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0 (화)

  • 맑음동두천 6.3℃
  • 맑음강릉 7.3℃
  • 맑음서울 7.3℃
  • 맑음대전 8.4℃
  • 맑음대구 10.7℃
  • 맑음울산 8.2℃
  • 맑음광주 7.5℃
  • 맑음부산 8.7℃
  • 맑음고창 5.4℃
  • 맑음제주 8.4℃
  • 맑음강화 4.2℃
  • 맑음보은 7.8℃
  • 맑음금산 7.5℃
  • 맑음강진군 8.5℃
  • 맑음경주시 8.7℃
  • 맑음거제 7.6℃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지구칼럼] "고대 이집트인, 실수 수정 위해 '수정액' 사용했다"…살찐 자칼을 날씬하게 만든 장인 기술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케임브리지 피츠윌리엄 박물관의 연구진들은 고대 이집트 장인들이 3,300년 전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 파피루스 문서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초기 형태의 수정액(화이트·팁엑스)을 사용했으며, 누군가 너무 뚱뚱하다고 판단한 자칼 그림을 날씬하게 만들기 위해 대담한 붓질로 백색 물감을 덧칠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news.artnet, theartnewspaper, artnews, gbnews, ancient-origins, dailymail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 장인들이 이미 체계적인 ‘오탈자·형상 수정 시스템’을 운영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발견은 박물관 직원들이 4월 12일까지 진행되는 "고대 이집트에서 제작된" 전시회를 위해 가장 잘 보존된 이집트 두루마리 중 하나를 준비하던 중에 이루어졌다.

 

무엇이 발견됐나: ‘뚱뚱한 자칼’을 손질한 흰 선


문제의 유물은 기원전 13세기 초 왕실 서기관 라모세(Ramose)를 위해 제작된 사자의 서 두루마리로, 현재 피츠윌리엄 박물관에서 ‘고대 이집트에서 제작된(Made in Ancient Egypt)’ 전시(2026년 4월 12일까지)와 연계해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자의 서는 망자가 사후세계를 통과하도록 안내한다고 믿어진 주문들의 모음집이다.

 

해당 장면은 사자의 서 주문 117(Spell 117)을 그린 일부로, 라모세가 자칼 머리 신(대다수 연구진은 전쟁·사자의 수호신 웨프와웨트(Wepwawet)로 추정)의 몸 옆을 따라 서 있는 장면인데, 자칼의 몸통 양옆과 뒷다리 윗부분을 따라 유난히 두꺼운 흰색 선이 덧칠돼 있는 것이 디지털 분석 과정에서 확인됐다.

 

라모세가 자칼 머리를 한 신, 아마도 전쟁과 죽은 자의 보호와 관련된 신인 웨프와웨트의 몸을 따라 손을 놓고 있는 장면에서, 박물관 직원들은 자칼의 몸 양쪽과 뒷다리 윗부분을 가로지르는 짙은 흰색 선들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피츠윌리엄 박물관의 수석 이집트학자이자 전시회 큐레이터인 헬렌 스트러드윅은 "마치 누군가가 원래 그려진 자칼을 보고 '너무 뚱뚱하니 더 날씬하게 만들어'라고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대 ‘수정액’의 정체: 방해석+헌타이트+자황


연구진은 적외선 반사 촬영(IR), 3D 디지털 현미경, X선 형광분석(XRF) 등을 동원해 이 흰 안료의 조성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자칼 몸에 덧입힌 흰색은 방해석(calcite)과 헌타이트(huntite)라는 두 종류의 탄산염 광물을 섞은 안료였으며, 같은 장면에서 라모세의 흰 옷에 쓰인 안료가 ‘헌타이트 단일 성분’인 것과 뚜렷이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D 현미경 이미지를 통해서는 ‘킹스 옐로(King’s yellow)’로도 불리는 노란색 자황(orpiment·비소 광물)의 미세한 입자가 검출됐는데, 이는 원래 연한 크림색이었을 파피루스 바탕색과 보다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색조를 조정한 의도적 배합으로 해석된다.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작업 프로세스’였다

 

스트러드윅 박사는 같은 유형의 흰 안료 덧칠이 런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과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Egyptian Museum)에 소장된 일부 파피루스에서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그는 “큐레이터들에게 이런 사례를 보여주면 대부분 처음엔 눈치채지 못하다가 분석 결과를 보고서야 놀란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사례들을 보면 특정 주문이나 상징과 연관된 의례적 색채라기보다는, 그림의 형태·비율을 손질하기 위한 실무적 수정 기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초벌 채색 → 검토 → 부분 도색 수정 → 최종 이미지 확정’이라는 일종의 품질 관리 과정이 3,000년 전 장인 집단 내부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라모세 두루마리의 스펙: 60피트짜리 프리미엄 굿즈


