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세계 최고 성능의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스페이스 텔레스코프(JWST)’가 호주 시드니대학 소속 젊은 연구진의 소프트웨어 혁신 덕분에 새 생명을 얻었다.
시드니 대학교의 호주 연구원들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이미지 왜곡을 수정하는 획기적인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물리적 수리나 우주 임무 없이도 초고해상도 기능을 복원했다.
TheClevelandAmerican, Phys.org, EurekAlert, arXiv.org, SPIE Digital Library에 따르면, 두 명의 박사과정 학생이 개발한 데이터 기반 보정시스템 ‘AMIGO(Aperture Masking Interferometry Generative Observations)’는 전자 왜곡으로 흐려졌던 망원경의 관측 영상을 복원해 초고해상도 기능을 완벽히 되살렸으며, 어떤 물리적 수리나 우주 임무도 필요하지 않았다.
전자 왜곡이 낳은 ‘보이지 않는 흐림’
시드니대 천문물리학과 루이 데스두아(Louis Desdoigts)와 맥스 찰스(Max Charles)는 피터 터틸(Peter Tuthill) 교수 지도 아래, 웹 망원경에 탑재된 호주 유일의 설계 하드웨어 ‘조리개 마스킹 간섭계(AMI)’의 성능 저하 원인을 추적했다.
문제의 원인은 적외선 카메라 검출기에서 발생하는 전하 누설 현상, 즉 ‘브라이터-패터(brighter-fatter) 효과’였다. 밝은 픽셀의 전하가 인접한 픽셀로 번져 들어가며 미세한 번짐 현상을 일으켜, 특히 밝은 별 주변의 희미한 행성을 식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볼트 대신 코드로 고쳤다”
데스두아와 찰스는 하드웨어 개조 대신 인공지능 기반의 소프트웨어 교정 방식을 선택했다. AMIGO는 망원경의 광학 및 전자적 동작을 시뮬레이션으로 모델링하고, 신경망을 이용해 왜곡된 데이터를 복원한다. 이로써 허블 망원경 시절과 같은 우주비행사 수리 임무(1993년 7억 달러 규모) 없이 지상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터틸 교수는 “우주비행사를 보내 새 부품을 볼트로 조이던 시대는 갔다. 이젠 코드가 망원경을 고친다”며 “호주의 혁신이 전세계 천문학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AMIGO의 ‘완벽 복원’과 새 과학적 성과
AMIGO를 적용한 이후 제임스 웹 망원경은 별 HD 206893의 선명도를 극적으로 향상시켰고, 약 133광년 거리의 희미한 외계행성과 적갈색 왜성(binary companion)을 직접 포착했다.
찰스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목성의 화산 위성 ‘이오(Io)’의 분출 활동을 시간 순으로 추적했으며, 은하 NGC 1068의 블랙홀 제트, WR 137 항성의 먼지 구조를 고해상도로 촬영했다.
이는 웹 망원경의 관측 해상도를 최소 10배 향상시켜(대비 약 9~10등급 달성) 우주 외곽의 미세 천체 탐지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다.
세계 천문계가 주목한 ‘코드 혁명’
이번 연구 성과는 사전공개 논문 서버 arXiv(2025년 10월 9일자)에 게재됐으며, 데스두아의 논문은 호주천문학회지(Publications of the Astronomical Society of Australia)에 게재될 예정이다.
데스두아는 현재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박사후 연구원 자리로 진출했으며, 두 학생은 자신들이 수리한 장비인 AMI의 도면을 타투로 팔에 새겨 업적을 기념했다.
미래 우주망원경에도 확산될 혁신
이 소프트웨어 교정법은 향후 NASA의 로만 우주망원경(Roman Space Telescope), 그리고 향후 계획 중인 차세대 적외선 간섭망원경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벤자민 포프(Ben Pope) 부교수는 오는 SXSW Sydney에서 이를 공식 발표하며, “AMIGO 코드는 향후 제임스 웹의 모든 관측 연구자에게 배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주분야 전문가는 "시드니대 연구진의 이번 성과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튜닝이 아니라 인공지능 기반 우주 관측 기술의 방향 전환점"이라며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디지털 수리 방식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으며, 인류의 다음 세대 천문학과 우주 탐사 기술에 중요한 전환점을 남겼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