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2025년 10월 17일 오전 10시 50분경, 한화오션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시스템 비계 구조물 조립 및 설치 작업 중 해당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60대 하청 노동자가 깔려 11시 43분경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9월 3일 발생한 선박 구조물 붕괴로 선주사 감독관이 사망한 지 40여일 만에 또다시 일어난 참사로, 전국금속노동조합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한화오션의 중대재해 예방시스템이 먹통"이라며 "고용노동부와 검찰에 압수수색 및 실질적 경영책임자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17일 사고 현장 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마련한 작업표준서(BMSW) 상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총 7가지 절차가 있으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구조물의 전도를 막기 위한 보조 SUPPORT를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현장에는 전도 방지용 보조 SUPPORT가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작업 중인 노동자들이 구조물을 붙잡고 있는 상태였다. 한화오션은 사고 이전까지 이 같은 안전 조치 미이행 사실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위험성 평가와 작업 승인 절차 관리 부실이다. 2023년 한화오션이 위험성 평가를 외주로 맡긴 현진이엔지가 전도로 인한 위험을 ‘허용 가능함’으로 평가했지만, 한화오션은 해당 평가 및 조치의 적절성을 관리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작업에는 사전 작업 승인 절차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한화오션 원청 사업주의 관리감독 책임이 심각히 결여됐음이 드러났다.
하도급 및 재하도급 구조에서도 안전관리 부실이 확인됐다. 한화오션이 현진이엔지에 하도급을 주고, 현진이엔지는 다시 에스와이테크에 재하도급을 주는 복잡한 구조에서 실질적 위험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하도급 체계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과 중대재해 예방 시스템의 대대적 개혁이 요구된다.
노동계는 한화오션을 향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기업 경영 행태를 규탄한다”라며, 한화오션에 대한 신속한 압수수색과 실질적 경영책임자 구속 수사를 통해 엄중한 책임 추궁을 촉구했다. 또한,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정부와 사법부가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 측은 사고 발생 직후 김희철 대표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한화오션은 2023년 위험성 평가에서 발굴된 5000여건의 유해·위험 요인 중 36%만 개선하는 등 산업안전보건 활동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위험성 평가 결과 한화오션의 개선 완료율은 36%에 불과해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 대비 저조한 안전관리 실태를 노출했다.
이 사건은 한화오션의 중대재해 예방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조업 분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작업 승인 절차와 위험성 평가 및 하도급 관리 강화는 관련 산업계와 정부가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