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한국이 공동 개발에 참여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5월 1일부터 본격적인 과학 관측을 시작했다. 스피어엑스는 NASA와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3월 12일 발사한 뒤 6주간의 점검과 보정 과정을 거쳐, 이제 매일 약 3600장의 이미지를 촬영하며 우주 3차원 전천지도 제작에 돌입했다.
스피어엑스는 기존 우주망원경과 달리 2차원이 아닌 3차원 정보를 수집한다. 한 번의 노출마다 6개의 검출기가 서로 다른 파장대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런 노출을 하루 600회 이상 반복해 3600여 장의 이미지를 얻는다.
이 데이터들은 디지털 방식으로 합성돼 6개월마다 전 우주를 102가지 색상(파장)으로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전천지도로 완성된다. 2년간 총 4개의 3D 전천지도가 제작될 예정이다.
스피어엑스의 임무는 우주의 기원, 은하의 형성과 진화, 생명체 탄생에 필수적인 우주얼음(물, 이산화탄소 등) 분포 연구 등이다. 특히 은하수 내 생명 물질의 분포, 우주 초기 팽창(인플레이션) 등 빅뱅 직후의 미세한 우주 변화를 3차원으로 추적할 수 있다.

한국 측 연구진은 전체 국제 협업 인력의 25%를 차지하며, 데이터 분석과 논문 출판 등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정웅섭 책임연구원은 “스피어엑스는 102가지 색상으로 전 하늘을 지도화하는 최초의 망원경”이라며 “예상치 못한 새로운 과학적 발견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스피어엑스가 만들어낼 3차원 전천 적외선 지도는 우주 전역의 은하, 별, 성운, 분자 구름 등 다양한 천체의 분포와 특성을 전례 없이 정밀하게 보여줄 전망이다. NASA는 “스피어엑스가 만들어낼 전천지도는 우주 초기, 은하 진화, 생명 기원 등 인류의 근본적 질문에 새로운 답을 제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장현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은 “스피어엑스는 기존과 차원이 다른 우주 지도를 제공하며, 한국 천문학자들도 세계적 연구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피어엑스의 관측 데이터는 향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등 차세대 미션의 타깃 선정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우주를 102색으로 그려내는 ‘스피어엑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