기타 국방부(DOD) 산하 기관이 필요 시 해당 플랫폼을 온디맨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즉, 특정 금액의 구매를 전제로 하지 않고, 불필요한 라이선스 과다구매 등 중복투자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구매의무가 없는 유연성 덕분에 현장 부대와 프로그램별로 맞춤형 디지털 역량을 적시에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팔란티어, 미군 AI·데이터 분석 중심으로 부상
팔란티어는 데이터 통합·분석, AI 툴 등 군·민간에 폭넓게 솔루션을 공급해왔다. 대표적으로 기존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 AI 타겟팅 SW에 올해 7억9500만 달러(약 1조400억원)의 수주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최근 1년간 미 정부로부터 집행된 계약액만 3억7300만 달러에 달한다(전년 대비 45% 증가).
팔란티어는 2025년 상반기 매출 성장률 39%, 연간 반복수익(ARR) 35억 달러를 달성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술 투자를 기반으로 S&P500 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패러다임의 본질적 변화
이번 계약은 단순한 규모의 계약을 넘어, 미군의 소프트웨어 도입정책이 '라이선스 단위 구매'에서 '기업 전체 계약(ELA, Enterprise-level Agreement)'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육군은 향후 SAP, 세일즈포스 등 다른 글로벌 IT기업과도 비슷한 방식의 대규모 ELA 협상을 예고했다.
육군 최고정보책임자 가르시가는 "1300만명에 달하는 군 병력과 관리시스템, 각 군사령부의 요구를 무리없이 통합조달하는 방식으로, 납품사와 구매행정 양측 모두 복잡성을 낮추고,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군비경쟁과 AI 조달의 새 시대
팔란티어의 이번 대형계약은 글로벌 군비·AI 경쟁 구도에서 미국이 첨단기술 패권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데이터와 AI는 향후 디지털 전장(戰場)의 게임체인저로 부상 중이다. 융합된 계약구조를 통해 축적되는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역량은 미군의 군수, 작전, 인사, 훈련 등 전방위 군사력 현대화를 촉진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와 국방전문가는 "이번 계약은 팔란티어와 같은 기업에 전례 없는 성장트랙을 제공하고, 미군의 소프트웨어 도입체계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대형 사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