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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논란] 트럼프의 귀환, 코카서스의 딜레마…트빌리시 70층 ‘트럼프 타워’가 여는 새로운 이해충돌 전쟁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이 조지아 트빌리시에 약 70층 규모의 ‘트럼프 타워 트빌리시(Trump Tower Tbilisi)’를 추진하면서, 부동산 개발·미국 대선 정치·조지아의 지정학이 한데 엮인 고위험·고논란 프로젝트가 다시 한 번 남코카서스의 중심에 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은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 약 70층 규모의 복합 마천루를 짓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건물이 완공될 경우 트빌리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조지아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초고층 타워가 될 전망이다.

 

키이우에 기반을 둔 UNN 통신은 이 프로젝트가 호텔과 레지던스를 결합한 복합 타워로, 현지 개발사 아르치 그룹(Archi Group)과 미국 사피르 오거나이제이션(Sapir Organization)이 트럼프 측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형태라고 전했다. 러시아 언론 ‘VZ글랴드’ 역시 “트럼프 타워 트빌리시가 약 70층의 초고층 복합단지로 계획돼 있으며, 완공 시 조지아 수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고 보도했다.

 

현재 트빌리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약 37층, 147m 규모의 엑시스 타워스(AXIS Towers)와 35층, 130m의 빌트모어 호텔 등으로 알려져 있어, 70층급 트럼프 타워가 들어설 경우 스카이라인을 사실상 새로 재편하게 된다. 트빌리시 바케(Vake) 지구에서 한창 올라가고 있는 63층 규모의 ‘VR Vake Tower’ 역시 완공 시 약 232m로 조지아 최고층을 목표로 하지만, 층수 기준으로는 트럼프 타워 트빌리시에 추월당하는 구도다.

 

‘실패한 바투미’에서 ‘부활한 트빌리시’까지, 3억 달러의 기억


이번 발표는 조지아에서 한 차례 무산됐던 트럼프 브랜드 타워 프로젝트의 ‘귀환’이라는 상징성을 안고 있다. 2011년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은 조지아 투자사 실크로드 그룹(Silk Road Group)과 약 3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흑해 연안 관광도시 바투미와 수도 트빌리시에 트럼프 브랜드 타워를 개발하기로 합의했으나, 사업은 끝내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 가운데 47층 고급 주거용 타워로 설계됐던 ‘트럼프 타워 바투미(Trump Tower Batumi)’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2017년 1월 공식 취소됐다.

 

실크로드 그룹 회장 기오르기 라미쉬빌리는 당시 로이터통신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해외 부동산 개발을 계속하는 것은 심각한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초래할 수 있어 프로젝트를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족 기업의 대외 프로젝트는 ‘잠정 동결’됐지만, 두 번째 임기를 맞은 트럼프는 같은 조지아 땅에서 더 크고 더 높은 타워로 돌아오는 셈이다.

 

1·2기 사이 달라진 ‘윤리 규범’…해외 딜 0건에서 최소 8건으로


정치적 파장은 트럼프의 ‘윤리 기준’ 변화에서 비롯된다. 1기 집권 당시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은 백악관 입성을 계기로 사실상 신규 해외 개발 딜을 접었고, AP통신에 따르면 집권 기간 동안 체결·완료된 신규 해외 프로젝트는 ‘0건’이었다고 집계됐다. 그러나 2025년 1월, 트럼프 일가는 2기 임기 시작과 함께 새로운 ‘자발적 윤리 협약’을 발표하면서 규칙을 대폭 완화했다.

 

1기 때와 달리 새 협약은 “외국 정부와의 직접 거래”만 막고, 외국 민간기업·개인과의 부동산 개발·브랜딩 계약은 허용하는 구조다. 이로써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은 2기 들어 이미 최소 8건 이상의 해외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AP는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약 100억달러(약 14조6000억원) 규모의 초호화 휴양지 개발에 현지 디벨로퍼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베트남, 인도 등지에서도 신규 리조트·레지던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의 감시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모임(CREW)’은 트럼프 2기 재임 기간에 외국에서 “계획·건설·운영” 단계에 있는 트럼프 브랜드 프로젝트를 최소 24건으로 추산하며, 현직 대통령이 외교 정책과 개인 재산 증식을 동시에 저울질해야 하는 “심각한 이해충돌”이라고 경고했다. 트빌리시 70층 타워는 이러한 해외 딜 확장의 최신 버전이자, ‘느슨해진 윤리 규범’의 상징적 사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조지아, 유럽·러시아 사이에서 ‘트럼프 변수’까지


트럼프 타워 트빌리시 프로젝트는 조지아가 유럽-대서양 진영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미묘한 시점에 등장했다. 구소련 공화국인 조지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을 향한 정치·사회적 요구가 강한 한편, 러시아는 남오세티야·압하지야 등 분리주의 지역을 통해 여전히 군사·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단 70층짜리 타워가 수도 한복판에 들어서는 것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을 넘어 조지아 국내 정치와 대외정책에 새로운 상징을 추가하는 셈이다.

 

이미 트빌리시에서는 집권당 ‘조지아 드림’의 주요 후원자인 사업가 노시레반 나모라제가 추진하는 63층 초고층 프로젝트가 바케 지구에서 공사 중이며, 당초 “조지아 최고층”을 목표로 홍보돼 왔다. 트럼프 타워가 현실화될 경우, 이 타워는 단지 층수 경쟁을 넘어 조지아 정치권 핵심 후원자들과 트럼프 일가, 그리고 각국 자본이 엮이는 새로운 권력지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브랜드 수출’인가, ‘정책 레버리지’인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트럼프 브랜드의 재확장은 겉으로는 글로벌 부동산 비즈니스의 귀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국 외교·안보 정책과 직결된 레버리지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사우디의 100억달러급 리조트 딜과 중동·아시아 각국의 트럼프 타워·골프장 프로젝트는, 해당 국가들이 워싱턴과의 관계에서 백악관 주인의 ‘개인 사업 파트너’라는 지위를 동시에 갖게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트빌리시 70층 타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조지아 정부와 여당, 그리고 친서방 야권 모두가 미국과의 관계를 최우선 외교안보 과제로 삼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의 가족기업이 추진하는 초고층 프로젝트는 향후 조지아의 대러·대EU 전략에서 미묘한 협상 카드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동시에, 워싱턴 내에서는 “조지아의 나토 가입·민주주의 후퇴 문제를 논의해야 할 순간에 대통령의 이름을 단 타워 분양이 비공식 의제로 끼어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구조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타워 트빌리시의 구체적인 착공 시점, 총사업비, 재원 조달 방식, 분양·운영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과거 뉴욕 트럼프 월드 타워(72층·262m)와 중동·아시아 프리미엄 레지던스 사례를 고려할 때, 이번 프로젝트 역시 수억달러 단위의 총사업비와 평당 수만달러 호가의 초고가 분양가를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조지아 내 자본시장과 외국인 직접투자(FDI), 그리고 고급 부동산 버블 논쟁까지 한꺼번에 자극할 수 있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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