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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블랙홀의 탈출속도와 방향 세계 최초 측정"…중력파 천문학의 새로운 장 열렸다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교의 갈리시아 고에너지 물리학 연구소(IGFAE,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교) 연구팀이 2019년 관측된 GW190412 사건을 통해 블랙홀 병합 후 남은 블랙홀의 탈출 속도와 방향을 세계 최초로 완전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발견은 중력파 연구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이룬 중요한 이정표다. 이 내용은 2025년 9월 9일 네이처 천문학저널에 발표됐다.

 

Calderón-Bustillo et al., Nature Astronomy, Phys.org, IGFAE 공식 발표, Albert Einstein Institute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와 홍콩 중문대 연구진과의 국제협력으로 이루어졌으며, 분석 대상인 GW190412는 질량이 크게 다른 두 블랙홀의 병합에서 발생한 중력파다.

 

연구진은 병합 후 블랙홀이 초속 약 50km로 튕겨져 나갔다는 사실과 그 반동 방향을 고차원 중력파 모드를 활용해 처음으로 정밀하게 규명했다. 이는 구상성단 탈출에 충분한 속도로, 블랙홀의 은하 내 진화와 병합 역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술적으로 이번 성과는 ‘중력 오케스트라’에 비유된다. IGFAE의 후안 칼데론-부스티요 교수는 “블랙홀 병합 신호는 다양한 악기 소리가 겹친 오케스트라 음악과 같으며,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른 조합을 들을 수 있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차원 모드 분석을 통해 이 신호에서 관측자 위치뿐 아니라 블랙홀 반동 방향과 속도까지 역추적하는 기술을 2018년에 제안했으며, 이제야 현실 구현한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쿠스타브 찬드라 박사는 “우리는 중력파라는 시공간의 잔물결만으로 수십억 광년 떨어진 천체의 3차원 운동을 역설계하는 드문 천체물리학 현상을 목격했다”며 이번 연구가 중력파 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홍콩 중문대의 공동 저자 Samson Leong 박사는 "이번 측정이 다중메신저 천문학 발전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한다. 조밀한 은하핵 환경에서 병합된 블랙홀의 반동이 주변 물질과 상호작용해 전자기파 플레어를 방출할 가능성이 있는데, 반동 방향의 정확한 정보는 중력파와 전자기 신호의 연관성을 구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중력파 천문학은 2015년 첫 중력파 탐지 이후 거의 300건의 병합 사건을 기록해왔으며, 이중 대규모 탈출 속도를 정밀 측정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블랙홀 탈출속도는 최대 수천 km/s까지 이를 수 있고, 이는 은하 내 블랙홀 병합과 성장 시나리오를 새롭게 조명하는 주요 변수다.

 

이번 성과는 향후 LIGO, Virgo, KAGRA 등 지상 중력파 관측기의 정밀도 향상과 나아가 우주기반 LISA 미션의 성공을 기대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의 극한 현상을 해독하는 중력파 천문학의 도구 상자에 또 하나의 강력한 측정법이 추가된 것이다.

 

이로써 중력파는 단순 검출을 넘어 우주에서 가장 폭력적인 블랙홀 병합체의 3차원 궤적과 운동학을 정밀하게 되짚어내는 ‘우주 오케스트라’의 지휘봉 역할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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