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매기 하산(Maggie Hassan)이 일론 머스크에게 보낸 공개 서한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서한은 국제 사이버범죄와 위성 인터넷 기술의 복잡한 교차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남동아시아 미얀마·태국·라오스·캄보디아 ‘스캠 컴파운드’(사기 콤파운드)들이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Starlink)를 이용해 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초대형 사기와 인신매매를 저지르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위성 접시가 사기센터 지붕마다, 3개월간 4만건 접속”
미 국무부, UN, 싱타이슨센터의 공식 발표와 와이어드(Wired)의 보도에 따르면, 2025년 7월 하산 의원은 머스크 CEO 앞으로 보낸 공식 서한에서 “수많은 언론과 국제기구, 미국 재무부의 보고에 따르면 초국가적 사기 조직이 스타링크를 사용해 미국인들을 사기치고 있다”고 명확히 밝혔다.
상원의원은 스페이스X가 서비스 규정상 사기 행위가 의심될 경우 접속을 차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국경지대의 범죄조직이 사실상 통제받지 않고 스타링크를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와이어드(Wired) 2월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국경 ‘사기 컴파운드’ 최소 8곳에서 스타링크 단말기가 활발하게 쓰이고 있었고, 약 3개월간 4만건이 넘는 모바일 기기에서 스타링크 접속이 기록됐다.
국제 인권단체 IJM(International Justice Mission)이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보면, 미야와디 인근 8개 대형 사기 단지에서 스타링크 연결 수는 2024년 4월부터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현지에서는 흰색의 스타링크 접시가 건물 지붕과 발코니마다 널려 있다는 증언도 이어진다. 글로벌 알름스(Global Alms) 대표 미셸 무어는 “구글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경계지역 모든 사기빌딩마다 스타링크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돼지 도살” 사기, 2023년 美피해액만 35억달러, 전세계 1590억달러 추정
이른바 ‘돼지 도살(pig butchering)’ 범죄 등, 관계 형성을 통해 송금을 유도하는 신종 사이버 사기가 폭증한 배경에는 스타링크의 빠르고 안정된 인터넷이 깔려 있다. 글로벌반(反)사기연합(GASA)은 2023년 미국인 약 4분의 1이 각종 스캠(사기)에 당해 피해액만도 1590억달러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이중 미국에서만 2023년 ‘돼지 도살’ 계열 사기로 인한 직접적 손실이 35억달러에 달한다는 공식 통계도 나왔다.
UN 및 미국 법무부, 미디어 조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이 산업형 사기 컴파운드는 수십만명을 인신매매로 가두고 일부는 1일 16시간씩 온라인 사기 행각에 동원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태국 “3중 차단”에도 스타링크로 버틴다
태국은 2024년 2월 이후 미얀마 접경 주요지역에 ‘3중 차단 전략’, 즉 전기·인터넷·연료 공급을 모두 끊었다. 그러나 휴대형·소형인 스타링크 접시가 ‘밀수’ 형식으로 국경을 넘으며 범죄 조직들은 오히려 위성 인터넷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태국 왕립경찰 사이버범죄수사센터장 타차이 피타닐라부트(Thatchai Pitaneelabutr) 경찰총감은 “스타링크가 차단되지 않는 이상 그들의 영업을 완전히 멈추기는 어렵다”며 “실제로 국경에서 스타링크 장비 밀수 적발건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사회적 의무 다하라”…국제사회 공개 압박
하산 상원의원 서한엔 스페이스X가 오용 사례를 언제 인지했는지, 기기 조치 현황, 피해 차단 대책 등 8월 18일까지의 구체적 질의가 포함됐다. 지금까지 스페이스X와 머스크는 공식적인 입장이나 대응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외 시민단체, 태국 및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 기업이 자사 기술이 범죄에 악용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더욱 강도높은 통제, 모니터링, ‘다중로그인’ 등 비정상 활용 징후 포착 기술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