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인 과거 직장 후배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연출과 각색을 맡은 작품이라 더 끌렸습니다. 응당 극장에 가서 큰 스크린으로 보며 응원해도 모자랄 판에, 회사를 옮긴 시점과 맞닿아 사실 놓쳤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다 주말, 넷플릭스 신작을 살펴보던 중 ‘따끈따끈한’ 신작 목록에서 이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미안한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소파에 몸을 맡긴 채 두 눈과 귀를 텔레비전 앞으로 가져갔습니다. 예전부터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적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 역시 중요한 장치로 사이비 종교가 등장합니다. 과거 드라마 <구해줘>의 분위기가 떠오르기도 했고, 신부가 주인공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열혈사제>도 자연스레 겹쳐 보였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구원’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역설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묻습니다. ◆ 코치는 전지전능하지도, 모든 것을 알지도 않는다…그저 함께하는 동반자일 뿐 코칭을 하다 보면, 때때로 고객은 코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재촉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답답하면 그러실까요.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문제를 대신
이번 칼럼은 질문으로 시작해 봅니다. 만약 우리가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그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요? 반대로 짐이 될까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보며 이 질문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관찰자’라는 설정은 코칭에서 다루는 ‘시점 전환’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 ‘시점’이 바뀌면 질문도, 해답도 달라진다 챗GPT의 설명에 따르면 ‘전지적 독자 시점’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독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실제로 미래를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코칭에서는 현재의 나를 잠시 미래의 나로 이동시키는 시점의 전환을 자주 활용합니다. 고객은 ‘미래의 나’로부터 들려오는 조언을 상상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지금의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단순한 역할극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는 자기 자신을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게 하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비슷한 기법으로 ‘빈 의자’ 코칭이 있습니다. 눈앞의 빈 의자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고 가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다음 주를 맞이하는 직장인들에게 넷플릭스 신작 콘텐츠는 가뭄에 단비처럼 찾아옵니다. 새로 올라온 작품 한 편을 보고 나면, 과거 ‘개그콘서트’로 월요일을 버티던 시절처럼 지친 일상에 잠시나마 회복제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연말이고 월초라 그런지, 몸과 영혼이 서로를 밀어내듯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연극, 때로는 뮤지컬 감상을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짧은 리뷰로 올려왔는데, 여기에 제가 배운 ‘코칭’을 결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소파에 기대 리모컨을 넘기던 중, 마침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백의 대가> 전도연, 김고은 주연의 12부작 스릴러. 오프닝이 주는 겨울의 스산함이 오히려 나쁘지 않았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영어 제목이었습니다. The Price of Confession. ‘Price’를 ‘대가’로 번역한 점이 인상적이었죠. (참고로 올바른 표기는 ‘댓가’가 아닌 ‘대가’입니다.) ◆ ‘대가’ 없이 ‘열매’는 없다 지난해는 예기치 못한 일이 연달아 닥친 해였습니다. 제가 옮겼던 회사의 재정이 급격히
'와이파이'만 터지면 어디든 사무실이다. 아침엔 서울 강남 카페에서 회의하고, 오후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고객사를 만난다. 다음 날, 제주 서귀포 호텔에서 갓 나온 조식 빵을 씹으며 기획서를 쓴다. 디지털 노마드에게 '집'은 고정된 좌표가 아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재택근무 혁명은 우리 삶의 방식 자체를 뒤바꿔놓았다. 맥킨지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직장인 42%가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한다. 이 중 23%는 연간 3개 이상 도시에서 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30대 1인 가구 중 12.3%가 연간 2회 이상 이사를 한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다. 임대차 계약은 여전히 최소 1년을 기본으로 하고, 전월세 시장도 6개월 미만 계약은 기피한다. 기술이 메우는 제도의 빈틈 단기 거주는 거대한 사회현상이다. 에어비앤비코리아 2023년 데이터에 따르면 1-3개월 장기 숙박 예약이 전년 대비 156% 늘었다. '한 달 살기' 트렌드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제주(203% 증가), 부산(178%), 강릉(134%) 순으로 급성장했다. 주목할 점은 에어비앤비가 더 이상 외국인 관
얼마 전 AI 관련 포럼을 양일간 다녀왔는데 상당히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었다. 바로 ‘창발적 현상’ 이라는 녀석과의 만남이었다. ‘벌목’이라는 단어를 벌의 머리아래 목 언저리 부위로 이해하는 요즘 세대의 어느 친구라면 발이 달린 창문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으나, ‘창발’이라는 단어는 기대 이상으로 심오한 뜻을 지녔다. “창발(Emergence)이란 개별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부분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속성, 구조, 패턴, 혹은 기능이 전체 수준에서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창발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잡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복잡계란 ‘많은 구성요소들이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패턴이나 질서가 스스로 형성되는 시스템’을 뜻한다. 즉 ‘복잡계’라는 ‘과정’을 통해 ‘창발적 현상’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 경제의 창발적 현상 주위를 둘러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온 국민이 글로벌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각자가 개별 경제주체로써 올바른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일 텐데, 신기하게도 각 개인은 오로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독립적으로
◆ 당신은 지금 무엇을 듣고 있습니까 회의실에서 팀원이 말한다. “우린 늘 이렇게 해왔는데요?.”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스치는가? “관행을 고집하는 완고함”? “변화를 두려워하는 저항”? 혹은 “검증된 방식에 대한 신뢰와 안전에 대한 욕구”? 같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전혀 다른 세 개의 의미가 숨어 있다. 나는 코칭을 배우며 깨달았다.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려면 단어가 아니라 맥락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지난 20주 동안 한 편씩 글을 써오며 내 안에서도 일어났다. ◆ 스무 번째 글, 그리고 나를 마주한 시간 어느덧 스무 번째 칼럼이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쓴다’는 약속이 작지만 버거웠다. 주말이면 노트북을 열고 생각을 정리하려 할 때마다 피곤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글을 쓰면 쓸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맑아졌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안의 흐트러진 생각을 한 줄로 세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 되었고, 그건 셀프 코칭의 과정으로 발전했다. 이 시리즈를 써오며 나는 ‘코칭의 정의’를 머리로가 아니라 손끝으로 익혔다.
