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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개발자 일자리 끝”이라던 앤트로픽 CEO, 정작 엔지니어 429명 뽑는 이유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앤트로픽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AI가 초급 개발자 일자리를 대거 없앨 것”이라고 경고하는 동시에, 자사 채용 페이지에만 400개가 넘는 엔지니어 포지션을 열어두고 있다는 역설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경고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개발자 종말론’이 아니라, AI 도입 초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직무 재편과 수요 폭증이라는 보다 복잡한 구조를 드러낸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5년 내 초급 화이트칼라 절반 사라진다”는 아모데이의 서사

 

Forbes, cnbc, fortune, indiatoday, businessinsider에 따르면, 아모데이는 2025년 5월 Axios 행사에서 “향후 5년 안에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을 AI가 없앨 수 있다”며, 실업률이 10~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법률·금융·컨설팅 등 전통적인 전문직 초입 구간을 특히 취약 지대로 지목했다. 202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AI가 6~12개월 안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일 대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이 같은 발언은 단순 수사에 그치지 않았다. 포브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 내부 협업툴 ‘Claude Cowork’는 “대부분 Claude가 개발했다”고 소개되며, 실제 엔지니어들이 “이제 직접 코드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증언까지 공개적으로 등장했다. 2026년 2월 Forbes 인터뷰에서 언급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함의 종말’ 담론은, 코드 한 줄 한 줄을 치는 개발자에서 AI를 지휘·조율하는 ‘빌더(builder)’형 인재로의 직무 전환 시그널로 해석된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AI 확산의 속도와 한계


앤트로픽 소속 경제학자 맥심 마센코프와 피터 맥크로리가 2026년 3월 발표한 연구는, AI가 실제 어느 정도까지 현업에 침투했는지를 ‘실제 노출도(observed exposure)’라는 지표로 계량화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실제 노출도는 74.5%로 1위를 기록했지만, 같은 범주에서 AI가 이론적으로 수행 가능한 업무 비중은 94%인 반면 실제로 맡고 있는 비중은 33% 수준에 그쳤다. 즉, 기술적으로는 상당 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지만,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는 아직 거기까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과도기라는 의미다.

 

고용지표도 양면성을 드러낸다. 앤트로픽 연구팀은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실업률이 체계적으로 상승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챗GPT 출시 이후 컴퓨터·수학 분야 22~25세 신규 채용이 약 14%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스탠퍼드와 제3기관 분석에서도 주니어 개발자 채용이 두 자릿수 비율로 줄어든 반면, 30대 중·후반 이상 시니어 엔지니어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일자리가 통째로 사라진다기보다, 진입 장벽이 급격히 높아지고 상층부 숙련 인력의 몸값이 더 올라가는 K자형 재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동시에, AI 코딩 도구의 확산 속도는 아모데이의 경고가 단지 공포 마케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2025년 스택오버플로·젯브레인즈 등 주요 개발자 설문을 종합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개발자의 80~85%가 이미 AI 코딩 도구를 사용하거나 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새로 작성되는 코드의 40~46%가량이 AI 보조를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6년 중반에는 이 비율이 6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다만 AI가 개입하는 코드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결과물에 대한 ‘신뢰도’는 2023년 70%대에서 2025년 20~30%대로 급락했다는 조사도 있어, 사람이 최종 책임을 지는 구조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역설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429개 엔지니어 공고가 말하는 것…‘종말’이 아닌 ‘폭주’


이런 가운데 인도투데이 테크 등 해외 매체는 앤트로픽가 “엔지니어 직무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약 429개의 엔지니어링 포지션을 동시에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역설’로 포착했다. 앤트로픽 공식 커리어 페이지 기준 이들 포지션에는 리서치 엔지니어, 풀스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퍼포먼스 엔지니어, 엔지니어링 매니저 등 풀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직책들이 포함되며, 일부는 연간 32만~40만5000달러의 고액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X(옛 트위터)에서는 “429개의 개발자 채용 공고를 올려놓고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고 말하는 위선”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앤트로픽 내부 데이터와 외부 통계를 함께 놓고 보면, 이는 위선이라기보다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에 가까운 현상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즉 개발 효율이 높아지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경제학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는 증기기관의 효율이 개선되자 석탄 소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폭증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효율 향상이 단위 사용량은 줄이지만, 전체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워 자원 총사용량을 늘릴 수 있다”고 분석하며 ‘제번스의 역설’을 주장했다.

 

AI 코딩 도구도 마찬가지다. 코드 한 줄을 쓰는 비용이 떨어지면 개발 프로젝트의 개수와 범위가 늘어나, 개별 개발자의 손작업은 줄더라도 전체 소프트웨어 개발 수요와 고급 엔지니어링·기획 인력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제번스의 역설이 오늘날 갖는 의미다. 

 

앤트로픽이 자체 발간한 에이전틱 코딩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사내 엔지니어들은 업무의 약 60%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완전히 위임”되는 작업은 0~20%에 불과하다고 한다. 코드 생성 속도가 2~3배 빨라지자, 오히려 제품 기획·설계·통합·검증 수요가 폭증하면서, 앤트로픽 제품부문 부사장은 “엔지니어링 생산성은 세 배가 됐지만, PM과 디자인 조직은 ‘절대적 과부하’ 상태라서 대규모 충원이 필요하다”는 내부 메시지를 공유하기도 했다.

 

외부 조사 역시 비슷한 그림을 그린다. 2026년 기준 전 세계 AI 관련 IT 지출은 2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며,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가운데, 전체 코드 중 약 40%가 AI에 의해 생성·보조되고 있음에도 개발자 총고용은 아직 구조적 감소세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분석이 다수다. 대신, 초급 인력 채용을 줄이고 상위 레벨 엔지니어·아키텍트·PM·보안 전문가 채용을 늘리는 ‘재구성’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코딩은 줄고, ‘엔지니어링’은 남는다


아모데이 본인도 이런 이중 구조를 인정한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프로그래머는 여전히 무엇을 만들지,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지, 전체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명시해야 한다”며 디자인·보안·책임 소재 측면에서 인간의 역할이 여전히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앤트로픽 내부에서 코드 타이핑은 크게 줄었지만, 요구사항 정의, 아키텍처 설계, 리스크 관리, 거버넌스 등 고차원 작업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AI가 초급 개발자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아모데이의 경고와 “429명의 엔지니어를 한꺼번에 뽑는” 앤트로픽의 현실은 상충이라기보다, 같은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포착한 두 장면에 가깝다. 코드 작성은 빠르게 자동화되지만, 그 위에서 AI를 설계·통제·통합·책임지는 상위 레벨의 엔지니어링·제품·정책·보안 역할은 지금보다 더 많이, 더 복잡하게 필요해지는 방향으로 곡선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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