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체르노빌 곰팡이가 화성 탐사 임무를 위한 방사선 차폐제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폐허에서 번성하는 흑색 곰팡이(Cladosporium sphaerospermum)이 화성 탐사 임무에서 우주 비행사들을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며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BBC Future, Phys.org, Interesting Engineering, Big Think, MycoStories, bioRxiv, Frontiers in Microbiology, Nature, ScienceAlert, ScienceDirect에 따르면, 이 곰팡이는 방사능이 치명적인 수준인 4호 원자로 내벽에서도 생존하며, 과학자들이 '방사선 합성(radiosynthesis)'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감마선을 화학 에너지로 전환하는 능력이 입증된 바 있다.
방사선 합성과 성장 특성
1991년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원의 미생물학자 넬리 즈다노바와 팀은 체르노빌 출입통제구역 내에서 37종의 곰팡이를 발견했으며, 그중 C. sphaerospermum이 가장 높은 방사능 오염 수준을 보였다.
2007년 방사약리학자 예카테리나 다다초바와 면역학자 아르투로 카사데발의 연구에서는 이온화 방사선 노출 시 멜라닌의 전자 구조가 변화해 전자 전달 능력이 4배 증가하고, 멜라닌화된 곰팡이 세포가 방사선 노출 하에서 비멜라닌화 세포보다 10%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확인됐다. 방사선원을 향해 방향성 있게 성장하는 '방사성 굴성(radiotropism)'도 관찰된 바 있다.
국제우주정거장 실험 결과
2018년 12월 NASA는 C. sphaerospermum 샘플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 방사선 차폐 특성을 테스트했다. 30일간 실험 결과, 1.7mm 두께의 곰팡이 층 아래 센서가 대조군보다 2.17±0.35% 적은 방사선을 감지했다. 우주에서의 성장 속도는 지구 기준 샘플보다 평균 21% 더 빨랐으며, 18시간 만에 최대 성장률에 도달했다. 연구자들은 21cm 두께의 층이 화성에서 연간 피폭선량을 거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과학적 논란과 향후 과제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방사선 합성을 명확히 입증한 연구는 아직 없다. 탄소 고정이 이온화 방사선에 의존한다는 증거나 완전한 에너지 수확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스탠퍼드 대학의 Nils Averesch는 "실제 방사선 합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곰팡이 성장 유지, 격리 시스템 구축 등 공학적 과제도 남아 있다.
C. sphaerospermum이 방사선을 직접 에너지로 사용하는지 아니면 멜라닌을 극한 보호 메커니즘으로만 활용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하지만, 이 곰팡이는 지구에서 가장 적대적인 환경 중 하나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독특한 생명체임은 분명하다.
화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임무에서 방사선 차폐제로 활용할 가능성은 과학적, 공학적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자가 증식 가능하고 무게가 적어 우주선에 탑재하기 유리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