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중국 정부가 한국인에 대한 ‘깜짝’ 비자 면제 결정을 발표하면서 관광 수요 증가 기대감에 여행, 항공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일 한국을 비롯해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총 9개국에 한시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11월 8일부터 2025년 말까지 허용한다고 밝혔다. 일반 여권 소지자는 비즈니스, 여행·관광, 친지·친구 방문, 환승 목적으로 15일 이내 기간 중국을 방문할 경우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티메프 사태, 일본 난카이 대지진 경보, 중동 확전 등의 여파로 하반기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한 여행산업에 날아든 희소식은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중국 노선을 확대하고 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등 항공주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참좋은여행과 노랑풍선은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참좋은여행과 노랑풍선은 개장 직후 주가가 치솟아 각각 6070원과 5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모두투어(16.8%)와 하나투어(6.04%) 등도 가격제한폭까지 오르지는 못했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항공주에서는 시가총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제주항공(5.13%)을 비롯해 티웨이항공(4.09%), 진에어(5.44%) 등 LCC 기업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역시 중국발 호재에 각각 3.18%, 1.32% 상승했다.
노랑풍선과 참좋은여행은 주가가 올 들어 고점 대비 각각 약 45%, 42% 떨어졌다. 시장은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무비자 입국 적용 국가 범위에 처음으로 한국을 포함시킨 게 분위기 반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만약 이번 무비자 정책 발표로 중국 패키지여행 수요가 최고치였던 2016년 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전년 대비 15%가 상승하는 것”이라며 “여행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진 만큼 한시적으로 주가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비자 면제는 보통 국가간 상호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한국도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여지가 있어 여행 산업 및 내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체감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번 무비자 조치로 인해 내국인의 현지 여행 수요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추후 중국인 입국자에 대한 무비자 정책이 시행된다면 양국 항공 여객자 수 증가 등 전반적인 여행 관련 업종으로 수혜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외국인의 중국 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무비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24개국과 전면적 상호 비자 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유럽 일부 국가에는 일방적인 무비자 입국 정책을 적용 중이다. 올해 3분기 무비자 정책을 통해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총 488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6% 늘었다.
한편 중국의 무비자 조치를 두고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외교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면서 아울러 서방에 중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선제적으로 외교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무비자 입국 정책을 내놓으며 내수 진작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 만큼 4~8일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나올 경기부양책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예산안을 의결하는 역할을 하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정부의 재정 지출 규모를 확정하는데, 중국 정부의 부양 의지를 다시 확인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부양책 규모에 따라 중국 관련주의 상승세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발표된 중국의 경기부양책들이 전인대에서 승인된 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라며 “11일 중국 최대 쇼핑 시즌인 광군제를 앞둔 것도 내수 진작 정책 기대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투자증권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국내 카지노 업계 중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1만5000원’을 제시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으로 억눌렸던 중국 VIP 카지노 수요가 터져나올 때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며 “롯데관광개발은 3분기 매출액 1357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으로 추정되고 개장 이후 실적의 우상향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