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가톨릭 교회 2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했다. 2025년 5월 8일(현지시간), 시카고 태생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133명의 추기경단 투표에서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되어, 즉위명 ‘레오 14세(Pope Leo XIV)’를 공식 발표했다.
레오 14세는 미국 국적이지만, 20년간 페루 빈민가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2015년에는 페루 시민권까지 취득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세속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탓에, 미국인 교황은 그간 바티칸 내에서 ‘금기’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프레보스트는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라틴아메리카 변방에서의 헌신적 사목 경험과 겸손한 리더십으로 추기경단의 신뢰를 얻었다.
교황 즉위명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뜻한다.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의 상징이자,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의 정신을 잇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레오 14세는 첫 공식 연설에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며,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 라틴어로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레오 14세는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주교부 장관에 임명되어, 신임 주교 선발 투표단에 여성 3명을 최초로 포함시키는 등 개혁적 조치를 주도했다.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으로,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 평가받는다.
레오 14세는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며, 수학과 신학, 교회법을 두루 전공한 학구파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으로, 이 수도회에서 교황이 배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4월 21일) 17일 만에 새 교황이 선출되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은 환호로 가득 찼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미국인 교황의 탄생은 영광”이라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공식 취임식은 수일 내에 거행될 예정이다.
레오 14세의 즉위는 미국, 페루, 그리고 전 세계 가톨릭 교회에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다. ‘사자의 용기’와 ‘변방의 헌신’을 모두 품은 그는, 교회와 인류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