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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공간사회학] 바티칸,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에 쌓인 염분 제거 작업…“인간의 땀, 르네상스 거장을 덮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바티칸이 시스티나 성당 제단 뒤를 장식한 미켈란젤로의 걸작 ‘최후의 심판’에서 석고 가루처럼 하얗게 낀 염분 막을 걷어내는 대대적 세척 작업에 착수했다. 1979~1999년 20년에 걸친 종합 복원 이후 약 30년 만에 진행되는 프레스코화에 대한 첫 본격 클리닝으로, 완료 시점은 부활절이 있는 4월 첫째 주로 잡혀 있다.

 

nbcnews, washingtonpost, usnews, ctvnews, independent, uscatholic.org, boston25news에 따르면, 이 거대한 걸작의 세척된 부분과 세척되지 않은 부분 사이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줬다. 복원 기간 동안에도 관람객들은 여전히 시스티나 성당에 입장할 수 있지만, 천장부터 바닥까지 설치된 비계를 가리는 스크린에 투사되는 프레스코화의 디지털 복제본을 보게 된다.

 

 

인간이 만든 ‘소금 안개’, 걸작을 뒤덮다


바티칸 미술관 측 설명에 따르면, 문제의 흰 막은 매일 바티칸 박물관과 시스티나 성당을 찾는 관람객 약 2만~2만5000명의 ‘체열과 땀’에서 비롯된 2차 오염이다. 2010년대 기준 시스티나 성당 연간 관람객은 약 550만명, 성수기에는 하루 2만명 수준으로, 현재 보도에서는 “하루 2만5000명 이상이 드나드는 것"으로 집계된다.

 

세척을 총괄하는 바티칸 미술관 과학연구팀 책임자 파비오 모레시는 “사람이 땀을 흘릴 때 배출되는 젖산이 벽면의 탄산칼슘과 반응하면서 염이 생성된다”고 화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실내‧외 온도가 상승하면서 관람객의 발한량과 예배당 내부 습도도 동반 상승해, 염분 형성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시스티나 성당 미세기후(microclimate)를 모니터링한 연구들은, 한정된 공간에 인파가 몰릴 경우 온‧습도와 오염물질 농도가 짧은 시간에 급변해 프레스코 보존에 부담을 준다는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고성능 공조·여과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지만, 완전한 차단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염분 백내장’ 제거…프레스코에 다시 피어나는 색


바티칸 미술관장 바르바라 야타는 프레스코를 덮은 염분층을 눈의 혼탁에 비유해 “비교적 쉽게 제거할 수 있는 ‘백내장’”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작업은 최대한 비가역적 손상을 피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복원가는 일본 화지(Japanese rice paper)를 증류수에 적신 뒤 프레스코 표면에 밀착시키고, 염분을 용해‧흡착시킨 다음 이를 조심스럽게 떼어내는 방식으로 소금막을 닦아낸다.

 

작업용 비계 위에서 내려다보면 세척 전후의 대비는 극적이다. 염분이 남아 있는 구역은 뿌연 흰 안개가 낀 듯 흐릿하지만, 세척이 끝난 부분에서는 예수의 머리카락 표현과 십자가형 상처, 주변 인물의 피부색과 푸른 하늘빛까지 미세한 색조와 필치가 되살아난다.

 

1979~1999년 대규모 복원 당시에도 수세기 동안 쌓인 촛불 그을음, 밀랍, 먼지를 제거하면서 “미켈란젤로의 색채”를 둘러싼 국제 논쟁이 벌어졌고, 당시의 ‘검게 그을린’ 표면 일부는 비교용 샘플로 일부러 남겨 두었다. 이번 비계 상부에서 관찰되는 그 잔존 구간은, 새로 드러난 밝은 색채와 대비되며 거의 검은 벽처럼 보일 정도로 명암 차이를 보여 준다.

 

관람은 계속되지만, ‘원본’ 대신 디지털 상영


이번 클리닝은 성당 정면 제단 뒤, 높은 대리석 계단 위에 위치한 ‘최후의 심판’의 물리적 여건 때문에 고정식 비계를 설치해 이뤄지고 있다. 같은 공간의 다른 프레스코들은 매년 야간에 이동식 체리피커 장비로 부분 세척을 해왔지만, ‘최후의 심판’은 장비 접근이 어려워 30년 가까이 쌓인 염을 한 번에 제거하는 방식이 선택됐다.
 

작업 기간에도 시스티나 성당은 일반에 개방된다. 다만 관람객이 실제 프레스코를 직접 볼 수는 없고, 바닥에서 천장까지 설치된 비계를 가리는 대형 스크린에 ‘최후의 심판’의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를 투사해 대체 전시를 제공한다. 부활절 전까지는 “원작 앞에 서 있다”는 경험 대신,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복제본과 특수조명을 결합한 ‘가상 감상’이 제공되는 셈이다.

 

 

감당 가능한 인파 vs. 예술품의 수명…바티칸의 다음 선택은

 

관건은 앞으로다. 시스티나 성당은 이미 2013년 무렵, “과도한 먼지·습도·이산화탄소가 프레스코에 손상을 줄 경우 입장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바티칸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바티칸은 현재까지 ‘대폭적인 입장 제한’보다는, 첨단 공조·여과 시스템과 센서 네트워크를 확충해 미세기후를 제어하는 전략을 우선시하고 있다.

 

실제로 성당 내부에는 온도·습도·공기 질을 감시하는 센서 90여 개가 설치돼 있으며, 계절에 따라 온도와 상대습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급격한 환경 변화를 막는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이번 염분 제거 작업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바티칸은 필터·환기·냉방 기술을 추가 도입해 ‘염분막 재발’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방침이지만, 방문객 수를 현 수준(연 500만명대, 하루 2만명 안팎)으로 유지한 채 완벽한 예방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다.

 

관람료 수입과 문화유산의 공공성, 그리고 프레스코의 물리적 수명을 동시에 지키는 ‘최적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이번 ‘소금 백내장 수술’ 이후 바티칸이 던져야 할 다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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