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천문학자들이 지구로부터 약 50억 광년 떨어진 퀘이사 OJ287 중심에서 12년 주기로 서로를 공전하는 두 초질량 블랙홀의 첫 영상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40년간 이어져온 쌍성 블랙홀 존재 여부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고, 쌍성 블랙홀의 실질적 존재를 눈으로 확인한 역사적인 성과다.
Phys.org, LiveScience, University of Turku Press Release, IFLScience, MoneyControl Scienc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Polarization study), ScienceDirect (RadioAstron mission)에 따르면, 핀란드 투르쿠 대학교의 마우리 발토넨 교수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은 지난 10월 9일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이 성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파망원경 기술과 함께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가동된 RadioAstron 위성이 우주 공간에서 달까지 거리의 절반에 달하는 전파 안테나를 활용해, 지상 27개 전파망원경과 연동하는 초대형 가상 망원경을 구축했다. 이로써 광학 관측 대비 10만배에 달하는 해상도를 실현했다.
이 영상에서 확인된 두 블랙홀은 서로 분리되어 관측된 최초의 쌍성계다. 더 큰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약 180억배에 달하는 초거대 질량을 갖고 있으며 작은 동반 블랙홀은 약 1억5000만 태양 질량 수준이다. 쌍성은 12년에 한 바퀴를 도는 궤도를 돌고 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밝기 변동이 1982년 투르쿠대학의 당시 석사생 아이모 실란패에 의해 처음 관측되어 쌍성 블랙홀 존재의 단초가 됐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작은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고속 입자 제트가 ‘꼬리를 흔드는 듯한(wagging tail)’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는 작은 블랙홀의 빠른 공전 운동이 제트 방향을 주기적으로 꼬이게 만들어 마치 회전하는 정원 호스나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 같은 역동적인 패턴을 연출한다. 이 현상은 향후 관측을 통해 제트의 변화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추적하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연구는 쌍성 블랙홀의 존재 확인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이들의 병합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력파 원천을 이해하는 데에도 획기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쌍성계가 수십억 년에 걸쳐 점차 가까워지며 결국 합쳐질 경우 LIGO와 같은 중력파 탐지기가 감지할 수 있는 시공간 물결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연구진의 발토넨 교수는 “블랙홀 자체는 완전한 암흑이지만 그들이 방출하는 입자 제트와 주변 가스의 빛을 통해 이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RadioAstron 위성의 전파 안테나가 달까지 절반 거리 정도로 확장되어 이미지 해상도가 이전보다 크게 향상된 덕분에 이 역사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쌍성 블랙홀 영상 포착은 "우주 현상의 심층 이해와 중력파 천문학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폭제"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블랙홀의 성장과 은하 진화, 우주 중력 환경 변화를 해명하는 데에 길잡이 역할을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