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지난 2023년 한국에서 최상급 명품 브랜드 빅4(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크리스챤디올)들의 매출 총합이 5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빅4 브랜드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순위에 관심이 모아진다.
흔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라 불리는 TOP3에 이어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이하 디올)이 한국에서는 매출로 에르메스를 제치고 TOP3에 당당히 진입했다. 특히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한국에서 2023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 명품브랜드로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를 계기로 구찌, 프라다, 티파니, 페라가모, 불가리, 발렌시아, 몽클레르들을 제치고 이른바 TOP4의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도 디올이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를 모두 제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TOP4 명품브랜드들이 2023년에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총합은 5조1977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시기에 보복소비로 재미를 본 데 이어, 연이은 가격인상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했다. 한국서 벌어들인 역대급 수익은 본사 배당금으로 크게 늘려 지급했다. 반면 한국에 TOP4들의 기부금은 아주 적거나, 아예 하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매출 순위에서는 샤넬코리아가 루이비통코리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년(1조5913억원) 대비 7%가량 증가한 1조7038억원을 기록했다. 2위는 1조6511억원의 매출(전년 1조6922억원)을 기록한 루이비통코리아, 3위는 전년 9305억원에서 12.4% 급증해 1조456억원을 기록한 디올이 차지했다. 4위는 에르메스가 전년 6502억원에서 23% 급증한 7973억원을 일궜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서는 디올이 한국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디올은 지난해 3120억원, 루이비통은 2867억원, 샤넬은 2721억원, 에르메스는 2357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디올이 2386억원, 샤넬이 2197억원, 루이비통이 2177억원, 에르메스가 1848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에 보낸 배당금 지급 1위는 루이비통이 차지했다. 루이비통은 전년(2252억원)보다 무려 69% 증액한 38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루이비통코리아가 본사에 보낸 배당금은 한국에서 거둔 매출의 4분의 1 수준이다.
2위는 2975억원을 지급한 샤넬코리아, 3위는 2426억원을 지급한 디올코리아, 4위는 1450억원을 지급한 에르메스코리아였다. 에르메스코리아도 매출이 늘자 배당금도 전년(750억원)보다 2배가량 늘려 지급했다.
TOP4 브랜드들은 기부를 한 푼도 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에르메스코리아가 가장 많은 5억5319만원을 냈다. 그 뒤를 이어 디올코리아가 1920만원, 샤넬코리아와 루이비통코리아는 한국에서 기부금이 아예 없었다. 루이비통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
판매 및 관리비는 매출순위와 동일했다. 1위~4위는 샤넬코리아(5736억원), 루이비통코리아(3547억원), 디올코리아(3517억원), 에르메스코리아(1688억원)가 차지했다.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792억원을 사용한 루이비통코리아가 1위를, 480억원을 사용한 샤넬코리아가 2위, 419억원을 사용한 디올코리아가 3위, 214억원을 사용한 에르메스코리아가 4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명품브랜드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면서 이들이 내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다보니 판매관리비(판관비)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은 악화된 상황이다.
현재 Cartier, Vacheron Constantin, Van Cleef & Arpels, IWC, JLC, Piaget, Panerai, Roger Dubuis, ALS, Montblanc, Buccellati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리치몬트코리아(대표이사 이진원)의 제27기(2022년 04월 01일~2023년 03월 31일)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매출은 1조3979억원, 영업이익은 1250억원, 당기순이익은 750억원을 기록했다.
리치몬트코리아는 Cartier Brand 상품의 수입 및 판매를 목적으로 네덜란드 법인인 Cartier International B.V.의 투자에 의해 1997년 1월 28일 설립됐다. 2001년 10월 까르띠에에서 리치몬트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국내 백화점등에 9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프라다코리아는 매출 5136억원 영업이익 541억원, 티파니코리아 매출 3509억원 영업이익 212억원, 불가리코리아는 매출 3399억원 영업이익 477억원, 몽클레르코리아는 매출 3323억원 영업이익 531억원, 한국롤렉스는 매출 2944억원 영업이익 46억원, 페라가모코리아는 매출 984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냈다. 반면 펜디코리아는 매출 1522억원 영업손실 8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한편 유한회사인 루이비통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샤넬코리아등은 그동안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다가, 2017년 개정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시행령에 따라 자산 또는 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인 유한회사도 외부감사 대상이 돼, 2021년부터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명품 선호도가 지속 높아지면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도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디올은 2007년 이후 15년 만인 2022년 4월에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루이비통은 2023년 4월 서울 잠수교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같은 해 5월엔 구찌가 서울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진행했다.
루이비통·디올·펜디·셀린느·티파니앤코·모엣샹동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의 수장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총괄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만큼 한국 명품시장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편 미국 투자 회사 번스타인이 이탈리아 명품산업협회 알타감마의 의뢰로 진행한 밀라노 컨퍼런스에서 최근 발표한 ‘명품 리테일의 진화(luxury retail evolution)’ 연구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명품 매장은 221개로 일본 도쿄(234개)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선진국의 유명도시인 파리와 뉴욕을 제치고 서울이 세계에서 명품 매장이 제일 많은 도시 2위를 차지했다. 명품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도 제칠 만큼 럭셔리 브랜드들이 서울에 많이 들어왔고, 그만큼 시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랑스 파리(165개·3위), 홍콩(148개·4위), 미국 뉴욕(134개·5위)에 이어 영국 런던(128개)이 6위, 중국 상하이(106개·7위), 중국 베이징(102개·8위), 일본 오사카(98개·9위), 대만 타이베이(90개·10위)가 차지했다. 이탈리아 밀라노(76개)는 14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