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14년간 독자 개발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의 전 주기 기술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240억원에 이전하면서 국내 우주산업이 정부 주도 연구개발(R&D) 단계에서 민간 주도의 산업화 단계로 본격 전환하는 분수령을 맞았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약 2조원이 투입되고 300여개 민간기업이 참여해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로, 2023년 3차 발사에서 1톤 이상 실용위성을 자체 기술로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세계 7번째 자력 위성 발사국 반열에 올랐다.
이번 기술 이전 대상에는 설계, 제작, 발사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누리호 기술과 방대한 기술문서 1만 6050건이 포함됐으며, 발사대와 추진·엔진 시험설비, 업체별 고유기술 등은 제외됐다. 기술료 산정은 누리호 개발에 투입된 연구개발비인 204억원을 기본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지정 전문기관의 엄정한 가치평가를 거쳐 최종 240억원으로 합의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2032년까지 누리호 제작 및 발사 권한인 통상실시권을 확보, 누리호 시리즈의 상업적 양산과 발사, 유지보수를 전담하며 ‘한국판 스페이스X’로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는 “누리호 기술 이전을 바탕으로 비용 경쟁력을 끌어올려 한국형 상업발사 서비스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하지만 민간 우주산업 경쟁력 확보에는 여전히 과제가 적지 않다. 현재 누리호의 발사 단가는 탑재체 1㎏당 약 2만4000달러(한화 약 3300만원)에 달한다.
반면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은 탑재체당 2000~3000달러 수준으로 누리호 대비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팰컨9은 최대 1만 7500㎏을 저궤도에 운반할 수 있는 반면, 누리호는 3300㎏으로 탑재 능력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 팰컨9은 1단 발사체를 재사용하는 혁신적 ‘재사용 발사체’임에 반해, 누리호는 일회용이라는 점도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우주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누리호 4~6차 발사 예정 물량은 2027년까지 대부분 소진될 예정이며, 관련 부품 공급 업체들은 이후 안정적인 수요 확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주산업 한 관계자는 “민간 우주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누리호 기술 기반 산업 생태계 유지·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발사체 수요 창출 및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항우연 이상철 원장은 “누리호 기술 이전은 공공 기술의 민간 확장으로 산업 생태계 역량 강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 예정된 누리호 4차 발사 준비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향후 한국 우주산업은 한화에어로를 중심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상업 발사 서비스 확대와 기술 고도화를 추진, 뉴스페이스 시대 진입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 등 선진국 대비 경쟁력 제고와 산업 생태계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부 정책 지원도 병행돼야 향후 한국 우주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