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AI 관련 포럼을 양일간 다녀왔는데 상당히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었다. 바로 ‘창발적 현상’ 이라는 녀석과의 만남이었다. ‘벌목’이라는 단어를 벌의 머리아래 목 언저리 부위로 이해하는 요즘 세대의 어느 친구라면 발이 달린 창문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으나, ‘창발’이라는 단어는 기대 이상으로 심오한 뜻을 지녔다.
“창발(Emergence)이란 개별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부분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속성, 구조, 패턴, 혹은 기능이 전체 수준에서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창발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잡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복잡계란 ‘많은 구성요소들이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패턴이나 질서가 스스로 형성되는 시스템’을 뜻한다. 즉 ‘복잡계’라는 ‘과정’을 통해 ‘창발적 현상’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 경제의 창발적 현상
주위를 둘러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온 국민이 글로벌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각자가 개별 경제주체로써 올바른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일 텐데, 신기하게도 각 개인은 오로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독립적으로 움직였으나, 개인이 모여 복합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질서, 규칙, 혹은 패턴이 자발적으로 형성되었다.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따른 시장가격 형성’과 더불어 요즘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금융 시장의 버블 형성’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그 어느 개인도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성질의 현상인 것이다.
◆ AI의 창발적 현상
딥러닝의 아버지인 ‘제프리 힌튼’ 교수님의 기여로 인간의 뇌를 답습 중에 있는 현재의 LLM (Large Language Model)은, 인간의 뇌 속 시냅스라 할 수 있는 파라미터를 약 2조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 뇌의 시냅스가 약 100조개 인 점을 감안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 할 수 있지만, 이 파라미터 수의 증가 속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뇌의 창발적 현상인데, 뇌의 중요한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뉴런과 시냅스의 개별적 기능 만을 본다면 단순히 정보를 만들어 연결하는 것이 전부일 텐데, 이것이 복합체를 이루자 놀랍게도 ‘인간 다움’으로 대표되는 ‘지성’과 ‘감정’이 창발적으로 탄생하였다. 그렇다면 언젠가 AI의 파라미터가 100조 개 이상 구현화 된다면 과연 어떠한 창발적 현상이 일어날 것인가?
◆ 자아의 창발적 현상
사람에게 있어 ‘자아’를 완연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이 코칭이라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형식이든, 스스로가 나를 파악하는 메타인지 측면에서의 분석이든, 자아에 대한 이해는 미래의 더 나은 나의 활용법에 큰 도움을 준다.
이 과정에서 역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바로 ‘자아의 창발적 현상’이다. 사람의 자아는 수많은 경험과 사건들이 복합체를 이루어 형성해낸 고차원적 산물이다.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나 경험은 인생에 큰 의미가 없을지라도, 이러한 것들이 모여 서로 예기치 않은 상호작용을 하며 전혀 새로운 자아 형성에 영향을 주었을 지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아를 알아차림에 있어 복합적인 이해와 더불어 창발적 현상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