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미국 식품당국이 석유계 합성 색소(artificial dyes) 전면 퇴출을 공식화하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식품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성분 리뉴얼과 라벨링 재설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오리온, 롯데제과, 농심, 빙그레, 해태제과 등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식품기업들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합성색소 규제, 국내 식품기업에 미치는 영향
미국 FDA와 보건복지부(HHS)는 2027년까지 적색 3호(Red No. 3), 청색 1호(Blue No. 1), 적색 40호(Red No. 40), 황색 5호(Yellow No. 5) 등 9종의 석유계 합성 색소를 식품에서 단계적으로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색소는 시리얼, 음료, 사탕, 과자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광범위하게 쓰여 왔으며,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식품기업들의 상당수 제품에도 사용되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는 “문제의 색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으나, 업계 내부에서는 “미국 수출 제품에는 관행적으로 해당 인공색소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미국이 과거 천연색소보다 합성색소를 선호해왔던 정책 기조에 맞춘 결과로, 국내 대형 식품기업들은 미국 현지 맞춤형 레시피를 별도로 개발해왔다.
오리온,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 등 제과업체 직격탄?
오리온은 ‘초코파이’, ‘포카칩’, ‘오감자’ 등 미국 내 한인 마트와 아시아계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다양한 과자류를 수출 중이다. 이들 제품의 일부는 색상 구현을 위해 적색 40호, 황색 5호 등 석유계 합성 색소를 사용해왔으며, 미국 내 규제 강화로 성분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롯데제과는 ‘마이쮸’, ‘자일리톨껌’, ‘빼빼로’ 등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대표 제품군에 적색·청색·황색 계열의 합성색소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롯데제과는 이미 유럽 수출용 제품에서 합성색소를 천연색소로 대체한 경험이 있으나, 미국 시장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리뉴얼이 요구된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 ‘메로나’, ‘요플레’ 등 유제품과 아이스크림류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부 제품에서 색상 구현을 위해 인공색소가 사용된 바 있어, 미국 내 천연색소 전환이 필요하다.
해태제과는 ‘자유시간’, ‘허니버터칩’, ‘오예스’ 등도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이며, 일부 제품은 색소 성분이 미국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외에도 삼양식품(라면류), 팔도(음료·라면), 크라운제과(과자) 등 미국 시장에 진출한 다수의 국내 식품업체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동원, 대상, 농심 등 종합식품기업도 영향권
수출비중이 높은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만두, 김치, 양념류(간장·고추장·된장), 통조림, 즉석식품, 소스류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일부 제품(특히 즉석식품, 소스, 냉동식품, 가공식품류)에는 색상 구현, 풍미 강화, 제품 외관 개선을 위해 적색 3호, 적색 40호, 청색 1호, 황색 5호 등 인공색소가 사용된 경우가 있다. 미국 내 인공색소 사용이 금지되면, 해당 제품의 레시피 전면 재검토와 천연색소 대체가 불가피하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20여 개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현지화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인공색소 규제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지만, 현지 공장 역시 미국 식품법을 따라야 하므로 인공색소 금지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즉, 현지 생산이든 한국에서의 수출이든, 미국 내 유통 제품은 모두 규제 대상이 된다.
농심은 ‘신라면’, ‘짜파게티’, ‘새우깡’ 등은 미국 내 아시아 식품점과 대형마트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특히 라면스프, 스낵류 등에서 색소가 사용된 경우가 많아, 미국 규제에 맞춘 성분 개선이 시급하다.
또 단기간에 천연색소로의 대체는 원가 상승, 색상 구현의 한계, 유통기한 단축 등 현실적 부담을 동반한다. 특히 동원, 대상 등은 통조림, 반찬류, 소스 등 다양한 제품에서 색소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천연색소 수급, 품질 유지, 포장·라벨링 변경 등 공급망 전체를 재정비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무첨가’, ‘클린라벨’ 선호가 강화되면서, CJ제일제당, 동원, 대상 등은 인공색소 퇴출을 브랜드 신뢰 제고와 프리미엄 시장 진입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은 인공색소 퇴출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실질적 부담과 국내 식품업계 대응
미국 텍사스주 등 일부 주에서는 인공색소 및 첨가물 함유 제품에 경고라벨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통과시켜, 수출기업들은 포장 디자인, 생산라인, 마케팅 전략까지 전면 재정비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국제색소제조협회(IACM)는 “천연색소로의 대체에는 원료 공급 부족, 색상 구현의 한계, 비용 상승 등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내 식품기업들은 미국 FDA가 최근 승인한 갈디에리아 추출물, 나비완두꽃 추출물, 인산칼슘 등 천연색소로의 신속한 전환이 요구된다.
미국 소비자들은 ‘무인공색소(No Artificial Colors)’ 등 클린라벨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성분 개선이 브랜드 신뢰와 직결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식품을 수출 중인 국내 업체들은 제품 라벨 및 원재료 성분을 재점검하고, 승인된 천연 색소로의 조기 전환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석유계 합성 색소 전면 퇴출은 국내 식품업계,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오리온, 롯데제과, 농심, 빙그레, 해태제과 등 대형 식품기업에 직접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
단순히 규제 대응 차원을 넘어, 글로벌 소비자 신뢰 확보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분 혁신’이 향후 K-푸드의 미국 시장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는 조기 성분 개선과 천연색소 전환, 라벨링 전략 재정비 등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