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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이슈&논란] ‘중처법 1호’ 삼표 정도원 회장에 징역 4년 구형 檢 “안전보다 채석량 택했다”…2월 선고 앞두고 재계·노동계 '촉각'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고’ 양주 채석장 붕괴 사건과 관련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하면서, 2026년 2월 선고를 앞두고 재계와 노동계, 법조계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다수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주류를 이룬 가운데 법원이 첫 ‘총수급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에 나설지 여부가 향후 수년간 국내 산업안전 규제의 방향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처법 1호’ 양주 사고의 실체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는 2022년 1월 29일 오전 10시8분경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골재 채취를 위한 천공 작업 중 상부 슬러지(돌가루 및 토사) 야적장이 무너지면서 천공기 2대와 굴착기 1대가 순식간에 매몰됐고, 노동자 3명이 토사에 깔려 숨졌다.

 

이 사고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이상 사업장에 시행된 지 불과 이틀 만에 발생해 ‘중처법 1호 사고’로 기록됐다.
 

고용노동부 조사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고 현장 슬러지 적치장은 구조적으로 붕괴 위험이 높은 지형인데도 장기간 적체가 이어졌고, 사고 나흘 전부터 부분적인 붕괴 전조가 포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에도 동일 사업장에서 균열과 매몰 위험이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슬러지 처리계획과 경사 안정성 평가 등 체계적 안전조치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 “경영진, 안전보다 채석량 택했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심리로 열린 2025년 12월 19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도원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그룹 차원의 안전·보건 관련 사항을 포함해 경영 전반에 대한 보고를 받고 구체적인 지시를 해온 만큼,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립 의무를 부담하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삼표 측은 붕괴 위험성을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슬러지 적체와 전조 붕괴를 방치한 채 목표 채석량 달성이라는 경제적 이득을 우선시했다”고 지적하며, 현장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 부재를 중대위반으로 규정했다.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징역 3년,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와 양주사업소장 등에게는 금고·징역 2~3년을, 삼표산업 법인에는 벌금 5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변호인 “총수 관여는 방향 설정…경영책임자 아냐”

 

정도원 회장 측은 정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볼 수 없다는 논리에 방점을 찍었다. 변호인단은 정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그룹 차원의 안전·보건 방향을 점검·보고받은 것은 “사회가 대기업 총수에게 요구하는 일반적인 역할 범위”에 불과하며, 전국 약 80여개 사업장의 개별 안전 의사결정을 회장이 직접 수행한다고 보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반박했다.

또한 변호인 측은 해당 슬러지 적치장의 붕괴 가능성이 “전문가 조사에서도 구체적으로 지적되지 않았고, 사고 직전 발생한 소규모 붕괴 역시 정 회장에게 직접 보고되지 않았다”며, ‘예견 가능성’과 ‘방치’라는 검찰의 구성요건 인정에 강하게 이견을 제기했다. 정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법적 책임 여부와 무관하게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그룹 오너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룹 차원의 안전 시스템 완성을 마지막 소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3년, 통계가 말하는 ‘형량의 현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에는 최대 50억원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2022년 1월 시행 이후 2025년 9월까지 선고된 1심 판결 기준으로, 고용노동부 및 언론에 집계된 통계를 종합하면 총 70여건의 사건 중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60건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양형의 실체는 상당히 완화돼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24년 말 기준 법률·컨설팅 업계 분석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판결에서 실형 선고는 4건(대부분 징역 1~2년)에 그쳤고,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20여건, 벌금형이 2~3건, 무죄는 2~6건 수준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가 2025년 12월 공개한 중간 집계에서도 71건 가운데 55건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3건이 벌금형, 6건이 무죄로 나타나, 실제 구금에 이르는 실형은 극히 예외적이라는 평가가 반복된다.

법조계와 노동계에서는 이처럼 법문상 최소 1년 이상 징역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경영책임자의 구체적 지위·관여 정도, 안전관리체계의 형식적 존재 여부, 재발 방지 노력”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택하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행 ‘중처법 사법 현실’이라는 것이 공통된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예상 판결 시나리오…‘총수 실형’이냐 ‘집행유예’냐

 

하지만 법조계와 산업안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주 채석장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상징적 1호 사건이라는 점에서, 양형 기준을 새로 정립하는 ‘레퍼런스 판결’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계열사 대표가 아닌 그룹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특정해 기소하고 4년형을 구형한 것은, 기존 다수 사건에서 사실상 현장 책임자 또는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집중해온 구조와 확실히 구분된다는 지적이다.

현 시점에서 법조계의 전문가 의견을 기초로 판결 전망을 종합하면, 법원이 정 회장의 ‘경영책임자성’을 인정하되, 초범 여부와 사고 이후 안전투자 확대, 유족 보상 등 사후 조치를 참작해 ‘징역 2~3년, 집행유예 부여’ 수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슬러지 야적장의 구조적 위험과 반복된 경고·전조 붕괴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판단할 경우, 상징적 1호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해 일부 기간의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한 중대재해 전문 로펌은 분석 보고서에서 “양주 채석장 사건에서조차 경영책임자 실형이 선고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예방 효과와 규범력이 상당 부분 약화될 것”이라며, “향후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금석 판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계·노동계, 2026년 2월 10일 ‘운명의 날’ 주시


재판부는 정도원 회장 등에 대한 선고기일을 2026년 2월 10일로 지정했으나, 법원 인사이동 등 사정을 이유로 일정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경영진의 형사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대규모 프로젝트 투자와 고위험 사업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와 산재 피해자 단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자 사망이 줄지 않고 있고, 실제 구속·실형 사례가 극히 드문 현실에서, 양주 채석장 사건은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운 경영’에 단호한 메시지를 보낼 마지막 기회에 가깝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원이 어떤 선택을 하든, 이번 판결은 향후 수년간 한국 산업현장의 안전투자 수준과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전략,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논의의 방향을 가늠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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