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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화성 ‘욕조 자국’은 거대 바다의 흔적…지구식 대륙붕까지 포착됐다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화성 북반구에 행성 표면의 약 3분의 1을 덮은 거대 바다가 수백만 년 동안 존재했음을 시사하는 지형학적 증거가 처음으로 ‘대륙붕 스케일’에서 제시됐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대 잭슨지질과학스쿨과 칼텍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화성 북부 저지대 경계를 따라 넓게 둘러진 완만한 평탄 지형을 ‘욕조 물이 빠지고 남은 자국’에 비유하며 고대 해양 가설에 강력한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욕조 링’이 가리키는 화성 북부 바다의 규모


연구를 이끈 압달라 자키(Abdallah Zaki) 텍사스대 박사후 연구원과 마이클 램(Michael Lamb) 칼텍 지질학 교수는 먼저 지구의 바다를 전부 ‘배수’한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지형이 장구한 시간 동안 가장 선명하게 남는지를 역산했다. 그 결과 해안선 자체가 아니라 폭 수백 km에 이르는 완만한 경사의 넓은 평탄대, 즉 대륙붕이 해양 존재를 가리키는 가장 안정적 지형 서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 알고리즘을 화성 궤도선이 측정한 전 행성 지형 자료에 적용하자, 북반구에서 고도 약 -1,800m에서 -3,800m 사이에 걸쳐 행성을 두른 듯 이어지는 광역 평탄대가 뚜렷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를 지구의 대륙붕에 상응하는 ‘연안 대륙붕(coastal shelf)’으로 해석하면서, 이 지형을 따라 형성됐던 해양이 화성 표면의 약 3분의 1, 지구 전체 해양 면적의 약 13%에 해당하는 규모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가상 해양의 크기가 지구 북극해(Arctic Ocean)에 견줄 수준이라는 기존 연구와도 맥이 닿는다고 전했다.

 

대륙붕은 단기간 홍수나 일시적 호수로는 만들어지지 않으며, 하천에서 공급된 모래·진흙이 파도와 해류에 의해 오랜 기간 재분배되면서 비로소 형성되는 장주기 지형이다. 연구진은 이 점을 근거로 해당 화성 해양이 적어도 수백만 년 이상 안정적으로 존속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해안선 아닌 ‘대륙붕’에 주목…왜 지금에서야 보였나


화성 고대 바다 가설은 새롭지 않다. 2010년대 이후 칼텍, 스위스 연구진 등은 화성 북부 저지대를 메운 고대 해양을 가정하고, 그 경계부에서 하천 삼각주와 해안선 추정 지형을 잇달아 보고해 왔다. 그러나 이들 잠정적 해안선은 고도가 제각각이고 침식·화산 활동으로 심하게 마모돼 “결정적 증거(smoking gun)”로 인정받지 못했다.

 

자키와 램이 택한 전략은 ‘해안선 찾기’에서 ‘대륙붕 패턴 찾기’로의 발상 전환이다. 지구의 경우 해수면은 수만~수백만 년 스케일에서도 큰 폭으로 요동치지만, 대륙붕은 그 위를 덮는 바다의 깊이와 무관하게 장구한 기간 형태를 유지하는 대형 지형단위라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진은 먼저 지구 전역에 대해 지형 기울기·곡률(curvature)을 정량 분석해 “대륙붕 시그니처”를 통계적으로 추출한 뒤, 동일한 수식을 화성 고도 자료에 적용했다. 그 결과 북부 저지대 경계부에 지구 대륙붕과 유사한 낮은 경사, 낮은 곡률의 평탄대가 하나의 띠처럼 나타났고, 기존에 제안된 불연속적인 ‘화성 해안선’ 후보와 강 삼각주 위치가 이 띠와 대체로 정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키는 “해안선이 아니라 대륙붕을 찾는 순간, 그동안 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하나의 연안대(coastal zone)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주롱’·지하 레이더까지…다른 증거들과의 연결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일 논문의 발표를 넘어, 지난 10여 년간 축적된 다중 증거를 하나의 시나리오로 엮어냈다는 데 있다. 2023년 중국우주과학자들은 유토피아 평원에서 주롱(Zhurong) 로버가 촬영한 다중분광 카메라 자료를 분석해, 해수 환경에서만 형성되는 해양 퇴적암이 처음으로 화성 표면에서 관측됐다고 보고했다.

