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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화성 운석에 찍힌 볼펜 자국”···잉크·다이아몬드 가루가 던진 화성 샘플 귀환의 불편한 질문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 시료에서 파란색 볼펜 잉크와 다이아몬드 가루가 동시에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인류가 ‘화성 샘플 귀환’ 시대를 앞두고도 여전히 지구발 오염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표본 준비 과정과 일상적인 취급만으로도 외계 물질에 인위적인 신호가 찍힐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행성 탐사·생명 탐사 프로그램 전체의 신뢰 기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운석에서 검출된 ‘볼펜 잉크’의 정체


바스크 대학교(University of the Basque Country·EHU) IBeA 연구팀은 NASA 존슨 우주 센터와의 오랜 협력으로 확보한 화성 운석 여러 점을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시료 내부에서 파란색 볼펜 잉크 성분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널 《Applied Geochemistry》에 게재됐으며, 분석된 오염물질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절단·연마 도구에서 발생한 다이아몬드 파편 등 물리적 준비 과정에서 유입된 잔여물이다. 운석 박편을 얇게 갈아 만드는 절단석과 연마재에 다이아몬드가 사용되는데, 이 가루가 시료 표면에 미세하게 남아 라만 신호에서 인공적인 탄소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둘째가 보다 상징적인 오염원인 볼펜 잉크다. 연구팀은 운석 시료에서 검출된 청색 성분이 구리 프탈로시아닌(copper phthalocyanine) 계열 안료임을 확인했으며, 이는 국제 컬러 인덱스상 피그먼트 블루 15(pigment blue 15)로 분류되는, 전 세계 볼펜·잉크·도료에 폭넓게 쓰이는 대표적인 합성 안료다. IBeA의 레이레 콜로마(Leire Coloma) 연구원은 “이러한 오염은 검출된 광물이 운석 고유의 구성인지, 지구에서 유입된 인공 물질인지 판단을 흐려 잘못된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깨끗한 운석”이 얼마나 드문지 보여준 사건

 

화성 운석이 지구에 도착하기까지는 수만~수백만년에 이르는 우주 비행과, 대기권 재진입·낙하·지상 노출이라는 여러 단계의 ‘오염 위험 구간’을 거친다. 실제로 기존 연구에서 “지구상 물질에 의한 오염이 거의 없다”고 평가된 라파예트(Lafayette) 운석이나, 발견 후 5개월 만에 회수돼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하다고 평가된 모로코 티신트(Tissint) 운석이 예외적으로 언급될 정도로 ‘깨끗한’ 샘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는 자연 환경이 아니라, 인류의 연구 행위와 일상적 실험실 습관이 스스로 오염원을 추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2018년에는 NASA 존슨 우주 센터의 운석 보관용 클린룸에서 곰팡이(진균) 오염이 확인된 데 이어, 최근에는 NASA와 국제 연구진이 피닉스(Phoenix) 화성 탐사선 조립용 클린룸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균 26종을 분리해냈다는 보고도 나왔다. ‘무균’을 표방하는 최고 수준의 클린룸조차 미생물과 입자 오염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는 점이 여러 차례 실증된 셈이다.

 

화성 샘플 귀환 프로그램에 드리운 그림자

 

문제의 심각성은 NASA의 화성 샘플 귀환(Mars Sample Return·MSR) 프로그램과 맞물리면서 배가된다.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로버는 2021년 착륙 이후 예제로 크레이터(Jezerο Crater)와 고대 하천 지형에서 시추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미 수십 개의 코어 샘플을 티타늄 튜브에 봉인해 저장 중이다. NASA는 이 샘플들을 2030년대 초 지구로 가져와, 지금까지 어떤 화성 탐사선도 제공하지 못한 ‘실물 지질·유기물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 예산 공방과 트럼프 행정부의 NASA 과학 예산 25% 삭감 시도, 약 1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MSR 프로젝트 취소 논란 등으로 프로그램 자체가 정치·재정적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여기에 샘플을 지구로 돌려보내고도, 실험실 단계에서 볼펜 잉크·다이아몬드 가루·미생물 오염으로 데이터 신뢰성을 잃는다면, 수십 년간의 투자와 정치적 비용이 한순간에 ‘불확실한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IBeA 연구팀은 향후 화성 샘플 귀환 시료를 분석할 후보 연구실 중 하나로 거론되는 만큼, 구체적인 대응 권고도 제시했다. 샘플 절단·연마 과정에서 다이아몬드 공구 대신 비탄소계 재료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유기 용매와 수지를 저오염·저형광 특성의 대체 소재로 바꾸는 방안, 필기구 사용을 포함한 모든 취급 행위를 ‘클린존 밖’으로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프로토콜 수립 등이 제안됐다.

 

‘생명 흔적’ 논쟁의 신뢰도에도 직격탄


화성에서의 잠재적 생명체 흔적 논쟁은 이미 여러 차례 과학계와 대중을 들썩이게 했다. 1996년 미국 과학자들이 화성 운석 ALH84001에서 미세한 탄산염 구조를 발견해 “화성 미생물 화석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비생물학적 광물 형성 가능성이 제기되며 논쟁이 장기화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NASA는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암석에서 유기탄소·황·인 등을 포함한 복합 유기물을 발견했다며, “잠재적인 생명체의 흔적일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고온 지질 과정에서 비생물학적으로 생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결정적 증거’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생명 관련 신호는 본질적으로 모호하고, 지질·화학 과정과 구분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지구발 잉크·다이아몬드·미생물까지 얹히면, 개별 피크와 구조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에 대한 해석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특히 라만 분광·질량분석·동위원소비 분석 등은 극미량 신호에 의존하는 만큼, 피코그램(1조분의 1그램) 수준 오염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여러 분석 화학 논문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다. 이번 연구는 바로 그 ‘검출 한계’ 수준까지 우리의 실험실 생활 습관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파란 잉크라는 직관적인 사례로 시각화해 보여준 셈이다.

 

샘플 준비가 곧 ‘행성 보호’…프로토콜 혁신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실수나 에피소드가 아닌, 행성 보호(planetary protection) 체계 전반을 재점검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행성 보호 논의는 주로 “지구 미생물이 화성에 유입되지 않도록 막는 것”(순방향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화성 샘플이 지구로 돌아오는 국면에서는 “화성 샘플의 순도를 지구 오염으로부터 지키는 것”(역방향 보호) 역시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샘플 준비·분석 전 과정을 ‘엔드 투 엔드(end‑to‑end) 추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료가 현장에서 채취된 시점부터 운반·보관·절단·연마·분석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사용된 장비·용매·재료·작업자 행동을 기록하고, 필요 시 라만·FTIR·질량분석으로 공정별 배경 시그널을 사전 확보해 ‘오염 신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IBeA 팀이 제안한 것처럼 실험실 내 필기·마킹 방식 자체를 디지털 도입으로 전환하고, 재질별 입자 방출량·유기물 방출량을 정량 평가해 장비 인증 기준을 새로 세우는 작업도 요구된다.

 

이번 화성 운석에서 발견된 볼펜 잉크와 다이아몬드 가루는, 인류가 행성 탐사의 ‘샘플 귀환’ 단계로 진입하기 직전에 마주하게 된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화성에서 돌아올 수십 개 샘플 튜브 속에는, 35억년 전 물이 흘렀던 행성의 기억과 함께, 21세기 지구 실험실의 습관까지 함께 기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분명히 인지하게 됐다. 관건은 이 불편한 진실을 계기로 샘플 준비와 분석 프로토콜을 얼마나 빠르고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느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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