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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핀란드, 세계 최초 영구 핵폐기물 처리장 '온칼로' 시험 가동…70년 인류 숙원, 종말 선언?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핀란드가 세계 최초의 영구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온칼로(Onkalo)’ 시험 가동에 착수하며, 70여년간 인류를 괴롭혀온 핵폐기물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40만톤에 달하는 전 세계 사용후핵연료의 규모와 수십만 년에 이르는 독성 기간을 감안하면, 이번 시도는 ‘해결’이라기보다 위험을 미래 세대와 지하 심연으로 이관하는 거대한 사회·기술 실험에 가깝다는 냉정한 분석도 만만치 않다.

 

1. 세계 최초 영구 처분장, 무엇이 다르나

 

nypost, Tech Xplore, The Independent Global Nuclear News Agency, POWER Magazine, apnews, IAEA, Euronews에 따르면, 온칼로는 핀란드 서해안 올킬루오토(Olkiluoto) 섬에 위치한 심층 지질처분시설로, 지하 400~450m 깊이의 화강암 지층에 최대 6,50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매립하도록 설계됐다. 사업자는 핀란드 원전사업자들이 공동 설립한 포시바(Posiva Oy)로, 2004년 착공 이후 약 10억 유로(약 1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로 20여 년간 건설이 진행됐다.

 

시설 구조의 핵심은 ‘다중 방벽(multibarrier)’ 개념이다. 우라늄 연료는 먼저 주철 내통과 두께 약 5cm의 구리 외피로 구성된 용기에 밀봉되며, 이 용기는 다시 고흡수성 벤토나이트 점토로 둘러싸인 채, 암반 속 처분공에 안치된다. 처분 터널 하나당 30~40개의 처분공이 뚫리며, 최종적으로 약 3,250기의 구리 캔스터가 2㎢ 규모의 지하 구역에 분산 매립된다.

 

포시바는 온칼로 운영 기간을 약 100년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추가로 40㎞ 길이의 처분 터널을 단계적으로 굴착한 뒤 2120년대에 접속 터널을 완전히 봉인할 예정이다. 2024~2025년에는 비(非)방사성 모형 연료를 활용한 캡슐화·이송·매립 전 과정을 실증하는 ‘콜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실제 방사성 연료 처분을 위한 시운전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40만톤의 핵폐기물, ‘핀란드식 해법’의 의미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 세계에서 원전 가동 이후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는 40만톤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약 3분의 2가 여전히 임시 저장시설(원전 부지 수조·건식 저장고 등)에 머물고 있다. 2022년 IAEA 보고서 역시 “대부분 국가가 ‘기다려보자(wait and see)’ 전략에 머물며 최종 처분장 건설을 미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온칼로의 위상은 분명하다. 세계 최초로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하는 심층 지질처분장이며, 원전 보유국 중 처음으로 “자국에서 발생한 핵폐기물은 모두 자국 내에서 최종 처분한다”는 법적 원칙을 현실화한 사례라는 점에서다.

 

핀란드는 1994년 원자력법 개정을 통해 모든 국내 발생 핵폐기물의 국내 최종 처분을 의무화했고, 이후 2000년 올킬루오토를 최종 부지로 선정했다. 당시 일부 사용후핵연료는 여전히 재처리를 위해 해외로 반출되고 있었지만, “핵의 혜택을 누린 세대가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정치적 합의가 형성되면서 ‘수출형’ 해결책에 제동이 걸렸다.

 

사리 물탈라 환경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이상 핵폐기물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제한된 범위의 국제 공동 활용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이는 향후 ‘핵폐기물 처분 서비스 시장’이 열릴 경우, 온칼로가 잠재적으로 유럽의 역외 핵폐기물까지 흡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가능하지만, 이 부분은 아직 정치·사회적 논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추측한 내용”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3. ‘차선책 중 최선’…핵폐기물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온칼로가 상징하는 것은 핵폐기물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고도로 최적화된 ‘관리 체제’에 가깝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우려하는 과학자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에드윈 라이먼 원자력 안전 담당 이사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질 처분을 “차선책 중 최선(the least bad option)”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위험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아닌 미래 세대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폐기물의 방사성 독성은 우라늄·플루토늄 계열 핵종의 반감기 특성상 수만~수십만 년에 걸쳐 서서히 감소한다. 이 때문에 인류는 지금 ‘정치·경제 시스템의 수명’을 훌쩍 넘어서는 시간축에서 안전성을 담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단지 콘크리트와 구리, 점토, 암반의 기술적 신뢰성만이 아니라, 수만 년 뒤에도 처분장 위치와 위험성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그때의 사회가 오늘날과 전혀 다른 언어·기호 체계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가 핵심 질문으로 떠오른다.

 

이 문제의식은 ‘핵기호학(nuclear semiotics)’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낳았다. 미국·유럽 학자들은 “1만년 후에도 ‘여기는 들어오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호 체계”를 주제로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있으나, 어느 것도 합의된 표준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온칼로는 “지질학적 안정성과 공학적 방벽 설계에서는 최선에 가깝지만, 인류학·언어학·정치학적 불확실성을 모두 제거하기에는 여전히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4. 핀란드식 ‘사회적 합의’가 만든 실험장


온칼로를 가능하게 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30년에 걸친 정치·사회적 합의 과정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IAEA는 2020년 온칼로를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을 인용해 이 시설을 “원자력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위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는 높은 수준의 투명성·정보 공개·지방자치단체와의 신뢰 구축 없이는 불가능했을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실제 부지 선정 과정에서 핀란드 정부와 사업자는 후보 지역 주민투표, 장기간의 지질·환경 영향평가, 보상 패키지 협상 등을 반복 진행했고, 지방자치단체 의회의 동의가 없으면 사업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그린피스 핀란드 지부 역시 온칼로에 원천 반대하기보다 “다른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위험을 관리 가능한 형태로 줄이는 하나의 시도”라는 점을 인정하는 등, 환경단체의 비판 기조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핀란드 특유의 높은 제도 신뢰도, 인구 규모, 에너지 믹스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타국에 그대로 이식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 등이 심층 지질처분장 후보지를 두고 수십 년간 사회적 갈등을 겪어온 사례를 감안하면, 온칼로 모델이 ‘보편적 해법’인지, 아니면 ‘핀란드형 특수 사례’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음”이라고 보는 편이 객관적이다.

 

결국 온칼로는 “핵폐기물을 영원히 봉인하는 기술적 해답”이 아니라, “위험을 투명하게 인정하고, 책임과 비용을 현재 세대가 얼마나 선제적으로 감수할 것인가”라는 정치·사회적 선택의 문제를 우리에게 되돌려주는 거울에 가깝다. 한국이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향후 원전·에너지·지역 갈등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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