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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韓美 공동 개발한 '스피어엑스', 외계서 날아온 성간혜성의 유기분자 분출 포착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한국과 미국이 공동 개발한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 성간혜성 ‘3I/ATLAS’에서 물과 유기분자가 분출되는 장면을 포착했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지구 생명체의 기초 재료로 여겨지는 물과 탄소 기반 분자가 외계 혜성에서 직접 검출된 것은 향후 외계 행성계와 지구 형성 과정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한국천문연구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개발한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외계에서 온 성간혜성이 물과 유기분자를 분출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9일 밝혔다. 천문연은 이 외계 혜성과 태양계 혜성을 비교 분석해 외계 행성계와 지구의 형성 과정을 파악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성간혜성 3I/ATLAS는 2025년 7월 1일 미국의 아틀라스(ATLAS) 탐사망원경에 의해 처음 발견된 뒤, 궤도와 이심률 분석을 통해 태양계 밖 성간 공간에서 기원한 천체로 분류됐다. 이후 여러 미 항공우주국(NASA) 임무가 이 혜성을 추적 관측해왔으며, 한국천문연구원과 NASA가 공동 개발한 스피어엑스는 2025년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3I/ATLAS를 정밀 관측했다.

 

스피어엑스 국제 공동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혜성의 대기 역할을 하는 코마(coma)에서 물(H₂O), 이산화탄소(CO₂), 일산화탄소(CO), 시안화물(CN) 등 여러 유기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관측에 따르면 3I/ATLAS는 태양에 가장 근접한 근일점 통과 이후 약 두 달이 지나면서 밝기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를 혜성이 태양열을 받으면서 표면과 내부의 얼음이 액체 단계 없이 곧바로 기체로 변하는 승화 과정이 가속화되고, 이때 방출된 가스가 코마를 키우며 전형적인 혜성 활동 패턴을 보인 결과로 해석한다.

 

특히 2025년 8월 첫 관측에서는 이산화탄소가 풍부하고 물과 일산화탄소는 상대적으로 적게 포함된 코마가 확인된 반면, 12월 후속 관측에서는 코마가 더 커지고 구성 성분도 다양해진 가운데 이산화탄소 대비 일산화탄소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탄소가 풍부한 물질들이 혜성 표면 깊은 곳의 물 얼음 속에 갇혀 있다가 대규모 분출 활동을 통해 한꺼번에 방출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관측이 가능한 데에는 스피어엑스의 설계적 특징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스피어엑스는 약 0.75∼5.0마이크로미터(㎛) 영역에서 102개 파장 대역으로 우주를 스캔하도록 설계된 광시야 적외선 우주망원경으로, 하늘 전역을 반복적으로 촬영해 우주의 ‘전파장 지도’를 제작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상망원경은 지구 대기의 물과 이산화탄소가 관측 신호를 흡수·왜곡해 해당 파장에서 정밀 측정이 어렵지만, 우주 공간에 위치한 스피어엑스는 이러한 제약 없이 코마 속 물과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의 분포를 넓은 시야에서 동시에 포착할 수 있다. 실제로 3I/ATLAS의 코마가 12월 관측 시점에 크게 확장됐음에도 스피어엑스는 혜성 전체를 한 번에 담아내며 다양한 유기물질 방출 정보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서 데이터 처리와 계산 분석은 한국천문연구원이 주도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스피어엑스 임무는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있는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총괄하지만, 과학 분석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해 미국·한국·대만 등 13개 기관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으며, 데이터 처리와 아카이브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이 운영하는 IPAC가 담당한다.

 

이 가운데 한국 연구진은 성간혜성 3I/ATLAS 관측자료의 전처리, 분광 분석, 시간에 따른 밝기·성분 변화 추적 등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스피어엑스의 주요 과학 목표 달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연구 결과는 2026년 2월 3일 미국천문학회 산하 ‘Research Notes of the American Astronomical Society’에 게재돼 국제 학계에 공식 공유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번 관측 자료를 과거 및 향후 추가 관측과 결합해 성간혜성 3I/ATLAS의 물리적·화학적 구성 성분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태양계 내부 혜성과 성간 혜성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함으로써, 외계 행성계가 어떤 물질 조성에서 출발해 어떻게 진화하는지, 그리고 지구 생명체의 재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태양계에 공급됐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스피어엑스가 전 우주를 102개 파장으로 ‘지도화’하면서 축적하는 방대한 데이터는 이러한 연구를 뒷받침하는 기초 인프라로, 관측 데이터는 일정 기간 후 전 세계 연구자와 일반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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