2030년 서울 강남구 한복판, 오전 7시, 스스로 움직이는 파란색 쓰레기통이 조용히 거리를 가로지른다. 센서가 감지한 용량에 따라 최적 경로를 계산해 수거 지점으로 향하는 모습을 출근길 시민들은 무십하게 받아들인다. 같은 시각 뉴욕 맨해튼에서는 AI 로봇이 24시간 가동되는 선별장에서 플라스틱과 종이를 완벽하게 분류하고 있다. 런던 금융가의 오피스 빌딩은 폐기물 데이터를 바탕으로 ESG 등급을 월단위로 평가 받고, 이것이 임대료와 투자 가치를 결정한다. 공상과학 소설 같지만, 이는 현실이 되고 있는 스마트시티의 일상이다. 화려한 자율주행차나 메타버스 행정서비스가 아닌, 가장 평범한 쓰레기통에서 도시 혁신의 실마리가 풀리고 있다. 자율주행 쓰레기통, 도시를 움직이는 새로운 주체 자율주행 쓰레기통(Self-Driving Bins)은 IoT 센서와 GPS,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결합한 차세대 도시 인프라다. 내장된 초음파 센서가 쓰레기 용량을 모니터링한다. 설정된 임계점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수거 신호를 발생시킨다. 동시에 바퀴 구동 시스템이 작동해 사전에 설정된 수거 지점까지 스스로 이동한다. 핵심은 경로 최적화 알고리즘이다. 교통 상황과 보행자 밀도, 다른 쓰레
스무 번째 칼럼을 앞두고 문득 저 네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함께 필진으로 참여한 두 명의 동기 코치와 ‘각자 20편씩, 도합 60편의 칼럼으로 1단원을 마무리하자’며 ‘도원결의’를 했는데, 정말 그 시간이 다가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의 차이를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어학사전과 챗GPT를 찾아보니 이렇게 정의되어 있더군요. ‘자기계발’은 내면을 닦는 과정이고, ‘자기개발’은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즉, 자기계발은 사람으로서의 성장, 자기개발은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뜻합니다. 코칭을 공부하며 첫 단계 인증코치(KAC)가 된 저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커리어(Career)’에 천착했습니다. 5번의 이직, 성격과 업태가 모두 다른 기업들 -대기업, 외국계, 중견기업까지 - 약 20여 년 동안의 다양한 경험이 있었기에, 나름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습니다. 정작 저는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을 명쾌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 순간,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직장인은 조직 안에서 좋은 구성원(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핵심인재(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싶어 합
올해 2025년의 노벨 물리학상은 전자회로에서 양자역학의 터널링 현상을 실험으로 증명해낸 3명의 과학자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 에게 돌아갔다. 여기서 양자 터널링 이란 쉽게 말해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입자가 뚫고 지나가는 현상’을 뜻하는데, 이러한 자연적 현상을 통해 Qubit(큐비트) 가 탄생하였다. ◆ Qubit의 중첩(Superposition) Qubit(큐비트)란 양자컴퓨팅의 기본 정보 단위로써 중첩(Superposition)의 특성을 가진다. 고전의 컴퓨팅에서 사용되는 Bit(비트)가 0(꺼짐) 또는 1(켜짐) 중 하나의 선택으로 작동된다면 큐비트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의 성격을 지니며, 이로 인해 여러 개를 결합하면 병렬 계산이 가능해 훨씬 많은 경우의 수를 한 번에 계산할 수 있다. 얼마 전 한 직장인과 매니저의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코칭 세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세션의 초반에 필자가 알아차린 것은 매니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차별적 대우로 촉발된 원망은 골이 깊어 보였고, 이내 원망의 본질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매니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동시
◆ 설악산의 기억, 그때 나는 나를 이겼다 지금도 '산'하면 15년 전 회사 팀워크숍으로 갔던 설악산이 생각난다. 그때 우리 팀은 무려 1년을 준비했다. 각자 주말마다 작은 산을 오르며 체력을 다졌고 함께 회사 계단을 오르내렸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새벽에 한계령에서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초반엔 웃으며 사진을 찍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허벅지는 천근만근, 머릿속에는 조직장에 대한 원망과 함께 '왜 사서 고생하지?'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보다 지금의 고통을 그만 멈추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금도 선명하게 남은 것들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 장만했던 등산복이 땀에 흠뻑 젖은 느낌, 얼굴에 엉긴 소금기, 그리고 대청봉 정상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날이 내 인생에서 분명한 이정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국 해냈다는 사실. 그 이후로 나는 가끔 마음속에서 되뇌곤 한다. "그때 내가 설악산을 올랐잖아. 그러니 이번에도 할 수 있겠지." ◆ 상처는 흉터가 아닌, 나이테가 된다 삶도 산을 오르는 일과 닮았다. 정상에 오르기 전, 누구나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