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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내궁내정] 한국 사계절의 붕괴? 1년 중 118일(32%) 여름…여름 32.3%>겨울 26.6%>봄 23%>가을 18.1% 順

겨울 109일 → 97일, 여름 98일 → 118일…1년의 32%, 118일이 여름
"여름 共和國"으로 가는 한반도…1년의 3분의 1이 여름
기후변화가 뒤바꾼 한국의 사계절…과거엔 겨울이 왕, 지금은 여름이 왕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한반도의 뚜렷한 사계절이 무너지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질서정연한 순환이 기후위기 앞에 뿌리째 흔들리며, 이제 한국은 사실상 '여름 共和國(공화국)'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이 과거 30년(1912~1940년)과 최근 30년(1991~2020년)의 계절 길이를 비교 분석한 결과는 숫자만으로도 충격적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이 데이터는 한반도 기후 100년의 대역전을 명징하게 증언한다.

 

숫자가 말하는 계절의 역전


과거 30년(1912~1940년) 기준, 한반도의 1년 365일은 겨울이 109일(29.9%)로 가장 길었고, 봄 약 90일(24.7%), 여름 98일(26.8%), 가을 약 68일(18.6%) 순이었다. 이른바 '겨울 대국'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최근 30년(1991~2020년)의 계절표는 완전히 뒤집혔다.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여름이 118일(32.3%)로 1위에 올라섰다. 1년의 3분의 1이 여름이다. 반면 겨울은 97일(26.6%)로 쪼그라들었고, 봄은 약 84일(23.0%), 가을은 약 66일(18.1%)에 그친다.

 


결과는 단순하지 않다. 여름은 100년 만에 무려 20일 더 길어졌고, 겨울은 12일 줄었다. 봄과 가을이라는 완충 계절도 각각 6일, 2일씩 사라졌다. '사계절의 나라' 한국은 이미 사계절이 균형을 잃은 나라다.

 

봄·가을은 고사 위기, 가을은 18%의 계절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가을의 몰락이다. 과거에도 68일(18.6%)에 불과했던 가을은 지금도 66일(18.1%)에 머물러 사실상 4계절 중 가장 짧은 계절로 고착됐다. 두 달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봄 역시 녹록지 않다. 84일(23.0%)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일수 감소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기상청 기후정보 포털에 따르면 봄 시작일이 17일 앞당겨지고, 가을 시작일은 9일 늦어지면서 봄과 가을이 여름에 양쪽에서 잠식당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다시 말해 봄과 가을의 체감 밀도가 희박해지는 '계절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진행 중인 것이다.

 

가속하는 여름의 팽창


더 우려스러운 것은 추세의 가속화다. 기상청이 2024년 12월 30일 공개한 '우리나라 113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24년)만 따로 평균을 내면 여름이 130일(35.6%)에 달한다. 이는 1년의 3분의 1을 훌쩍 넘는 수치로, 여름이 빠른 속도로 1년을 잠식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보고서는 가장 최근 비교 기준인 과거 30년(1912~1940년) 대비 최근 30년(1995~2024년)으로 보면 여름이 25일 더 늘고 겨울이 22일 더 줄었다고 밝혔다. 또한 폭염일수는 1910년대 연 평균 7.7일에서 2020년대 16.9일로 2.2배 증가했고, 열대야는 같은 기간 6.7일에서 28.0일로 무려 4.2배 급증했다.

 

"2071년엔 여름이 171일"…시나리오의 공포

 

미래 전망은 더욱 가혹하다.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 적응지원 연구(JCCR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현재 추세가 지속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5-8.5) 하에서는 21세기 후반(2071~2100년) 한반도 여름이 무려 171일(46.8%)로 늘어난다. 1년의 절반 가까이가 여름인 나라가 되는 것이다. 반면 겨울은 41일(11.2%)로 한 달 남짓에 불과하게 된다.

 

저탄소 시나리오(SSP1-2.6)라도 여름은 129일, 겨울은 82일로 현재보다 여름이 11일 더 길어진다.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여름의 팽창은 멈추지 않는다.

 

계절 붕괴는 생태·산업 붕괴의 전주곡


계절의 재편은 달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윤진호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봄과 가을의 기온 상승 속도가 매우 빠르다. 여름이 더 길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유"라고 말한다. 이미 진달래·산철쭉의 개화 시기가 평균 9.4일 빨라졌고, 과수 산지가 북상하며 나주배 당도가 낮아지는 등 생태계와 농업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 한강의 결빙 일수는 1900년대 연 80일 이상에서 2000년대 14.5일로 무려 82% 감소했다. 한국인의 생활 리듬, 농업 주기, 에너지 소비 구조, 유통·패션 산업의 계절 주기까지 전방위적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

 

'사계절의 나라'는 이미 과거형


수치는 냉정하게 말한다. 한국의 1년 365일에서 여름은 이미 118일(32.3%)로 가장 긴 계절이 됐고, 가을은 66일(18.1%)로 가장 짧은 계절로 쪼그라들었다. 봄·가을을 합해도 150일(41.1%)에 불과해 여름(118일)과 겨울(97일)이 215일(58.9%)을 차지한다.

 

기상 전문가들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는 한국의 자랑은 이제 역사 교과서 속 표현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힘 앞에 한반도의 계절표가 새로 쓰이고 있으며, 그 속도는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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