 

이어 2025년에는 주롱이 지하 탐사 레이더로 포착한 완만한 경사(수도 수 도 정도)의 지하 퇴적층이 “파도에 의해 형성된 해변·사빈(sandy beach)”과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는 연구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해당 논문은 이 퇴적층의 형성 속도를 지구 해안 퇴적물과 비교해, 화성이 과거 수천만 년 동안 생명체가 서식 가능한 따뜻하고 습한 기후를 유지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욕조 링’ 연구는 이처럼 지표·지하에서 따로 제시돼 온 해안 퇴적 증거와, 궤도선이 본 광역 지형 서명을 하나의 ‘해양-연안-하천 삼각주’ 체계로 통합해 준 셈이다. 로이터는 연구진이 “왜곡된 해안선, 강 삼각주, 해변 퇴적층이 모두 이번에 제시된 대륙붕 띠와 겹치는 위치에 분포한다”는 점을 들어 “화성 북부의 장수명 해양(long-lived ocean)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준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따뜻한 바다의 행성’에서 생명 흔적 찾기 시나리오


과학자들이 화성 고대 해양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한 수권(水圈) 복원이 아니다. 네이처 논문과 칼텍·텍사스대 보도자료, 로이터 기사 등을 종합하면, 연구진은 이번 대륙붕 발견이 잠재적 생명체의 ‘기억 장소(planetary memory)’를 특정해 준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지구에서 대륙 주변의 연안·대륙붕 퇴적물은 대륙 내부에서 흘러나온 유기물·광물·화석을 장기간 축적·보존하는 거대한 데이터 아카이브 역할을 한다. 동일한 원리를 적용하면, 화성 북부 연안대는 과거 화성 대기·기후·생명 활동(존재했다면)의 장기 기록을 품고 있을 최우선 탐사 타깃이 된다. 자키는 “화성에 한때 바다가 있었다면, 대륙붕은 그 바다와 인접 육지의 역사를 고스란히 저장한 ‘행성의 기억장치’가 된다”며 “향후 로버를 보낸다면 바로 이 연안대에서 지구 대륙붕과 유사한 층리, 경사면(클리노폼), 파도·조류 기원의 구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주롱이 포착한 지하 해변 퇴적층 연구 역시, 고대 화성 북극 대부분이 바다로 덮여 있었고 이 기간 동안 “생명체가 살기 좋은 따뜻하고 습한 환경이 수천만 년 이상 유지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이번 ‘욕조 링’ 대륙붕 증거까지 더해지면서, 화성은 “한때 지구와 놀랄 만큼 비슷한 해양 행성”이었다는 가설이 더 이상 주변부 아이디어가 아니라, 정교한 수치·지형 분석으로 뒷받침되는 주류 시나리오로 올라서는 분위기다.

 

남은 의문과 향후 탐사 전략

 

그럼에도 ‘화성 북부 해양’은 아직 가설 단계다. 연구진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를 ‘결정적 증거’로 과장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 추가 위성자료 분석과 현장 탐사 없이는 해저 퇴적층의 성격·연령을 확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화성에는 지구처럼 판 구조론이 없기 때문에, 대륙붕과 유사한 지형이 전통적 의미의 ‘대륙 주변부’인지, 아니면 다른 행성 규모 과정의 산물인지에 대한 이론적 검증이 필요하다.

 

향후 미국과 중국, 유럽의 로버·샘플 회수 임무가 이번 논문이 제시한 연안대 좌표를 얼마나 빠르게 탐사 로드맵에 반영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단 한 곳의 대륙붕 단면에서라도 파도 작용이 남긴 층리 구조와 유기 탄소 흔적, 퇴적 속도 추정치가 확보된다면, 화성은 더 이상 ‘한때 물이 조금 흐르던 건조한 행성’이 아니라 ‘바다가 기후와 지질을 주도하던 해양 행성’으로 역사 교과서가 다시 쓰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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