라모세의 사자의 서는 1922년 영국 고고학자 윌리엄 플린더스 페트리(William Flinders Petrie)가 중부 이집트 세드먼트(Sedment)의 무덤에서 발굴한 후 곧바로 피츠윌리엄 소장품이 됐다. 현재 연구자들은 이 두루마리가 제작 당시에는 길이 60피트(약 18m)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수백 개로 파편화된 조각들은 2000년대 초 전문 보존가에 의해 세척·강화·재조립 과정을 거쳐 원래의 레이아웃 상당 부분이 복원됐다.

 

여러 이집트학 연구자와 박물관 측은 이 파피루스를 “현존하는 사자의 서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은 예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으며, 일부 조각은 현재 ‘Made in Ancient Egypt’ 전시에서 일반에 공개돼 있다.

 

무엇을 말해주나: ‘완벽주의자’ 고대 장인들의 얼굴


이번 ‘고대 수정액’ 사례는 첫째, 장인의 실수와 그에 대한 ‘숨기고 싶은’ 인간적 본능이 3,000년 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둘째, 안료 조성까지 달리해가며 형태를 조정한 정황은 당시 장인들이 재료 과학적 특성(피막 두께, 피복력, 바탕색과의 조화 등)을 상당 수준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고대 이집트 회화·재료 공학 연구에 새로운 비교 기준을 제공한다.

 

셋째, 대영·카이로 등 다른 컬렉션에서도 유사 패턴이 확인되면서, 향후 비파괴 분석을 통해 ‘고대 이집트식 편집·교열의 역사’를 계통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연구 아젠다도 열렸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1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공간사회학] 운 안 풀리면 관악산? 역술가 한마디와 미신 경제학…미디어發 방문객 폭증과 글로벌 ‘영성 성지’ 어디?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최근 관악산 연주대에 몰린 ‘등산 인파’는 한 역술가의 TV 발언과 이를 증폭한 플랫폼 알고리즘, 그리고 불안한 청년·직장인 정서가 결합해 만들어낸 전형적인 ‘미디어발(發) 미신 콘텐츠 붐’으로 읽힌다. 역술가 한마디, 어떻게 ‘관악산 대란’이 됐나 TV 퀴즈·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역술가는 “관악산은 화기가 있고 정기가 강해 좋은 영향력을 주는 곳이며, 운이 풀리지 않으면 연주대에 가보라”는 발언을 내놨다. 이 멘트가 방송을 탄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관악산 기운 좋다’, ‘운 안 풀리면 관악산 가라’는 식의 짧은 클립과 게시물이 빠르게 재가공돼 확산됐다. 실제로 방송 이후 주말 관악산 연주대 일대에는 정상석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한 대기 줄이 “80m 이상”에서 “100m가 넘는 줄”로 관측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현장 취재 기사에는 “정상까지 웨이팅 1시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상석 사진을 못 찍고 내려왔다”는 등산객 증언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데이터가 보여준 ‘관악산 효과’: 검색지수 4~5배 점프 이번 현상은 체감 붐 수준을 넘어, 검색·SNS 데이터에서 뚜렷한 ‘스파이크’로 확인된다. 데이터 분석

[지구칼럼] 흑사병 이후 식물 다양성 오히려 감소…인간 없는 자연, 오히려 생물다양성 붕괴 초래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1347년부터 1353년 사이에 대륙 인구의 절반가량을 죽음에 이르게하며, 중세 유럽을 황폐화시킨 흑사병이 그 여파로 식물의 번성을 가져오지 않았으며,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학술지 Ecology Letters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흑사병 이후 150년 동안 식물 생물다양성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흑사병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약 300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phys.org, york.ac.uk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흑사병으로 인해 농장과 마을, 경작지가 오히려 버려지면서 대규모 역사적 '재야생화(rewilding)' 사건으로 묘사했다. 많은 현대 환경 이론들은 인간이 자연에서 사라지면 자연이 번성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인간 활동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널리 받아들여지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요크대학교 레버흄 인류세 생물다양성 센터의 박사후 연구원인 조너선 고든은 유럽 전역 100개 이상의 화석 꽃가루 기록을 분석한 결과 "흑사병 전후 수세기 동안의 식물 다양성을 조사한 결과, 팬데믹 이후 150년 동안 생물다양성이 크게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며 "농경지가 버려지면서 전통적